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라노 정주희의 소리·색으로 만나는 '진짜' 유쾌한 미망인

2018-06-22 11:10
연습 또 연습…매력적인 '한나' 연기
한국과 독일 오가며 공연…10월 뮌헨으로

오페레타 '유쾌한 미망인' 주인공 한나 역의 소프라노 정주희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인터뷰에 앞서 촬영에 응하고 있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해보고 싶은 배역 많죠. 하지만 지금은 '유쾌한 미망인'의 한나 역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부는 6월의 어느 날 오후, 서울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에서 소프라노 정주희를 만났다. 아침부터 계속된 연습에도 힘든 내색 없이 팀원들에게 고마움을 먼저 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오는 28일 LG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리는 오페레타 '유쾌한 미망인'의 주인공 한나를 연기한다. 시원한 미소와 진지하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모습이 한나와 '찰떡'이다.

작품 속 한나는 죽은 남편이 남긴 막대한 재산으로 새 삶을 꿈꾸는 인물이다. 여러 남자들로부터 구애를 받고 그 속에서 사랑을 하며 이야기를 전개시켜 나간다.

정주희는 이런 한나를 보다 과감하게 그릴 예정이다. 색다른 해석이다. 그는 "돈 많은 과부인 걸 알고 치근대는 남자들을 귀찮아하기보다 되레 즐기는 인물로 설정했다"며 "다행히 연출가가 반대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지휘와 연출, 연주에 최대한 완벽하게 맞춰가면서 '어떤 캐릭터를 원하는지'를 늘 고민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번 작품은 원작의 맛을 살려 독일어로 진행된다. 그래서 독일이 주 무대인 정주희에게는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 여겼지만, 그의 대답은 달랐다. 단순히 노래만 부르는 게 아니라 대사를 치며 상대와 합을 맞줘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는 것. 정주희는 "더 열심히 연습하는 수밖에 없다"며 인터뷰가 끝난 후에도 연습실을 찾았다.

그는 소문난 연습벌레다. 다른 이들보다 늦게 성악을 시작한 만큼 더 열정적이다. 어릴 적 소년·소녀 합창단원으로서의 활약이 결과적으로 오늘날 정주희를 있게 했지만,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 후 방향을 선회하면서 시간이 다소 걸린 것도 사실이다.

정주희는 당시를 떠올리며 "다시 (성악으로) 돌아올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예중·예고 졸업 후 유학하는 시기는 늦었지만, 스위스 취리히 오페라하우스 스튜디오 합격해 실전 경험은 빨리 쌓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가 국내 무대에 처음 선 때는 7년 전인 2011년이다. 테너 프렌체스코 아라이자(Francisco Araiza)교수와 함께 공연했다. 이후 한국과 독일을 오가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오는 10월에도 다음 작품을 위해 독일 뮌헨으로 떠난다.

그럼에도 작품을 고르는 기준은 확고하다. 정주희는 "좋은 배역이 많지만 그 중 소리와 색이 맞는 작품을 선택한다"며 "지금의 내가 헨젤과 그레텔이나 밤의 여왕을 할 순 없다"고 밝혔다. 꾸준히 활동하기 위해선 목소리 관리에 결코 소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번 작품을 위해 체력관리에도 힘쓰고 있다"며 "모든 출연진이 한마음으로 노력한 만큼 관객들이 즐겁게 봐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정주희는 푸치니의 '라 보엠'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 등 웅장한 색채가 짙은 오페라 작품 및 배역을 주로 맡아 왔다. 푸치니의 또다른 대표작인 '마담 버터플라이'도 익숙하다.

오페라보다 한층 가벼운 오페레타 '유쾌한 미망인'에서 그의 변신이 기대되는 이유다.

오페레타는 처음이라는 정주희는 "푸치니나 베르디의 색이 안 나오도록, 레하르(유쾌한 미망인 작곡가)에 맞게 연습 중"이라며 "디테일이 살아있는 이번 작품을 놓치지 말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사전에 줄거리를 알고 오면 훨씬 재밌게 즐길 수 있다"며 "감미로운 음악과 화성, 무대 위 시각적 요소 등이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것"이라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