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옌볜 통신] 곧 다가오는 중국판 수능 '가오카오'…옌볜지역 총 8514명 수험생 참가
2018-06-05 06:00
오는 7일부터 이틀간 중국 전역에서 진행…중국 전역 수험생 1000만명 육박
올해 가오카오는 오는 7일부터 이틀간 중국 전역에서 진행된다. 통계에 따르면 올해는 지난해보다 15만명이 늘어난 총 975만명의 고3 수험생이 가오카오를 치른다.
◆옌볜 수험생 모두 8514명···어떻게 시험치르나
지난 1일 옌볜(延邊)주 교육국은 올해 옌볜 지역 수험생은 총 8514명으로 지난해보다 200명 증가했다고 밝혔다. 중국어로 시험을 치는 수험생이 6969명, 조선어(한글) 수험생은 1545명이다. 조선어로 시험을 보는 수험생은 지난해보다 35명이 늘었다.
옌볜 전체 수험생 가운데 문과는 3397명, 이과는 5117명으로 이과생이 문과생보다 1.5배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시험 첫날인 7일 현지시간 오전 9시부터 11시 30분까지 어문, 오후 3시부터 7시까지 수학 시험을 본다. 두 번째 날인 8일에는 오전 9시부터 11시 30분까지는 문과와 이과의 종합, 오후 3시부터 5시까지는 외국어 시험이 진행된다. 조선족 학생은 조선어 시험 과목 1개를 더 치룬다. 총 750점이 만점이다.
시험 종료 후 15일 뒤에 성적이 공개되고, 동시에 명문대와 일반대의 커트라인도 발표된다.
수험생은 개인 성적과 커트라인에 맞춰서 지원서를 작성한다. 전공에 따라 최대 50개 대학에 지원할 수 있다.
옌볜에서는 옌지(延吉), 둔화(敦化), 훈춘(琿春), 룽징(龍井), 허룽(和龍), 안투(安圖), 왕칭(汪清) 등 총 306곳의 시험장을 마련하고 약 800명의 시험감독관이 배치될 예정이다.
지난 3월 중국 교육부가 발표한 ‘2018년 대학교 입학생 모집 사업 통지'에 따르면 가오카오의 형평성을 높이고 규범화하고자 체육·예술 특기생, 각급 경시대회 입상자, 사상·정치 분야 우수학생 등을 대상으로 한 가산점 항목을 전부 취소했다.
다만 소수민족 수험생에 대한 가산점 취소는 보류했으며, 조선족 수험생이 한글로 시험지를 작성할 경우 가산점 10점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대학입시 원서 신청 기준에 부합한 빈곤가정 수험생을 우선 모집하는 등 국경지역 빈곤 가정 학생에 대한 지원 혜택도 확대했다.
옌볜 지방정부는 가오카오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시험장 주변 소음을 발생하는 공사장의 작업을 중단하고, 시험장 근처를 지나는 차량의 경적사용을 자제하도록 요구했다. 또 상황에 따라 교통통제도 실시할 계획이다.
수백명의 옌볜 택시기사들은 매년 자발적으로 일명 ‘사랑의 운송팀’을 꾸려 수험생을 무료로 시험장까지 데려다 준다.
◆ "찰떡처럼 철썩 붙어라" 시험장 앞에서 펼쳐지는 진풍경
옌볜 조선족들만이 가오카오 시험 당일 치르는 이색적인 의례가 하나 있다. 시험 당일 시험장 앞에서 펼쳐지는 진풍경, 바로 ‘찰떡 붙이기’다.
찰떡은 조선족의 대표 명절음식이다. 찰떡을 중국어로 바꿔 부르면 ‘다가오(打糕)’다. 이는 ‘높은 점수를 얻는다’ 라는 의미의 ‘더가오(得高)’과 발음이 비슷하다. 이를 통해 높은 점수로 원하는 대학에 찰떡처럼 철썩 붙었으면 하는 부모들의 바람을 엿볼 수 있다.
매년 가오카오가 시작되는 6월 7일 자정이면 시험장 문 앞에는 0시를 기다려 찰떡을 가장 먼저 붙이려는 학부모들로 시끌벅적하다. 베이징대, 칭화대 등 원하는 대학 이름을 수험생 이름과 함께 붙이거나, 베이징이나 상하이 등 희망지역 기차표, 항공권을 붙이기도 한다.
학부모들은 붙인 찰떡이 혹여 떨어질까 꼭꼭 누르고 심지어 테이프로 겹겹이 고정시킨다. 이날은 각 지역 떡집들이 연중 최고 매출을 올리는 날로, 주문량을 맞추기 위해 밤샘 작업으로 바쁜 하루를 보낸다.
과거에는 찰떡을 주로 학교 대문이나 담벼락에 붙였지만, 시험이 끝난 후 달라붙은 찰떡을 제거하는 작업이 번거로워서 이제는 학교마다 커다란 찰떡판을 따로 준비한다. 보통 시험 전날 저녁 대문 옆에 미리 비치된다.
◆ 극성스런 조선족 동포들의 교육열
조선족 학부모들의 교육 열정은 워낙 극성스러워 한족 학부모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옌볜은 이미 1952년대 초등학교 교육을 널리 보급한데 이어, 1958년엔 중학교, 1980년대 이미 고등학교 교육을 널리 보급했다. 옌볜대학교는 중국 최초 소수민족대학으로, 1949년에 이미 설립됐다. 이로써 옌볜은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완벽한 조선족 교육체계를 구축해 다른 소수민족보다 훌륭한 교육 기초와 기점을 선점했다.
이들은 중국이라는 넓은 대륙에 적응하는 힘든 과정에서도 우리 말과 글을 지켜며 대를 이어갔다. 또한 “소를 팔아 자식을 공부시킨다”는 교육이념을 이어가며 민족문화를 후세에 전승했다.
학부모들의 정성과 염원이 좋은 결실을 맺었는지, 옌볜 조선족 학생들의 성적은 해마다 올라 타 지역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옌볜 조선족 수험생의 일반대학 이상 합격률은 93%에 달했다. 매년 옌볜지역의 문과·이과 수석은 조선족 학생들이 차지했고, 옌볜 인근의 지린, 퉁화, 창춘 등 지역의 수석도 대부분 조선족 학생들로 채워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조선족 인구수의 감소와 더불어 조선족 대학 수험생도 10년 전 5500명에서 최근 3년간 1500명 정도 급격히 감소했다. 따라서 조선족 사회의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