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30시간 근무제’ 도입 하고도 억만장자…日 대표 기업인 마에자와 유사쿠

2018-07-05 06:00
일본 최대 패션 이커머스 조조타운의 수장
입으면 자동으로 사이즈 측정 해주는 ‘조조수트’로 혁신의 문 열어
고졸∙밴드 출신에 잇따른 여배우와 스캔들까지 ‘파격의 끝판왕’

마에자와 유사쿠 스타트 투데이 CEO [사진=마에자와 유사쿠 공식 트위터]


이달부터 우리나라에서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작됐다. 주 40시간 법정 근무시간 외에 연장근로를 12시간까지만 허용하는 것이다. 이전까지 주당 근무시간이 최대 68시간이었는데 거기서 16시간을 줄였다.

일본에는 무려 6년전 주 30시간 근무제를 과감하게 도입한 기업이 있다. 일본 최대 패션 이커머스 조조타운을 운영하는 스타트 투데이는 지난 2012년 5월 하루 6시간 근무제를 도입했다. 집중적으로 일하고 나머지 시간에 휴식을 하거나 가족을 위해 사용한다면 직원은 물론 기업에도 좋다는 생각에서다.

효과는 즉시 나타났다. 삶의 질이 향상된 직원들의 1인당 생산성과 실적이 크게 상승했다. 2012년 10~12월 직원의 1인당 생산성이 전년 대비 25% 향상된 것이다.

이 같은 과감한 결단을 내린 주인공은 스타트 투데이의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마에자와 유사쿠 대표다.

◆ 독특함 추구하던 어린 소년, 밴드 드러머에서 사업가로

“고등학생 시절 학교를 가는 열차 안에서 우울해 보이는 직장인들을 보며 나는 절대 저렇게 살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지금도 이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지난달 29일 일본 닛케이 아시안 리뷰와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어린 시절의 경험이 현재 그의 경영 철학이 된 셈이다.

보도에 따르면 마에자와는 어린 시절부터 평범을 거부하고 독특함을 추구했다. 친구들과 공을 차며 뛰어 노는 대신 사슴벌레를 수집했으며 일본 명문 사립대 부속고등학교인 와세다실업고등학교 시절엔 공부 대신 하드코어 록밴드 ‘스위치 스타일’을 결성해 음악에 매진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음악공부를 위해 미국으로 떠난 그는 주로 자신이 좋아하는 밴드의 연주를 들으러 다니며 레코드 CD를 수집하거나 팔기도 했다. 반복되는 생활에 지친 그는 6개월 만에 귀국을 결심해 돌아왔지만 이 시기가 그의 인생에 터닝포인트가 됐다. 마에자와는 “미국에 있었을 당시 마치 내가 고등학생 시절 지하철에서 만났던 직장인이 된 것 같아 견딜 수 없었다”면서 “그러나 당시의 CD를 모으고 팔았던 경험이 사업가로서의 눈을 뜨게 했다”고 설명했다.

1995년 일본으로 돌아온 마에자와는 미국에서 해오던 취미를 바탕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수입 음반을 우편으로 주문 받아 판매하는 사업이었다. 수입이 높아지고 나름의 성과가 보이자 그는 1998년 ‘스타트 투데이’를 설립해 온라인으로 CD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조조타운의 시초가 됐다.
 

입으면 신체 사이즈 측정이 가능한 조조수트 [사진=조조타운]


◆ 패션 이커머스 ‘조조타운’으로 억만장자까지 등극

마에자와는 평소 관심이 많았던 의류 사업에도 손을 뻗었다. 2000년부터는 스타트 투데이에서 의류를 취급하며 ‘온라인 패션 쇼핑몰’로 변신을 꾀했다. 특유의 예술적 감각으로 골라낸 옷은 소비자들의 반응을 이끌었다. 온라인 쇼핑의 초기였던 시기지만 스타트 투데이를 찾는 이들은 점점 늘어났다.

사업이 궤도이 오르자 그는 회사를 주식회사로 전환하고 패션 소매 사이트 ‘조조타운’의 문을 열었다. 당시에는 흔히 볼 수 없는 플랫폼이기 때문에 모험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으나 남들보다 한 걸음 빠른 움직임으로 조조타운을 성장시켰다.

조조타운은 빠른 속도로 발전했다. 2007년 12월 11일 도쿄증권거래소 마더스에 상장된 이후 실적이 10분기 연속 증수증익(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증가)을 달성했다. 지난해 8월에는 시가 총액이 1조엔(약 10조원)을 넘어섰다. 일본 모든 유통 업체에서 시총이 1조엔을 넘는 기업이 편의점 체인 운영 기업과, 유니클로 등 소수에 불과한 것에 비하면 대단한 성과다.

마에자와는 지난해 미국 경제 잡지 포브스가 발표한 일본 부자 순위에서 14위에 올랐다. 올해 5월 발표된 포브스 일본 부자순위에서는 27억 달러의 재산으로 조금 밀려난 18위를 차지했지만 여전히 일본 부자순위 20위 내에서 유일한 40대 억만장자다.

큰 성공을 거뒀음에도 그의 혁신적인 면모는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올해는 조조타운의 자체 브랜드 ‘조조수트’를 출시했는데 입는 순간 치수를 측정해주는 센서 내장형 바디수트다. 이 수트를 입고 스마트폰 블루투스로 연결하면 신체 모든 부위의 치수가 즉시 측정되고 치수를 활용해 나에게 딱 맞는 옷을 고르는 일도 가능하다.

당시 마에자와는 "앞으로는 사람이 옷에 맞추는 시대에서 옷이 사람에 맞추는 시대로 변모한다"며 "사람들이 조조수트를 체중계나 체온계처럼 각 가정에 하나씩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하기도 했다.
 

마에자와 유사쿠가 지난해 1200억원으로 낙찰 받은 미국 화가 미셸 바스키아의 작품 ‘무제(1982)’ [사진=마에자와 유사쿠 공식 트위터]


◆ 여배우와의 스캔들부터 천억원 대 미술품 경매까지 日 기업인 최대 ‘이슈메이커’

독특한 개성 때문일까. 마에자와는 일본 기업계의 '악동'으로도 불린다. 특히 여배우와의 몇차례 염문설은 일본 열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지난 4월에는 17살 연하의 일본 배우 고리키 아야매와의 열애를 인정하기도 했다. 일본인 메이저리거 다르빗슈의 전 부인인 배우 사에코와 결별한 지 1년 6개월 만인 열애설은 대중에게 적잖은 충격을 줬다.

마에자와는 미술품 수집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지난해에는 미국의 화가 미셸 바스키아의 작품 ‘무제(1982)’를 최근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123억 엔(약 1200억원)에 낙찰 받아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자신이 사들인 작품들을 스스로 세운 현대미술관에 전시하고 있다. 와인과 스포츠카 수집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일이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을 살려서 사람과 사회를 위해 활동할 수 있는 멋진 액티비티"라며 "정말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는 일을 해야만 사업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