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형의 해외투자 ABC] 샤오미 홍콩 증시 상장 앞두고 악재 겹겹

2018-07-07 00:00
샤오미 IPO 흥행 실패 이어 MSCI 편입 불발

2018 샤오미 중국 본토증시 상장 일정. [그래픽=김효곤 기자]


9일 홍콩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샤오미가 또다시 체면을 구겼다. 지난달 말 진행된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흥행에 실패한 샤오미는 최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 조기 편입도 불발됐다.

샤오미는 중국을 대표하는 스마트폰 제조업체로, 지난 2010년 6월 설립됐다. 설립 8년 만에 세계 4위의 스마트폰 제조업체로 성장했다. 하지만 미·중 무역전쟁 등 대외적 변수에다가 연이은 악재까지 겹치면서 명성에 금이 갔다.

◆샤오미 IPO 흥행 사실상 실패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IPO를 마친 샤오미의 공모가는 주당 17홍콩달러로 정해졌다. 이는 상장 주관사인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가 제시한 공모 희망가(17홍콩달러∼22홍콩달러)의 하한선이다.

청약 경쟁률도 낮았다. 지난달 25∼27일 사흘간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공모주 청약 경쟁률은 3대 1에 그쳤다. 애초 10대 1도 가능할 것이란 전망은 빗나갔다. 청약 공모 과정에서 두 개 증권사의 공모주 청약(17억 홍콩달러 규모)이 취소됐다.

샤오미는 이번 IPO에서 약 21억8000만 주를 매각했다. 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목표치로 잡았던 61억 달러를 밑도는 47억 달러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시가총액도 1000억 달러에서 540억 달러 수준으로 사실상 반 토막 날 전망이다.

대내외적 악재가 겹쳤다. 미·중 무역전쟁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홍콩항셍지수는 지난달에만 7% 가까이 하락했다. '무역전쟁의 최대 피해자는 샤오미'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높은 밸류에이션도 샤오미의 발목을 잡았다. 밸류에이션이란 실적 대비 주가 수준을 말한다. 업계에서 보는 샤오미의 주가수익비율(PER)은 39∼51배다. 업계 1위인 애플은 14.8배에 불과하다.

◆샤오미, MSCI 지수 편입 불발

샤오미의 굴욕은 이뿐만이 아니다. MSCI는 지난 4일 샤오미의 인덱스 편입이 어렵다고 밝혔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샤오미의 Class A와 Class B 주식 간의 '차등의결권'이 걸림돌이 됐다"고 분석했다. Class A는 1주당 1개의 의결권, Class B는 1주당 복수의 의결권을 가진 주식을 말한다.

MSCI는 지난해 11월부터 차등의결권을 가진 종목의 지수 편입을 임시 금지했다. 홍콩거래소의 상장 유인책이었던 차등의결권이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다. 홍콩거래소는 대주주 지분의 의결권을 강화한 차등의결권 제도를 도입했다. IPO 활성화를 위해서다.

최 연구원은 "MSCI의 차등의결권 종목에 대한 지수 처리 방안은 오는 9월 28일 발표될 예정"이라며 "샤오미의 MSCI 편입 결정도 해당 발표 이후에 확실해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샤오미의 전망이 어두운 것만은 아니다. 시장 기대치에는 못 미쳤지만, 샤오미의 상장 규모는 2014년 알리바바의 뉴욕 증시 상장 이후 최대 규모(기술주 분야)다.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샤오미는 올해 1분기 점유율이 30.3%로, 삼성전자(25.1%)를 앞질렀다. 김선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부터 사물인터넷(IoT) 가전제품 등까지 샤오미의 잠재력은 크다"며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는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