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 파탄잘리의 요가수트라] 간절(懇切)
2018-06-18 06:00
요가수트라 I.21
행복한 사람
행복한 사람은 덧없이 흘러가는 세월 속에서 자신의 고유한 임무를 아는 사람이다. 그(녀)는 자신의 환경이 아무리 열악하다 할지라도 자신이 반드시 완수해야 할 일을 발견하고 실천하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흘러가는 시간을 막아 순간을 영원으로 만드는 예술가가 된다. 자신에게 고유한 임무를 발견하는 과정(過程)이 확신(確信)이다.
나에게 주어진 운명인 ‘지금’이라는 시간과 ‘여기’라는 공간에서 내가 반드시 완수해야 할 임무는 순간적이면서도 영원하다. 이 임무는 지금 이 순간에 완성되기 때문에 ‘실현된 종말’이다. 확신은 그 임무를 완수하도록 도와주는 안내자다. 확신 없이 이루어지는 일은 없다.
복이 있는 사람은 자신에게 맡겨진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묵묵히 정진(精進)한다. 그는 한 점을 향해 좌우를 두리번거리거나 뒤를 돌아보지 않고, 자신이 정한 속도대로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다. 이 한 걸음이 그가 도착하고 싶은 목적지를 가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징검다리가 된다. 한 걸음에 인내를 더하면 목적지가 된다. 그러므로 내가 집중(執中)해야 할 유일한 화두는 완벽한 한 걸음이다. 완벽한 한 걸음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자 실천이 연습
연습을 게을리한 운동선수가 좋은 성과를 낼 수 없다.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는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그는 평상시에 그 상황을 이미 수없이 상상하고 연습했기 때문이다. 그는 그 순간을 영원으로 늘려보기 때문에 주위에서 달려오는 선수들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골키퍼의 움직임도 느린 동작으로 본다.
간절
요가 수련자가 삼매경에 진입하기 위한 여정을 떠나기로 결정한 후에 그가 그 도중에서 만나는 다양한 유혹이나 장애물은 그를 훈련시키는 도우미들이다. 그의 시선은 목적지에 고정돼 있기 때문이다. 요가 수련자가 이런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解決)하는 것이 아니라 해소(解消)시킨다.
그는 오히려 도중에 만나는 다양한 어려움들을 통해 목적지를 가장 효율적으로 도달하는 방법을 터득하기 때문이다. 그는 때때로 실수를 범하지만 실수를 반복하지는 않는다.
간절(懇切)이란 단어는 자기 확신과 꾸준한 연습을 지탱하는 마음가짐이다. 간절한 마음은 내게 맡겨진 임무를 자신에게 의미 있고 주변 사람에게 아름답게 완수하기 위해 자신을 가다듬는 마음의 상태다. 간절이란 한자의 간(懇)은 자신에게 맡겨진 임무가 무엇인가 가만히 헤아리고 그것을 조금씩 완수해가는 과정을 소리 없이 지켜보는 마음이다. 이 한자는 세가지 단어의 합성어다.
두 글자가 마음 ‘심(心)'위에 놓여있다. 왼편 글자 豸의 한자 훈음은 ‘발없는 벌레 치’ 혹은 ‘해태 치’ 혹은 ‘해태 태’다. 이 글자는 고양이와 같은 짐승이 몸을 잔뜩 웅크리고 등을 굽혀 먹이에 덮쳐들려고 노리는 순간을 표현한 형상이다. 자신이 목표한 먹잇감을 한순간에 낚아채기 위해 발자국 소리를 내지 않는다. 그리고 그의 눈은 오직 그 목표물에 조준돼 흔들림이 없다.
오른편에 있는 한자 艮은 ‘그칠 간’으로 ‘가만히 눈여겨보기 위해 모든 움직임을 정지하다’라는 의미다. 세상의 비밀은 이런 집중하고 몰입하는 자에게 드러나게 마련이다. ‘간절’한 사람은 순간의 집중을 자신의 심장(心)을 내어줄 정도로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다.
간절한 사람의 말과 행동은 잡다하거나 어수선하지 않다. 그는 자신에 해야 할 한 가지를 분별(分別) 할 줄 한다. 분별이란 ‘무엇을 빼야할지 아는 능력’이다. ‘끊다’는 의미를 지닌 한자 ‘절(切)'자는 자신이 지닌 분별의 힘으로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생각, 말 그리고 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나타낸다. 요가는 수련자의 마음가짐과 몸가짐을 가다듬어 삼매경에 진입할 수 있도록 최적의 심신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요가 수트라 I.21
파탄잘리는 '요가 수트라' I.21와 I.22에서 요가수련자가 삼매경으로 진입하기 위한 요소들을 간결하지만 강력하게 설명한다. I.21에서는 수련방법을 I.22에서는 수련자의 수준을 소개한다. 요가 수트라 I.21의 산스크리트어 원문 음역은 다음과 같다. “티브라-삼베가남-아산나흐(tīvra-saṁvegānām-āsannaḥ)" 이 문장을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요가 수련자는) 철저(徹底)한 간절함으로 (삼매경에) 근접(近接)한다” 그는 삼매경에 진입하려는 열망이 크면 클수록 삼매경에 조금씩 다가간다.
요가 수련의 성과는 수련자가 얼마나 삼매경에 진입하기 위해 간절한가에 달려있다. 세속적인 성공은 그것을 조절하는 다양한 외적인 변수들이 있다. 그러나 요가의 목적은 요가 수련자 내면에서 달성된다. 그의 성공은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조절하느냐에 달려있다. 권력자가 되거나 기업가가 되기 위해서는 수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요구들을 적절하게 조절해야 한다.
그러나 요가 수련자는 자신의 마음만 다스리면 된다. 요가 수련자와 삼매경 사이에 존재하는 걸림돌은 자신의 욕심이다. 그는 우선 이 욕심을 신속하게 그리고 철저하게 제거해야 한다.
영국 시인이자 기자였던 에드윈 아놀드 경(1832-1904)은 고타마 싯다르타가 붓다가 된 후 깨달은 바를 서사시 '아시아의 빛'으로 서구에 처음으로 소개했다. 이 서사시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등장한다. “너희들은 너희들 자신 때문에 고통을 당한다. 그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너희들이 살고 죽고 바퀴 위에서 휘몰아치고 입 맞추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아놀드 경은 자신의 참자아인 ‘아트만’을 아는 것이 꽃을 따는 것보다 쉽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당신이 꽃을 따기 위해서는 손을 내밀어 꽃에 다가가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이 마음을 알기 위해 자신의 시선을 마음속으로 돌리면 된다.
요가수련의 본질은 수련자 마음을 가만히 응시해 유기해야할 것을 버리는 연습이다. 이 과정은 새로운 사상이나 몸동작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알게 모르게 축적된 군더더기 생각과 그것을 통해 만들어진 몸의 불균형을 원래 상태로 다시 돌리는 행위다. 이 과정은 세속적인 삶을 오랫동안 추구하여 자신에게 달라붙은 이기적인 마음과 행동을 버리는 수련이다. 파탄잘리는 이 과정을 세 산스크리트 단어를 사용하여 함축적으로 표현했다.
철저
첫 번째 산스크리트 단어는 ‘티브라(tīvra)'다. 이 단어는 강하고, 폭력적이며, 강렬하고 철저한 상황을 의미하는 형용사다. 티브라는 요가 수련자가 자신에게 요구하는 삶의 태도다. 마라톤 선수는 올림픽 마라톤 경주를 4년간 준비하면서 하루도 쉬지 않고 달리기를 연습해야 한다. 일반적인 선수들은 다른 선수들의 기록이나 신기록을 세우기 위해서 연습하지만 세계 최고의 선수는 더 나은 기록을 위해 자신과 경쟁한다.
그의 연습은 철저하다. 한자 철저(徹底)는 자신이 만든 회초리(攵)로 자신을 독려하여 조금씩 걸어가면서 스스로를 가르치는(育) 행위다. 심지어 남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자신이 거주하는 장소(广)의 가장 낮은 곳(氐)까지 보살피는 마음이다. 전체가 부분이며 부분이 전체다. 작은 것 하나까지도 관찰하고 다스리는 것이 곧 전체를 다스리는 것이다.
간절
두 번째 단어는 ‘삼베가(saṁvega)'이다. ‘삼베가’는 ‘함께’라는 의미를 지닌 접투사 ‘삼(sam)'과 ‘빨리 움직이다’란 의미를 지닌 ‘비즈(vij)'의 합성어다. 이 단어를 직역하자면, ‘삼매경을 지금 당장 진입하겠다는 절박한 마음’이다. 요가수련자는 누구보다도 강력한 이 영적인 간절함을 연습한다. 대부분의 요가수련자가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수련을 포기하는 이유는 이 간절함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이 간절함으로 수련을 방해하는 다양한 사건들을 순조롭게 극복한다. 삼베가는 간절함이며 불굴의 의지다. 요가 수련자는 매일 매일 수련을 통해 삼매경에 진입하는 데 방해가 되는 잡념과 그 잡념에서 우러나오는 행동들을 제어한다. 그는 또한 삼매경에 진입하기 위해 몸과 마음과 정성을 다해 하루의 수련을 존경심을 담아 간절하게 완수하는 자다.
근접
세 번째 단어는 ‘근접’이란 의미를 지닌 ‘아사나(āsanna)'다. 요가수련자가 삼매경에 거할 수 있는 이유는 그가 끊임없이 인내를 가지고 연습하기 때문이다. 그가 자신이 이제 삼매경 안으로 진입했다고 자만하는 순간 삼매경은 그를 내쫓는다. 그는 일단 삼매경 안으로 진입하면 그 삼매경은 더 심오한 삼매경의 가장자리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삼매경은 그 안으로 들어가려고 노력하는 수련자에게 매일 매일 새롭게 주어지는 선물이다. 나는 내 인생에서 내가 완수해야할 고유한 임무를 알고 있는가? 나는 그 임무를 완성하기 위해 간절한 심정으로 노력했는가? 나는 삼매경의 언저리에서 유유자적하며 더욱더 수련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