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누워서 침 뱉은 경총과 송영중 부회장
2018-06-21 06:31
“사퇴 의사는 없습니다.”
지난 12일 오전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난 송영중 한국경영자총협회 상임부회장의 목소리에선 단호함이 묻어났다.
논란의 발단은 재택근무였다. 하지만 본질은 그 이면에 있었다.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송 부회장과 경총 내부 간 갈등이 표면화된 것이다. 친(親) 노동계 성향으로 분류되는 송 부회장과 경영계를 대변하는 경총의 불편한 동거는 어쩌면 결말을 예고했는지도 모른다.
송 부회장은 취임 당시부터 여러 잡음에 시달렸다. 노무현 정부 당시 노동부 근로기준국장과 산업안전국장, 고용정책본부장 등을 지낸 경력은 꼬리표처럼 따라붙어 경총에 적합하지 않다는 비난 여론이 거셌다. 임명 과정에선 여권 실세의 힘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받았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 문제를 두고 산업계와 노동계가 첨예한 입장차를 보이면서 송 부회장과 경총의 관계는 본격적으로 틀어지기 시작했다. 경총은 송 부회장 주도로 관련 논의를 최저임금위원회에서 하기로 양대 노총과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계와 손잡은 듯한 모양새에 재계는 질타를 쏟아냈다.
결국 경총은 기존 입장을 번복했고 송 부회장은 이에 크게 실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 부회장이 재택근무를 시작한 시점도 이쯤이다. 이후 경총은 송 부회장의 직무를 정지하는 조취를 취하며 자진 사퇴 압박에 들어갔다. 하지만 송 부회장은 출근을 이어가며 버티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경총 회장단은 법적 효력이 있는 임시이사회를 소집, 송 부회장을 경질하는 절차를 밟겠다는 계획이다. 송 부회장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만 이번 사태가 어떻게 끝나든 송 부회장과 경총 모두 상당한 명예 실추가 불가피해 보인다. 누군가 자기 가족을 대놓고 욕한다면 누워서 침 뱉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