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 파탄잘리의 요가수트라] 신(神)

2018-07-02 03:02
요가수트라 I.23

 

배철현 교수(서울대 종교학)


신적인 인간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
인간은 누구인가?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는 달리 삶의 덧없음을 분명히 인식하는 존재다. 그(녀)는 화살처럼 빨리 사라지는 순간을 아쉬워하며 그것을 잡아두기 위해 애쓴다. 그는 자신의 정체성을 탐구하고 구축하는 과정에서, 인간을 포함한 만물의 운명을 결정하고 시간을 초월한 존재를 상상해 낸다. 그것이 신(神)이다.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는 지금부터 30만년 전 아프리카 북부에서 등장하기 시작하여 오늘날 케냐와 에티오피아인 아프리카 동부로 먹을 것을 찾아 이주했다. 그들은 10만년 전부터 지금의 중동지방을 통해 네안데르탈인을 비롯한 다른 유인원들이 자리 잡고 있는 유럽으로 진출했다. 신체적으로 우월한 네안데르탈인들은 놀랍게도 2만8000년 전 자취를 감추고 사라진다. 그들은 호모 사피엔스와 성교를 할 정도로 가까웠다. 현생인류의 유전자엔 그들의 흔적이 남아 있다.

호모 사피엔스의 일부는 네안데르탈인과 달리 특이한 행위를 반복하였다. 그들은 빙하가 수십m 쌓인 유럽에서 생존하기 위한 사냥을 하기 위해 흑요석(黑曜石)으로 만든 단단한 칼을 긴 막대에 장착하여 창을 제작했다. 그들은 동료들과 함께 사냥 전력을 구상해 거대한 야생 사슴이나 들소를 사냥했다.

이런 행위는 생존을 위해 애쓰는 다른 유인원들과 동일한 행위들이다. 이들을 다른 유인원들과 구분지은 행위는 이것이다. 지구가 조성될 때 대륙이 이동하면서 만들어진 거대한 산맥 가운데 생겨난 동굴 속 깊이 들어가 정교한 의례를 드렸다. 기원전 3만2000년부터 농업이 발견된 기원전 1만년까지로 추정되는 동굴에는 미켈란젤로가 시스틴 성당의 천장에 그린 벽화보다 원색적이며 창의적인 벽화들이 발견됐다.

그들은 이곳에서 벽화를 그리고, 춤을 추고, 노래를 하고, 죽음 이후의 삶, 저 너머의 삶을 상상하는 의식을 행했다. 특히 지금까지 발견된 최초의 동굴벽화인 쇼베동굴 벽화는 기원전 3만4000년의 것으로 추정된다. 이 동굴 그림에는 거대한 황소와 여성의 하체가 함께 묘사된 벽화가 있다. 인간과 초자연적인 괴물을 함께 묘사하여 초월적인 존재를 상상했다. 이 존재가 바로 신이다. 기원전 3만2000년부터 신체적으로는 호모 사피엔스지만 정신적으로는 전혀 다른 인종이 등장하였다. 이들이 네안데르탈인을 사라지게 만들었다. 이들이 바로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Homo sapiens sapiens)'다.

신에 관한 다양한 용어들
신에 대한 최초의 문자는 수메르어다. 수메르인들은 지금 이라크 남부지역에 거주하면서 도시와 문자를 발명하여 최초의 문명을 건설했다. 그들에게 신은 밤하늘에 떠 있는 ‘별’과 같은 존재다. 분명히 존재하지만 다가갈 수 없다. 그들은 진흙을 손으로 다듬어 손바닥크기로 만들어 토판문서를 만들었다. 갈대 가지를 뾰족하게 갈아 철피로 사용한다. 그들은 부드러운 진흙 표면 위에 별표(*)를 그림글자로 그려 신을 표시하였다. 신을 수메르어로 ‘딩길(dingir)'이라고 불렀다.

수메르인들은 기원전 2000년경 사라졌다. 오늘날 이란에 거주하던 엘람인들의 공격을 받아 수메르 도시국가들이 하나 둘씩 사라졌다. 그 후에 수메르인들이 거주하던 곳에 들어와 정착한 사람들이 바빌로니아인들이다. 이들은 셈족계열 민족으로 후에 등장하는 이스라엘 민족이나 아랍 민족과 동일한 조상의 자손들이다.

셈족들은 신을 원-셈어로 ‘일(*il-)' 혹은 ‘일라(*ilā)'라고 불렀다. ‘일’이나 ‘일라’는 ‘처음에 존재한 자’란 의미다. 이 어원에서 신을 의미하는 아카드어 ‘일루(ilu-)', 히브리어 ‘엘(el)', 그리고 아랍어 ‘알라(allah)'가 파생했다. 이슬람 종교의 신명인 알라는 아랍어 정관사 ‘알(al)'과 일라의 합성어로 ‘바로 그 신’이란 의미다.

독일을 포함한 게르만 민족들은 신을 ‘의례를 거행할 때 샤먼의 입을 통해 불러들이는 자’란 의미로 영어로는 ‘갓(god)', 독일어로는 ‘곳(Gott)'라고 불렸다. 인도유럽어를 연구하는 고전문헌학자들인 이 단어들의 어원을 다음 두 가지로 설명한다. 첫째, 이 단어들은 게르만어(독일어와 영어가 속한 어군)를 비교 연구하여 최초의 언어 모습을 재구성한 원-게르만어로 ‘게우(*gheu-)'라는 단어에서 파생됐다.

‘게우’는 ‘부르다; 불러들이다’라는 의미다. 영어 '갓'과 독일어 '곳'은 문법적으로 게우라는 동사의 과거분사 중성단수 명사로, 그 의미는 ‘(샤먼이 의례를 행할 때) 불러 들여진 어떤 것’이란 의미다. 둘째, 이 단어들은 원-게르만어의 상위 개념인 원-인도유럽어로 거슬러 올라가 ‘의례를 행할 때, 신주(神酒)를 붓다’라는 의미를 지닌 원-인도유럽어근 게우로 환원할 수도 있다.

이 어근은 고대 그리스어에서 ‘물을 붓다’란 의미의 ‘케인(khein)'으로 등장한다. ‘쿠테 가이아(khute gaia)'라는 그리스어 관용 어구는 ‘신주를 땅에 붓다, 뿌리다’라는 의례행위를 지칭한다. 초기 인류는 ‘땅’에 거룩한 영이 깃들어 있기 때문에 이런 행위를 반복했다. 그러므로 영어 갓과 독일어 곳은 ‘샤먼의 신주를 받는 존재’란 의미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신을 ‘세오스(theos)'라고 불렀다. 이 단어는 원-인도유럽어 어근에서 ‘적재적소에 배치하다’란 의미인 ‘데(*dheh-)'에서 파생했다. 신은 우주 안에 존재하는 만물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각자에게 알맞은 기능을 부여한 자다. 인도유럽어에서 ‘배치하다, 주다’란 의미의 단어들이 모두 이 어근에서 유래했다. 산스크리트어 ‘다다티(dadhati)', 아베스타어 ‘다다이티(dadaiti)', 고대 페르시아어 ‘다(da-)', 히타이트어(터키에서 기원전 19~12세기에 사용된 최초의 인도·유럽어) ‘다이(dai-)', 고대 그리스어 ‘티세나이(tithenai)', 라틴어 ‘파케레(facere)' 등이 모두 이 어근에서 나왔다.
 

'옛날부터 계신 분' 윌리엄 블레이크 (1757–1827) 1794년 대영박물관 소장 36.0 x 25.7 cm [사진=배철현 교수 제공]

‘이슈바라’
고대 인도인들은 신을 어떻게 지칭했을까? 그들은 신을 다양한 단어를 사용하여 불렀다. 그들의 신은 아브라함 종교, 즉 유대교, 그리스도교, 이슬람교에서 사용하는 유일한 존재로서의 신과는 다르다. 가장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데바(deva)'다. 이 단어는 기원전 1000년부터 베다 문헌에 등장하는 용어로 ‘하늘에서 빛나다’란 의미를 지닌 인도·유럽어 어근 ‘디우(*diw)'에서 유래했다. 데바는 만물을 소생시키고 빛을 주지만 육안으로 볼 수도 없고 가까이 갈수도 없는 그런 존재다.

‘신’을 의미하는 라틴어 ‘데우스(deus)', 영어 ‘디비너티(divinity)', 프랑스어 ‘디유(dieu)', 스페인어 ‘디오스(dios)', 그리고 이탈리아어 ‘디오(dio)'가 모두 이 단어에서 유래했다.

파탄잘리는 '요가 수트라 I.23'에서 특별한 단어를 이용하여 신을 언급한다. 산스크리트 단어인 ‘이슈바라(īśvara)'다. 요가는 무신론 철학인 삼키아를 근거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이슈바라’라는 기성종교에서 말하는 신 이외에 다른 의미일 것이다. 삼키아는 인류 최초의 무신론 사상이다. 요가철학이 삼키아사상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지만 그 관계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후대학자들은 요가 사상을 종종 형용모순인 ‘세슈바라 삼키아(sesvara Samkhya), 즉 ‘신이 있는 상키아’ 사상이라고 부른다. 요가를 수련하는 자가 요가철학에 대한 학문적인 난제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요가는 몸과 마음을 모두 사용하는 실질적인 과학이기 때문이다. 모든 실질적인 과학은 그것을 뒷받침하는 이론과 정확하게 일치하지는 않는다.

파탄잘리가 정리한 '요가 수트라'는 과학적인 체계이며, 이 체계는 그 당시 과학적으로 가장 완벽한 이론인 삼키아를 차용하였지만 파탄잘리의 요가철학은 삼키아와 다르다. 특히 이슈바라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신에 관한 관념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삼키아는 만물과 우주에 관한 가장 추상적이며 이론적인 철학이지만, 파탄잘리의 요가철학은 인간의 실생활에서 사물의 있는 모습을 그대로 보지 못하는 무명(無明)의 번뇌에서 벗어나는 실천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파탄잘리는 요가수트라 I.23-29, II.1, II.2, II.32 그리고 II.45에서 자세하게 다뤘다. 이슈바라가 요가철학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이슈바라는 요가수련자의 육체적, 정신적, 그리고 영적인 해탈을 도와주는 결정적인 촉매이자 스승이다. 파탄잘리의 이슈바라는 유일신 종교의 창조주나 아드바이타 베단타 학파에서 주장하는 우주적 원리로서의 절대자가 아니다. 이슈바라는 ‘통치자, 주인, 왕, 여왕, 남편’이란 다양한 의미를 지닐 뿐만 아니라 후대 힌두문헌에서 ‘신, 최고 존재, 인격적인 신’ 혹은 ‘우주적인 자아, 진아’라는 의미로 확장됐다.

인도의 가장 오래된 경전인 리그베다에는 ‘이슈바라’라는 단어가 등장하지 않는다. 기원전 1세기 힌두교의 윤리를 다룬 법전인 ‘다르마샤스트라(Dharmaśāstra)'에서 ‘왕’이란 의미로 처음 등장하여 사용됐다. 이슈바라는 대승불교에서 한 보살(菩薩)의 이름 ‘아발로키테슈바라(Avalokiteśvara)'의 뒷부분에서 발견된다. 이 보살은 자비로운 행적으로 유명한 사람이다.

이슈바라는 ‘-을 장악할 수 있는 존재’ 혹은 ‘주인, 통치자’란 의미를 지닌 ‘이슈’ īś-와 ‘최선의 선택, 숭고한 복, 탁월한 선물’ 혹은 ‘한 여인에게 결혼을 간청하는 사람’이란 의미의 ‘바라(vara)'의 합성어다. ‘이슈바라’는 ‘자신의 삶을 위해 최고의 선택을 하는 자’란 의미다. 파탄잘리는 요가 수련자는 ‘이슈바라’라는 신에게 헌신하는 자다. 이슈바라는 자신의 일상을 관조해 자신이 도달하려는 해탈을 위해, 최선의 선택을 스스로 결정하는 자, 자신이 자신에게 주인이 되는 자다. 나는 일상에서 최선의 선택을 감행하는가? 나는 내 삶의 온전한 주인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