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환구시보 "누가 적이고 누가 친구...달라진 대국관계"

2018-07-17 15:43
16일 트럼프-푸틴 정상회담, 시진핑-EU 지도부 회동
"세계 진영 같지만 달라져, 생각 바꾸지 않으면 큰 손실", 美 겨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이 16일(현지시간) 핀란드 수도 헬싱키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첫 공식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러시아 월드컵 공인구를 선물하고 있다. [사진=AP/연합]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가 17일 '누가 적이고 누가 친구인가, 혼란에 빠진 대국 관계'라는 제하의 사평으로 최근의 현실을 진단하고 미국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날 사평은 전날 이뤄진 스트롱맨들의 행보와 연관된 것이다. 1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핀란드 헬싱키 대통령궁에서 악수를 나눴다. 사상 첫 정상회담이다. 그리고 이날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은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 등 지도부와 회동했다.

미·중 간 무역전쟁은 물론 대국 간 줄다리기가 팽팽한 상황에서 이뤄진 만남으로 세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EU도 우리의 적이고 러시아는 어떤 점에서는 적이다. 중국은 경제적으로 적이며 확실히 그들은 적이다"라는 발언이 이슈가 됐다. 중국은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EU와의 연대를 모색했지만 EU는 응하지 않았다.

이에 환구시보는 사평을 통해 오늘날의 대국관계가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는 점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보호무역과 일방주의의 몽둥이를 휘두르는 미국을 비판했다. 앞서 미국을 맹비난했던 것과 비교하면 강도는 크게 약해졌다. 미국이 잘못된 길을 가고 있으며 세계의 '리더'다운 겸손함을 갖고 이익을 추구하는 방식을 조정해야 한다고 조언하는 수준에 그쳤다.

신문은 "오늘날 세계는 누가 적이고 누가 친구인지를 판단하기 혼란한 상황"이라며 "여전히 냉전시기 형성된 진영이 유지되고 또 이를 흔들려는 시도에 대한 경고음이 나오지만 이는 반대로 냉전 진영이 오히려 각국을 잘못된 길로 인도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최근 세계가 심층적이고 미묘한 변화를 보이고 있는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한 편이지만 동맹은 아니며 러시아와 미국, 러시아와 유럽 등 관계도 과거의 모습과는 큰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같지만 다른 상황으로 생각도 변해야 한다는 의미다.

환구시보는 "각국이 발전을 중시하고 있지만 또 국가안보의 중요성도 커지는 상황으로 이를 제대로 보지 못하면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미국을 겨냥하기도 했다. 미국의 행보를 같은 편이라 할 수 있는 다른 주요국이 동조하고 따르지 않는 것이 미국이 선택한 길이 틀렸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도 했다.

신문은 또 "미국은 자신의 친구가 되는 게 세계 최대의 영광이라고 생각하고 또 모든 국가가 너도나도 이 권리를 사려고 경쟁할 것"이라고 잘못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를 두둔하는 태도를 보이며 거리를 좁힌 것을 경계하기도 했다.

환구시보는 "미국의 패권주의가 심해지는 상황에서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은 실질적으로 아무 의미도 없다"면서 "러시아와 미국 관가 개선되려면 미국이 진정으로 동등하게 러시아를 대하고 이익을 존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