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갤러리] 70년의 기다림, '이제 정말 마지막일텐데…'
2018-06-25 14:52
무려 70여년의 기다림이다. 남북 관계가 호전될 때마다 혹여나 만날 수 있을까 기대감은 높아졌다. 냉랭한 남북관계 때는 살아생전 다시 기회가 찾아올까 답답하기만 했다.
25일 대한적십자사를 찾은 95세 박성은 할아버지 이야기다. 평안북도 철산군이 고향이라는 박 할아버지는 "이산가족 상봉을 위해 수없이 신청했지만 이번이 마지막"이라며 "내가 몇 년이나 더 살겠나"라고 말했다.
추첨장에서 동향 친구와 만나 함박웃을 짓던 박 할아버지는 결국 상봉자 추첨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자신의 이름이 없는 명단을 힘없이 바라보다 두 어깨를 늘어뜨린 채 추첨장을 떠날 수 밖에 없었다.
2015년 이후 3년 만의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추첨은 무작위 컴퓨터 추첨으로 이산가족 상봉자의 5배수인 500명을 1차 선정했다. 이번 이산가족 상봉에는 총 5만7천명이 지원했다. 무려 568.9:1의 경쟁률이다.
세월이 흘러서였을까? 3년 전 같은 추첨장을 방문했던 상봉희망자들의 숫자는 눈에 띄게 줄었다. 갈수록 기다림에 지쳐 그리움에 눈도 못 감은 고령의 노인들이 많기 때문이다. 추첨 시간이 다 되어도 상봉 희망자보다 기자들의 카메라가 더 많이 보였다.
박경서 대한적십자사 회장은 "합의문에 있는 것처럼 앞으로 판문점 적십자 채널을 통해 이산가족 생사확인·화상상봉 및 직접상봉·고향방문·성묘를 위한 모임을 계속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하며 "꼭 한을 풀어드리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