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증시에 둥지 튼 '샤오미', 약세로 시작...타이밍 나빴나

2018-07-09 14:39
IPO '대어' 샤오미 홍콩 상장, 장 중 낙폭 5% 웃돌아...불안한 출발
레이쥔 "샤오미 좋은 기업, 더 뛰려고 상장 택했다" 자신감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샤오미가 9일 홍콩증권거래소에 정식으로 상장했다. 이날 상장 기념행사에 참석한 레이쥔 샤오미 회장이 엄지를 치켜들고 자신감을 보이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신화통신]


중국을 대표하는 스마트폰 제조업체로, 스마트홈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올리고 있는 거대 '유니콘' 샤오미가 9일 홍콩증권거래소에 둥지를 틀었다. 하지만 최근 대내외 악재로 증시 분위기가 저조한 데다 샤오미에 대한 불안감 등의 영향으로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샤오미는 9일 오전 9시(현지시간) 종목명 '샤오미그룹(小米集團)', 종목번호 '01810'을 달고 홍콩 증시에 정식 상장했다. 알리바바 이후 가장 큰 IT '대어'로 시장의 큰 기대를 받았지만 공모가는 물론, 첫날 성적도 기대를 밑돌았다. 

샤오미는 이날 공모가 17홍콩달러보다 2.35% 급락한 16.6홍콩달러로 거래를 시작했다. 이후 가파른 내리막길을 타더니 거래 시작 30여분 만에 16.06홍콩 달러까지 떨어지며 장중 낙폭이 5.52%에 육박했다. 이후 서서히 매수세가 몰리면서 낙폭을 크게 줄였지만 공모가 대비 0.12% 낮은 16.98홍콩달러에 오전장 거래를 마쳤다. 오후장 거래가 시작됐지만 아직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상장 후 시가총액 540억 달러도 어려울 전망이다. 앞서 샤오미가 상장을 통해 가치 1000억 달러의 기업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기도 했으나 공모가가 낮아지고 조달액이 줄면서 규모가 크게 줄었다. 여기다 첫날 부진한 시작을 보이면서 이조차도 달성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미·중 무역전쟁이 현실이 되고 중국 등 신흥국 증시가 급락하는 등 시장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상황으로 샤오미의 상장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이날 홍콩 항셍지수가 오전장에서 전거래일 대비 1.50% 급등 마감한 점을 고려하면 시장 분위기만의 영향으로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앞서 중국 시장 전문가와 중국 금융전문매체들은 유니콘 기업의 잇따른 상장으로 투자 희소성이 낮아지고 이들 주가가 기대에 못 미치면서 투자심리도 다소 위축됐다고 분석했다. 또, 샤오미의 수익모델이 확실히 증명되지 않았다는 점도 부정적이다. 샤오미가 당초 예상에 비해 공모가를 낮게 잡고 조달 규모를 줄인 것도 이와 연관된다. 

하지만 샤오미는 자신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레이쥔(雷軍) 샤오미 최고경영자(CEO)는 상장 기념행사 축사에서 "최근 미·중 무역전쟁이 심화되고 세계 자본시장도 예측하기 어려운 변화무쌍한 상황"이라며 "비록 전반적으로 흐름이 좋지 않지만 좋은 회사는 자연히 돋보이게 된다"고 밝혔다. 샤오미의 가치가 투자자들의 인정을 받을 수 있다고 자신한 것이다.

또, "이렇게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귀중한 자금을 샤오미를 믿고 맡겨준 10만여 투자자에 고마움을 전한다"면서 "특히 리카싱 청쿵그룹 회장과 마윈 알리바바 회장, 마화텅 텐센트 회장 등에 감사한다"는 메시지를 덧붙였다.

레이 회장은 전날인 8일에도 공개서한을 통해 샤오미의 야심찬 목표를 공개했다. 그는 "상장은 샤오미의 새로운 시작"이라며 "더 나아가기 위해 상장을 택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스마트폰 세계 3위 진입 △ 생산 품종의 단계적 확대 △ 글로벌 시장 비중 50% 이상 등을 목표로 제시했다.

시작은 기대에 못 미쳤지만 일단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상장을 통해 새로운 자금조달 창구를 확보했고 투자를 통해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기 때문이다. 

홍콩 증시가 '혁신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진입 문턱을 낮춘 후 낚은 대어라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는 지적이다. 경제관찰망은 9일 "샤오미는 홍콩 증시 개혁 후 처음으로 '차등의결권'이 허용된 기업"이라며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상장 첫날인 9일 샤오미의 주가 추이, 오전장을 공모가 대비 0.12% 하락 마감했다. [출처=퉁화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