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애니메이션의 르네상스? 문제작 '해브 어 나이스 데이' 프랑스 상륙

2018-06-14 17:37
안시국제페스티벌 상영 이어 이달말 정식 개봉도…질적성장에 초점 맞춰 다양한 작품 쏟아져

[사진=영화 '해브 어 나이스 데이' 스틸이미지]


중국 당국의 압력으로 인해 국제영화제 상영이 불발됐던 영화가 1년 만에 관객들을 만났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4일 중국 장편 애니메이션 '해브 어 나이스 데이(원제 '好极了')'가 프랑스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상영됐다고 보도했다.

해브 어 나이스 데이는 한 조직폭력단체에서 일하는 젊은 운전기사를 다루는 범죄영화다. 약혼녀의 성형수술 실패로 인해 재수술 자금이 필요한 주인공은 두목의 돈가방을 훔친다. 가방이 도둑맞았다는 소식이 마을에 퍼지면서, 모두가 주인공을 쫓기 시작한다. 여과 없이 드러나는 폭력적인 장면과 독특한 영상미로 인해, 일부 외신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간판작 '펄프 픽션'과 비견하기도 했다.
 

[사진=영화 '해브 어 나이스 데이' 스틸이미지]


영화는 지난해 2월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서 최초로 공개된 바 있다. 베를린 영화제에 애니메이션이 초청된 것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이어 두번째다. 호평에 힘입어 넉달 뒤인 6월에는 안시 페스티벌에도 초청받았다. 그러나 중국 당국의 압력으로 인해 실제 라인업에서는 제외됐다. 페스티벌 관계자는 "중국 당국이 보여주고 싶어하지 않는 현실을 드러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당시 영화의 프로듀서는 "정치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사람들의 욕망과 운명에 관한 영화"라고 해명했다.

중국 애니메이션은 양적 성장에 이어 질적인 측면에서의 도약에 집중하면서 르네상스를 맞이하고 있다. 당국은 지난 2012년 '국가 애니메이션 산업 발전 계획'을 발표하며 창작 활동에 관한 다양한 지원 정책을 내놓았다. 거대한 내수 시장과 대규모 육성 정책으로 중국 내 애니메이션 산업의 부가가치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09년 360억 위안(약 6조원) 수준으로 추산되던 중국 애니메이션 산업 규모는 2015년 1200억 위안(약 20조원) 이상으로 3배 이상 급성장했다.

그러나 여전히 대부분의 작품들이 저연령층을 타깃으로 삼고 있으며, 퀄리티가 낮다는 한계 또한 지적된다. 진흥원은 "애니메이션 소비층이 아동에서부터 성인까지 다양하게 분포되면서 이들의 요구에 부합하는 다양화된 작품이 제작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해브 어 나이스 데이를 연출한 리우지엔(刘健) 감독은 1995년생으로, 중국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물결을 이끄는 이들 중 한 명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 개봉되기도 한 '나의 붉은 고래'를 만든 량쉬안(梁旋) 감독 또한 신예로서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