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신동빈 “그룹 공중분해 우려...박근혜 뜻 거스를 수 없었다”
2018-07-10 07:35
뇌물공여 혐의 거듭 부인, 검찰측 신문 100여개 달해 6시간 강행군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독대 당시 면세점 청탁 혐의를 받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대통령과 면담은 그런 말을 할 자리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9일 서울고법 형사8부(강승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국정농단 사건의 항소심 속행공판에서 신 회장은 자신이 받고 있는 뇌물공여 혐의를 거듭 부인했다.
재판은 약 6시간 동안 진행됐다. 검찰 측과 변호사 측에서 차례대로 신 회장에게 직접 신문 했다. 검찰 측 신문만 100여개에 달할 정도로 관련 사안을 꼼꼼히 체크했다.
검찰은 이 부분에서 신 회장이 당시 소진세 롯데그룹 대회협력단장을 시켜 안 전 수석과 자리를 만들었고, 안 전 수석 역시 1심에서 면세점 관련 애로사항을 들었다고 일관되게 주장하는 점을 지적했다.
반면 신 회장은 “경영권 분쟁 이후 롯데그룹의 나빠진 이미지를 바꾸고 사태에 대해서 해명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정치인이나 의원을 만나기 시작했다”며 “이전에는 정치인을 전혀 만난 적이 없었고 은둔의 경영자라는 말까지 들을 정도로 저는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안 전 수석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 주제가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에 대한 상황설명과 평창올림픽을 통한 경제 활성화 방안 등 면세점 청탁과는 관계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이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분위기를 살펴봤다고 부연했다.
검찰은 이러한 신 회장의 진술에 관해 안 전 수석이 그러한 주장을 들은적이 없다고 답했다고 했다. 아울러 검찰은 안 전 수석의 수첩에 면세점 성장률 숫자를 제시하며 신 회장의 면세점 청탁에 관해 추궁했다. 신 회장은 면세점 사업과 맞는 숫자가 없다고 짧게 답했다.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독대 약속이 정해진 배경과 과정에 관해서도 피고인 신문이 진행됐다.
검찰이 신 회장에게 박 전 대통령과의 독대 날짜가 언제 확정됐는지 묻자 신 회장은 “안 전 수석이 당일 아침에 문자로 알려줬다”고 말했다. 3월 11일 안 전 수석과 오찬을 나눌 당시에는 정확한 날짜를 정하지 않고 가능한 날짜만 알려줬다는 게 신 회장의 설명이다.
검찰은 앞서 이 부회장이 2016년 2월 18일 청와대 단독면담을 시도했다가 거부당한 점도 집고 넘어갔다. 이 부회장이 가진 VIP미팅자료에 면세점 청탁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신 회장에게 보고를 하지 않고 대통령 면담을 시도한 것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신 회장은 “이 부회장이 자신을 대신해 모임이나 중요한 자리에 많이 참석했다”고 답했다.
아울러 이 부회장이 VIP자료를 가지고 있다고 신 회장 자신이 그것과 같은 의지를 가진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자신이 대통령을 면담하러 가는 자리에는 다른 자료를 가져갔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대통령과의 면담에서는 경영권 분쟁 관련 부분을 주로 설명했다는 게 신 회장의 주장이다.
신 회장은 “대통령에게 우선 경영권분쟁으로 시끄럽게 한 점을 사과하고 이어 평창올림픽을 통한 경제발전에 관해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했다”며 “이야기의 말미에 대통령이 K스포츠재단에 지원 요청을 해 이인원 부회장에게 관련 사안을 챙길 것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신 회장은 “당시 대통령을 만나기 전에 경영권 분쟁에 관해 질책을 받을까 크게 걱정을 하고 갔다”며 “대통령이 자신에게 롯데그룹 경영을 그만두라고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는데 면세점 청탁을 한다는 건 말도 안된다”고 첨언했다. 애초에 사과를 하러가는 목적이었으며 건의사항을 꺼낼만한 자리가 아니었다는 주장이다.
당시 박 대통령이 신격호 총괄회장 안부를 물으며 분위기가 다소 누그러지자 신 회장은 앞으로 있을 평창올림픽의 성공 아이디어를 공유했다고 말했다.
검찰과 변호인 양측의 신문이 끝나고 개인적인 발언 기회를 얻은 신 회장은 당시 그룹의 상황과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했다.
신 회장은 "2015년년 초부터 경영권분쟁에 따른 사회적 비난과 정부가 우리에게 가지는 부정적 인식을 알고 있었다"며 "저는 경영권분쟁의 이미지 개선을 시도했고 안 전 수석을 만난 것도 그러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또 신 회장은 "대통령을 만나는 자리는 저를 질책할까 걱정이 앞섰으며 3월 14일 대통령을 뵙고 경영권분쟁에 관해 사과를 했다"며 "대통령의 요청을 거스르다가 공중분해 된 국제그룹의 사례를 알고 있는데 국가 권력자인 대통령의 요청은 지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