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북한 비핵화 실천하면 아세안 다자회의체에 북한 참여시켜야"

2018-07-13 12:49
'싱가포르 렉처'서 포스트 비핵화 구상 밝혀…"비핵화 토대로 남북경제공동체 향해 갈 것"ㆍ"김정은 위원장 비핵화하면 자신의 나라 번영으로 이끌어 갈 것"

문재인 대통령이 싱가포르 국빈 방문 마지막 날인 13일 오전(현지시간) 오차드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싱가포르 렉처'에서 '한국과 아세안 : 동아시아 평화와 번영을 위한 상생의 파트너'를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싱가포르 렉처'는 싱가포르 동남아연구소가 싱가포르 외교부의 후원을 받아 자국을 방문하는 주요 정상급 인사를 초청해 연설을 듣는 세계적 권위의 행사이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진정성 있게 실천해 나갈 경우 아세안이 운영 중인 여러 회의체에 북한을 참여시키고 북한과의 양자 교류 협력이 강화되길 바라며, 북한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싱가포르를 국빈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이날 낮 오차드 호텔에서 '한국과 아세안, 동아시아 평화와 번영을 위한 상생의 파트너'를 주제로 열린 '싱가포르 렉처' 연설에서 "한국과 아세안 간 이미 구축된 다양한 협력·교류 증진의 틀 내로 북한을 포용하는 게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이 그랬던 것처럼 다음 달 인도네시아에서 개최될 아시안게임이 한반도 평화에 기여하는 화합의 장이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 핵 개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본격화하기 전 아세안은 북한과 호혜적인 경제협력 관계를 맺었고, 아세안은 한·아세안 FTA(자유무역협정)를 통해 개성공단 상품에 한국산과 동일한 관세혜택을 부여하도록 해 남북 간 경제협력을 지원했다"며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이행을 통해 대북 제재가 해제되면 한 때 활발했던 북한과 아세안 간의 경제협력이 다시 활성화될 것이며, 북한과 아세안 모두의 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아울러 "한반도 평화정착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아세안과 한국, 북한과 유라시아 경제를 연결하는 접점이 되어 아세안을 포함한 역내 국가들의 새로운 경제성장 동력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한국에는 싱가포르에는 없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또 하나의 기회가 있다. 바로 남북 경제협력이다. 남북정상회담은 그 시작으로 작년까지만 해도 누구나 꿈이라고 여겼던 일"이라며 "한국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를 기반으로 새로운 경제지도를 그리게 될 것이며, 남북은 경제공동체를 향해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누구나 자기의 실력을 공정하게 발휘할 수 있는 나라로, 평화 위에 번영이 꽃피는 한반도를 만들어나갈 것"이라며 "한반도가 평화를 이루면 싱가포르·아세안과 함께 아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번영하는 지역이, 인류의 미래를 밝히는 희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나는 그동안 김 위원장을 두 번 만났는데, 김 위원장은 이념대결에서 벗어나 북한을 정상국가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의욕이 매우 높았다"며 "김 위원장이 비핵화의 약속을 지킨다면 자신의 나라를 번영으로 이끌어갈 수 있을 것이다. 결코 순탄치 않은 길이지만 정상 간 합의를 진정성 있게 이행해나간다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 이행방안을 더 구체화하고 한미가 상응하는 포괄적 조치를 신속히 추진한다면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라며 "정부는 하루빨리 평화체제가 이뤄져 경제협력이 시작되도록 노력할 것이며, 판문점선언·센토사합의가 지구상 마지막 냉전을 해체한 합의로 기록되도록 국제사회와 협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싱가포르 국빈 방문 마지막 날인 13일 오전(현지시간) 오차드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싱가포르 렉처'에서 연설하기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싱가포르 렉처'는 싱가포르 동남아연구소가 싱가포르 외교부의 후원을 받아 자국을 방문하는 주요 정상급 인사를 초청해 연설을 듣는 세계적 권위의 행사이다. [사진=연합뉴스]



이어 문 대통령은 "나와 트럼프 대통령은 굳건한 한미동맹을 토대로 북핵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는 인식을 함께 해왔다"며 "이런 공동 인식하에 양국은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 양국의 특사단 왕래,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에 이르는 '역사적 대전환'의 모든 과정을 함께 해왔으며 앞으로도 함께 해나갈 것"이라고 확인했다.

또 "아베 총리와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공동 목표를 위해 긴밀한 소통과 협력 관계를 구축해왔다"며 "남북관계 정상화는 북미관계 정상화에 이어 북일관계 정상화로 이어질 것이며, 북일관계 정상화는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이를 위해 일본과도 최선을 다해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은 누구보다 평화를 원하며 한국만큼 평화가 절실한 나라는 없다. 전쟁으로 모든 것을 잃었고, 늘 전쟁의 위협에 시달리며 많은 고통을 감내해 왔다"며 "저 또한 삶의 터전을 뒤로한 채 빈손으로 피난선을 탄 전쟁 피난민의 아들로서, 평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은 이념의 대결로 오랫동안 몸살을 앓아 왔고, 남북 분단은 이념을 앞세운 부패·특권·불공정을 용인했고 이로 인해 많은 역량을 소모했다"며 "그러나 한국은 지금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가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싱가포르에 배워야 할 점이 참으로 많다. 싱가포르의 대담하게 상상하고 대담하게 실천하는 힘도 바로 실력과 실용, 청렴과 공정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한국에 아세안은 경제 발전을 이뤄낼 교역파트너이자 투자대상국이며 이제는 이웃을 넘어 가족과 같은 관계로 발전하고 있다"며 "아세안과 한국은 서로에게 부족한 것을 채우고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관계이며, 평화와 공동번영의 미래를 열어갈 최적의 동반자"라고 분석했다.

문 대통령은 "나는 아세안과의 관계를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의 주요국가 수준으로 격상·발전시켜 간다는 전략적 비전을 갖고 있고 신남방정책을 역점 추진하고 있다"며 "신남방정책은 싱가포르를 포함한 동남아 국가들과 '사람·상생번영·평화를 위한 미래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것이며, 더 많이 더 자주 사람이 만나고 실질 협력을 통해 상생번영의 기회를 넓히며 한반도와 아세안을 넘어 세계평화에 함께 기여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