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독전' 강승현 "스크린 속 내 모습, 공포영화 보는 기분"
2018-06-22 17:43
스크린 속, 자신의 모습이 낯설었던 강승현(31). 대중들 역시 ‘배우’ 강승현보다, ‘모델’ 강승현이 더 익숙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을 읽는 것을 업으로 삼은 강승현은 모델에게 요구되는 것과 스펙트럼이 넓어졌다는 것을 깨달았고 “시대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고자” 활동 경계를 허물기 시작했다. “트렌드(유행)를 읽는 것뿐만이 아니라, 이끌어가야 하기 때문”이었다.
지난달 22일 개봉, 누적관객수 489만 명을 돌파한 영화 ‘독전’(감독 이해영)은 아시아를 지배하는 유령 마약 조직의 실체를 두고 펼쳐지는 독한 자들의 전쟁을 그린 범죄극. 이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스크린 연기에 도전한 배우 강승현은 원호(조진웅 분)가 이끄는 형사팀의 홍일점, 소연 역을 맡았다.
10년간 쌓아온 모델로서의 커리어를 내려두고 스스럼없이 ‘신인배우’로서 현장에 뛰어든 강승현. 최근 아주경제 사옥을 찾은 그에게 영화와 현장, 배우와 모델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다음은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가진 강승현의 일문일답이다
이제 500만 돌파를 앞두고 있다
- 400만 명이 봐주셨다는 것만으로도 놀랍다. 이게 얼마나 대단한 숫자인지 알고 있다. 더 (수치가) 올라간다고 해서 더 특별해지는 건 아니다. 이미 충분히 대단하고 좋은 영화라고 생각하고 있고 500만 관객을 돌파해도 똑같은 마음일 거다.
주변 반응은 다를 거라 생각한다
올해만 영화 ‘챔피언’, ‘독전’이 개봉했다. 두 달 사이에 두 작품이나 공개되었는데
- ‘챔피언’은 작년 말에 찍었는데 이렇게 빨리 개봉하게 될 줄 몰랐다. 개봉 날짜에 제 의견이 반영되는 건 아니니까. 두 작품이 한꺼번에 개봉한 것 자체가 신기하고 두 작품, 캐릭터가 워낙 달라서 어려운 지점은 같았다. 그냥 두 작품 다 무서웠다. 하하하.
스크린 속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게 무서웠다는 건가?
- 한 문장으로 말한다면 공포영화 보는 느낌? 특히 ‘챔피언’은 따듯하고 재밌는 영화인데 저는 두 시간 내내 긴장하고 떨었다. 제가 등장하기 5초 아니 10초 전부터 가슴이 막 뛰더라. 반대로 ‘독전’은 회차가 많아서 대부분 신에 제가 등장하기 때문에 두 시간 내내 어깨를 올리고 있었다. 승모근이 아플 지경이었다. 하하하.
모델로서의 정점을 찍고 자연스럽게 배우로 전향했다
- 반응이 각양각색이다. ‘갑자기’ 배우 일을 한다고 하는 사람들과 10년 넘게 했으니 이제 다른 일 해야 한다는 사람들. 그런데 대부분은 ‘뭐야? 왜 네가 거기에서 나와?’ 같은 느낌으로 저를 본다. 사실 저의 입장에서는 갑작스러운 일은 아니었다. 방송 MC도 하고, 웹드라마를 하면서 천천히 매체의 경계를 넘었고 웹드라마 ‘우리 헤어졌어요’의 김용완 감독님이 ‘챔피언’으로 영화계 입봉하시면서 저도 (감독님을) 따라왔다. 나름대로 배우고 준비하는 과정들을 겪으며 조금씩 확장해왔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모델들이 배우로 전향하는 일이 낯설지 않으니까. 모델들도 ‘표현’하는 일을 하기 때문에 배우들의 ‘표현’을 조금 더 빨리 익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제가 (모델로서) 11년 차다. 그사이에 정말 많은 게 바뀌었는데, 가장 큰 변화는 모델들이 인터테이너적인 성향이 강해졌다는 거다. 예전에는 워킹, 포즈 연습을 열심히 하면 됐었는데 요즘 모델들은 더 다양한 모습을 (대중에게) 보여줘야 한다. 제가 처음 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무대에서만 멋지면 되었었는데 이제는 그런 걸 요구하는 때가 아니다. 그러다 보니 후배들이 먼저 다른 길을 열고 길을 걷기 시작했고 저 역시도 시대의 흐름에 뒤처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모델은 트렌드를 이끄는 일을 해야 하고 언제나 신선해 보여야 하니까.
10년이라는 경력을 내려놓고 0부터 시작하는 것 아닌가. 쉬운 일은 아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 모델로서 영화에 출연하는 건 아니니까. 연기는 이제 새로운 일이지 않나. 저를 완전히 내려두고 신인처럼 일하는 게 당연하다. 가장 중요한 건 (패션모델을) 오래 했기 때문에, 어떤 편안함과 상황에 안주하게 되는 상황이 오기 마련이다. 오히려 그런 점이 불안과 두려움을 만들었다. 내가 새로운 무언가에 도전할 수 있을까? 걱정되더라. 제가 영화를 찍었다는 것이 얼마나 특별한 기회인지 알고 있다. 저는 30대고 긴 시간 일을 해왔기 때문에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도 인지하고 있다. 이렇게 기회가 온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현장에서 드는 느낌도 다르겠다
- 그렇다. 모델 일을 할 때는 대부분 제가 그 현장에서 가장 고참이었다. 신인 중에는 중학생도 있고 그렇다. 하하하. ‘내가 제일 오래 일했으니, 제일 잘해야 해’라는 부담감도 컸다. 그런데 연기할 때는 모두가 제 선배니까.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다. 모든 걸 잘 배우면 되니까.
모델 일을 할 때의 오디션과 연기할 때의 오디션은 다른가?
- 다들 유명 모델이면 디자이너가 쉽게 캐스팅하고 부를 거로 생각하는데 전혀 아니다. 아무리 유명해도 오디션은 봐야 한다. 쇼 컬렉션 기간에는 20번씩 오디션을 보기도 하는데 그 말은 즉 하루에 20번씩 거절당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 ‘거절’은 현장에서 바로바로 알 수 있는데 계속해서 좌절감을 맛보다 보니 어느 순간 단단해지더라. 오디션은 계속 있고, 이 거절이 내가 싫어서가 아니라는 걸 알게 돼서다. 물론 지금도 오디션에 가면 당연히 거절당하는 일이 많은데 더 단단하게 수긍할 수 있게 됐다. 그래서 배우로 오디션에 갔을 때도 거절당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다. 오히려 감독님들이 더 미안해하시더라.
소연에게 액션은 강력한 ‘한 방’이었다. 몸을 굉장히 잘 쓰더라. 모델이니까 가능한 액션이 아닐까 생각했다
- 그렇게 봐주시니 다행이다. 전 정말 몸을 못 쓴다. 하하하. 다들 너무 액션을 못 한다고 했었다. 조진웅 선배님은 첫날, 제 액션을 보시더니 ‘다행이다’라고 하셨다. ‘액션스쿨에서 처음 보고 큰일 났다고 생각했다’고 하시더라. 하하하. 장시간 노력했다. 사실 소연이는 영화 안에서 존재할 때, 행동 하나하나에 제약이 많았다. 홍일점이기 때문에 조금만 움직여도 눈에 띄더라. 단단하고 시니컬한 인물이라서 ‘튀지 않는 것’이 중요했고, 감독님도 그런 걸 요구하셨다. 이 팀안에서 존재하는 인물. 제게서 자연스러움을 보셨다면 그건 형사팀 덕이다. 형사팀은 한 팀으로 보여야 하는데 따로 전사가 없어서 우리끼리 그 끈끈한 유대를 만들어야 했다. 짧은 신에서도 그런 게 느껴져야 하니까 촬영 전부터 가깝게 지냈었다. 다들 편견 없이 대해줬고 그들이 받아줬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존재할 수 있었다.
‘독전’에서 배운 것들, 깨달은 점들이 차기작에 영향을 미칠까?
- 정말 모르겠다. 하하하. 어떻게 했느냐에 따라 다를 것 같다. 아직 다음에 대한 걱정은 없다. 아직 ‘독전’이 상영 중이기도 하고. 스스로도 이 작품이 아직 끝났다고 생각지 않아서.
다음에 만날 때까지 지킬 수 있는 약속을 한 가지 한다면? 재회했을 때 ‘이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니 사소해도 좋다
- 이보다 나은 모습을 보여주는 건 당연한 건데, 제가 ‘독전’과 ‘챔피언’을 만나는 과정에서 느낀 초심 즉 노력하는 지점은 그대로 가져갈 거다. 그게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앞으로 작품을 보여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노력하고 있을 거라는 건 대답할 수 있겠다. 지금 마음 그대로 초심을 유지하되 더 나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