​[옌볜 통신] 中 취준생들, 낮아진 대우에도 ‘공무원’ 선택...왜?

2018-07-21 00:10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철밥통’ 공직 선호
공무원 시험 응시자 수, 시행 첫해보다 33배 늘어

지난해 12월 '2018년 중국 공무원 시험' 응시생들이 시험장 입실을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사진=신화망]


9월부터 새 학기가 시작하는 중국은 7월이 졸업 시즌이다. 졸업이 다가올수록 졸업 예정자들은 취업 압박에 시달린다. 이들은 기업 취업, 해외 유학, 공무원, 창업, 대학·대학원 입학 등 여러 가지 대안을 두고 고민한다.

중국 교육부가 발표한 ‘2018년 중국 졸업생 취업 보고’에 따르면 올해 졸업생 수는 820만명으로 지난해 795만명에서 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예정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의 절반 이상(50.51%)이 기업 입사를 원하고 있다. 30.02%는 대학·대학원 입학, 6.87%는 공무원, 5.85%는 해외 유학, 3.63%는 창업 등을 졸업 후 진로로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옌볜(延邊)에서는 공무원이 가장 인기 있는 직종으로 꼽히고 있어 눈길을 끈다. 시진핑(習近平) 정부 출범 이후 부정부패 척결 등을 이유로 공무원 대우가 이전보다 못하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적은 급여지만 제때 나오는 안정적인 이른바 ‘철밥통’ 공직을 선호하고 있다.

◆젊은 세대,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철밥통’ 공무원 선택

2012년 중국 정부는 ‘8항 규정(八項規定, 공직자 업무 수행 지침·반부패 규정)’을 출범하고, 부패와의 싸움을 선포했다. 중국 중앙규율검사위원회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당국은 ‘8항 규정’을 위반한 공직자 7만1644명을 공개하고, 위법 행위에 따른 처벌을 내렸다. 옌볜 정부는 올해에만 벌써 23명의 공직자를 제명했다.

‘8항 규정’ 출범 이후 공무원의 처우는 이전보다 못해졌다. 과거에는 월급 이외 상여금, 연말 수당 그리고 출처가 불분명한 부수입도 많았다. 심지어 시장가격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복리 주택을 분양 받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공무원 수입 투명화로 급여 이외에는 거의 모든 것이 끊긴 상태다. 쌀 한 톨도 직접 사 먹어야 한다. 물론 자신의 돈으로 직접 사 먹는 것이 맞는 말이나 설이나 추석 등 명절에 주던 웨빙(月餅·월병)세트 등과 같은 명절 선물도 사라졌다. 혹시 모를 책임과 후폭풍을 미리 방지하기 위해서다.

중국 공무원들의 대우는 대부분 직급, 직무와 연결된다. 지도자(領導)직 비례가 10% 미만이기 때문에 다수 공무원의 노후임금 수준은 낮다. 지방으로 내려갈수록 그 수준은 더 낮아지는데 일은 많아진다. 이는 업무에 대한 공무원들의 적극성, 책임감에도 악영향을 준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지난 2014년 정부는 긴급 조치를 내놨다. 하위급 공무원은 승진하지 않아도 근속기간에 따라 급여가 인상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잘 실행되지 않고 있다. 옌볜 공무원의 경우 세후 평균 급여는 4500위안(약 75만원)미만이다. 매달 입금되는 보험금과 퇴직 후 받는 연금 이외에는 이렇다 할 복지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젊은 세대가 공무원이 되고자 하는 이유는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올해만 해도 820만명의 졸업자가 사회로 쏟아져 나온다. 일자리는 정해져 있지만 구직자는 넘쳐난다. 이런 취업난 시대에 자신의 노력으로 취직이 가능한 공무원 시험은 단연 인기다.

옌볜은 주(州) 정부 예산에서 500만 위안을 공직부서 인재영입 전문자금으로 배정했다. 또 산하 8개 현·시마다 지역 인재영입 전문자금을 비축하도록 명령했다. 동시에 2억 위안을 투입해 900채의 인재 아파트를 건설해 공무원 시험 합격자에게 제공했다. 주거문제 해결은 취업준비생에게 가장 큰 혜택이나 다름없다.

젊은 세대가 안정적인 공무원을 선택하는 또 다른 배경은 아직 불안정한 사회복지제도이다. 중국의 사회·의료복지는 빠른 경제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높은 부동산 가격과 불안정한 사회·의료복지는 불투명한 미래를 야기하고, 젊은이들에게 사회적 불안정감을 주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안정적인 공무원은 이들에게 매우 매력적이다.

넓은 범위에서 공무원이 여전히 사회적으로 높은 명예를 갖고 있고, 직장인들에게 동경의 대상으로 꼽힌다는 점도 인기 비결 중 하나다. 더욱이 한국에서 힘들게 돈을 벌어 자식 뒷바라지를 해온 옌볜 출신의 기성세대는 자식만큼은 번듯하고 지위가 높은 공무원이 되기를 바란다.
 

지난해 12월 '2018년 중국 공무원 시험' 응시생들이 대기 시간에도 책에서 눈이 떼지 않고 있다. [사진=신화망]


◆공무원 채용인원·방법 다양…시험 응시자 수, 첫해 대비 33배 증가

중국에서 정부 공직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은 모두 국가에서 제공하고 관리하는 지표(指標)를 소유해야 한다. 이것을 편제(編制)라고 한다.

편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공무원편제와 사업편제다. 정부와 행정부서 행정직원은 주로 공무원편제다. 정부와 행정부서 산하 기타 기술직원과 학교, 병원 등 기구의 직원은 사업편제로 분류된다. 이외에 임시직이라 불리는 계약직도 있어 구성이 다양한 편이다.

편제에 따라 공무원 시험과 사업편제 시험으로 나뉜다. 공무원 시험은 공직 등급에 따라 국가와 지방공무원 시험으로 분류된다. 사업편제 시험은 대부분 각 성급 정부에서 자체로 시행된다. 사업편제 시험은 정식 공무원은 아니지만, 국가가 사회공익을 위해 국유자산으로 설립한 사회조직기구에 근무하는 준공무원을 뽑는 시험이다.

응시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직위와 기관에 따라 시험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국가공무원 시험과 각 지방공무원 시험은 시행 일자가 달라 한 명의 응시생이 여러 시험을 신청할 수 있다. 또 각 기관이나 부서에서 자체적으로 보는 시험, 대학생 인재영입 시험 등도 수시로 있기 때문에 구직자들에게 공무원으로 향하는 문은 항상 열려있다.

지난 3월에 시행된 지린(吉林)성 공무원 시험만 봐도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당시 지린성은 옌볜 공무원 485명을 포함한 4141명의 신입 공무원을 모집했다. 그런데 공무원 시험 신청자 수는 1만8000명을 넘어섰고, 경쟁률은 37대 1에 달했다.

매년 12월에 있는 국가공무원 시험과 각 지역에서 진행되는 사업편제시험 등 모든 공무원 시험의 경쟁률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직위에 따라 10000대 1에 달하기도 한다.

통계에 따르면 올해 중국 국가공무원 시험 경쟁률은 59대 1에 달했다. 2만8000명의 합격자를 뽑는 시험에 166만명이 응시한 것이다. 지난 1994년 중국은 처음으로 체계적인 공무원 채용제도를 만들고, 첫 국가공무원 시험을 시행했다. 시행 첫해에는 490명을 채용했는데 경쟁률은 9대 1이었다. 그러나 24년이 지난 현재 시험응시자는 377배가 늘었고, 경쟁률은 7배가량이 높아졌다.

2000년대 이후 공무원 시험제도는 한층 체계적이고 규범화돼 공무원 시험의 공평성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과거 공무원이 되려면 일단 뒷돈과 ‘관시(關契, 인맥·연줄)’가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옛말이 됐다.

지린성의 사업편제 시험은 성 정부 산하의 현·시(懸·市)별로 자체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 10일 지린성 정부는 ‘사업단위 공개채용 관리 권한 확대에 대한 통지’를 발표, 올해 하반기부터 사업단위 공개채용 조직 조성 권한을 각 현·시 정부에 이양해 지역 당국에서 자주적으로 인재를 채용하도록 했다. 지역 상황에 적합한 인재를 모집하고, 시험 시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행정자원 낭비를 줄이기 위해서다.
 

지난해 12월 중국 공무원 입시 학원 관계자들이 '2018년 중국 공무원 시험' 응시생을 대상으로 홍보물을 나눠주고 있다. [사진=신화망]


한편 해마다 높아진 공무원 시험 경쟁률은 관련 입시 학원의 인기도 끌어올리고 있다. 중국 지역마다 다양한 공무원 입시 학원이 있다. 옌볜 공무원 입시 학원 비용은 최고 6만3800위안에 달한다. 필기와 면접 수업을 다 등록하려면 학원 비용은 배로 든다. 공무원 연봉의 2배에 달하는 비용을 지출할 만큼 공무원에 대한 인기는 높다.
 

[최미란 옌볜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