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족 영웅' 중국 조남기 장군 별세
2018-06-19 08:02
향년 91세…소수민족 출신 中 군부 최고위직 대장까지 올라
18일 지린일보(吉林日報)에 따르면 조 장군은 전날 밤 11시12분(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조선족 출신으로 중국 최고위직에 오른 조 장군은 당 중앙위원,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부주석, 중앙군사위원회 위원, 인민해방군 총후근부장, 군사과학원 원장직을 역임했다.
조선족은 물론 소수민족을 통틀어 중국 정계와 군부 최고위직인 상장(대장)까지 오른 그는 조선족의 영웅으로 불린다. 지난 2003년엔 중국 인민출판사에서 조 장군의 일생을 담은 '조남기전'을 출간했을 정도다.
베이징일보 위챗 계정매체인 창안제즈스(長安街知事)는 "조 장군이 비록 중국 인민해방군 대장이지만 정통 '한국인'이었다"고 평가했다.
일제 강점기 시절인 1927년 4월 20일 충청북도 청원군 한 농민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12세 때 조부를 따라 1939년 중국 지린성 융지(永吉)현 조선족 마을로 이주했다. 그의 조부는 다름아닌 1919년 충북 청원군에서 3·1운동을 조직한 독립운동가 조동식이다. 1945년 일제로부터 해방된 후에도 그의 가족은 귀국하지 않고 중국에 남았다.
조 장군은 그해 공산당에 입당한 이후엔 공산당 혁명 노선을 선택했다. 중공군 사령부 작전처 장교로 6·25전쟁에도 참전한 그는 당시 총사령관이었던 펑더화이(彭德懷)의 통역을 맡으며 그의 신임을 얻었다.
이후 조 장군은 옌볜조선족 자치주에서 근무하다가 60년대 지린성 옌볜군구 정치위원(사단장급)으로 승진했다. 문화대혁명 당시 홍역을 치르기도 했지만 이후 옌볜조선족자치주 당서기와 지린성 성장, 당서기까지 지냈다. 1988년 중국에 20여년 만에 군대계급제가 회복된 이후 처음으로 상장 계급장을 단 17명 중 유일한 소수민족 출신이었다.
1998년 정협 부주석직에 오른 이후인 2000년 4월 우리나라 정부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그는 열흘간 체류하며 고 김대중 대통령을 비롯한 정·재계 인사들과 만났다. 또 약 62년 만에 고향 땅 충북 청원군을 찾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