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종량세 도입 논의로 주류 업계가 시끄럽다. 국내 생산 업체들은 고품질 제품 생산을 위해서는 세제 개편이 필수라고 주장하는 반면, 수입업체들은 소비자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14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한국주류수입협회는 지난 13일 “기존 종가세에서 종량세로의 개편은 소비자 부담을 가중시키고, 대기업 독점체제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방향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협회 차원의 공식 입장문을 통해 밝혔다.

종가제는 소주와 맥주, 탁주 등 주종에 관계없이 술에 붙는 세금으로 완제품 출고가에 세금을 매기는 방식이다. 종량제는 알코올 도수나 용량에 따라 세금을 책정하는 것을 말한다.

국산 맥주는 국내 제조원가에 국내의 이윤·판매관리비를 더한 출고가를 기준으로 세금을 매긴다. 수입 맥주는 업체에서 직접 신고하는 관세 포함 수입신고가격(원가)이 과세표준이다. 결과적으로 수입 맥주는 세금을 국산에 비해 덜 내고, 추후 이윤을 붙여 판매할 수 있다는 점을 국산 주류업체들은 꾸준히 지적해왔다. 지난 11일 조세재정연구원 주최로 열린 맥주 과세체계 개편 공청회에서도 이 같은 부분이 논의됐다.

주류수입협회는 “종량세로 바뀌면 수출원가가 높아져도 ℓ당 세금은 같기 때문에 일부 해외 공급자는 원가를 올릴 것이다. 원가 상승은 곧 소비자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류수입협회는 또 “국산 맥주의 세 부담은 낮아질 것이라 예상하지만, 수입맥주는 희비가 엇갈린다. 수입가가 높은 수입맥주는 주세부담이 낮아지고, 낮은 수입맥주는 주세가 높아질 것”이라며 “대기업은 국내 맥주 세제혜택뿐 아니라 고가 수입맥주 세제혜택까지 이중으로 받을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된다. 결국 수입맥주를 국내에 유통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세금으로 대기업에서 덜 내는 세금을 부담하는 구조가 된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종량세, 종가세 체계의 선택 문제는 맥주만이 아닌 모든 주종에 걸쳐 보다 고차원적인 측면에서 검토돼야 한다”며 “종량세로의 전환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닌 중장기적 관점에서의 방향을 면밀히 재검토하고 지향점을 재설정할 것”을 요구했다.

반대로 한국수제맥주협회는 종량세 도입에 적극 찬성했다.

수제맥주협회는 “현재 종가세 체계는 품질이 좋은 맥주를 만들 경우 이익을 보기 어려운 구조다. 우수한 인력을 고용하기 위한 인건비와 성능이 좋지만 비싼 장비 도입을 위한 비용, 품질이 좋지만 비싼 재료를 사용하기 위한 비용에 주세가 연동돼 가격이 상승해 가격경쟁력을 잃어버린다”며 “좋은 맥주를 만들기 위해 연구개발을 하는 비용까지 주세에 포함되니 기업 입장에서 더더욱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수제맥주협회는 “품질 좋은 맥주를 선보이기 위해 종량세 도입에 찬성한다”며 “맥주 시장에서 1% 정도의 점유율을 보이는 수제맥주업체가 5000여 명을 고용하고 있는데, 종량세 도입 시 인건비에 대한 주세 부담완화로 수제맥주업체들의 고용창출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또한 주세로 인한 초기사업의 비용부담이 줄어 신규 맥주제조장들의 창업도 활성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