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시민단체 "통신요금인가제 허수아비 규제" vs 정부 "사전협의에 의한 착시"

2018-06-10 10:10
- 참여연대 "7년간 조건부 인가 단 1건 불과...규제 강화해야"
- 정부 "보편요금제, 인가제 폐지 보완수단 될 것"

서울의 한 전자상가에 보이는 이동통신 3사 로고.[사진=연합뉴스]


정부가 통신요금 인가제 폐지를 추진하는 가운데 시민단체가 허수아비 규제라며 오히려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가 그동안 요금 인가 시 이동통신사가 제공하는 자료에만 의존하는 등 형식적으로 운영했다는 게 시민단체의 주장이다. 

참여연대는 지난 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게 받은 2G‧3G 이동통신요금 원가 자료와 요금제 인가‧신고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참여연대는 “이용약관 심사제도가 사실상 이동통신 3사가 제출하는 자료에만 의존해 매우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요금인가제는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가 요금을 올리거나 새로운 요금제를 출시할 때 과기정통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제도를 말한다. 점유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사업자의 횡포를 견제하기 위해 1991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유선에선 KT, 무선에선 SK텔레콤이 인가제 적용 대상이다. 나머지 사업자들은 신고만 하면 된다.

참여연대가 받은 인가 관련 자료는 △정보통신부‧방송통신위원회 인가 공문 △정보통신부‧방통위 검토의견, △SK텔레콤이 제출한 요금제 개정근거 및 개정안 등이다. 이 중 검토의견이 분량이 적고 부실하다는 것이 참여연대의 주장이다. 일례로 2010년 2월 인가된 ‘초당 과금 도입에 따른 요금제 과금기준 변경’과 관련, 205개 요금제를 인가했지만 방통위는 이동통신사가 제출한 수익감소 추정치 자료만 인용해 ‘이견없음’ 의견을 냈다는 점을 들었다.

2005년부터 2011년까지 약 7년간 정보통신부와 방통위가 인가한 건수는 총 48건, 요금제별로는 100여개 상품이지만 조건부 인가는 단 1건에 불과했다는 점도 관리‧감독이 허술했기 때문이라고 봤다.

과기정통부는 대다수의 요금제가 이견없이 인가되는 이유에 대해 이동통신사와의 실무 협의하는 과정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이 요금을 인가 받으려면 과기정통부와 이용약관심의자문위원회, 기획재정부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인가 요청, 반려 등이 계속되면 하나의 요금제를 출시하기까지 6개월 이상 지체된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인가를 해주기 전에 SK텔레콤이 요금제를 보완하도록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약관을 수정하는 등의 과정을 거친다. 또한 ‘초당 과금에 따른 요금제’나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이전 요금제보다 혜택이 크게 늘어난 요금 상품이라 검토의견이 짧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시민단체는 인가제 강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과기정통부는 이를 폐지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2015년(당시 미래창조과학부) 요금경쟁 저해, 이동통신 3사 시장 점유율 고착 등을 이유로 인가제 폐지를 추진해왔다. 다만 이용자 보호를 위해 신고를 반려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현재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의 지위 남용에 대한 우려는 보편요금제로 막겠다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는 주요 국가에서 도입하고 있는 ‘통신요금 변경 명령권’ 역할을 보편요금제가 대신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인가제 폐지의 보완책인 셈이다.

이동통신사들은 통신규제 완화 측면에서 인가제 폐지는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 신고제 적용만 받는 LG유플러스는 인가제 폐지에 반대해왔다가 최근에 입장을 선회했다.

이동통신사의 한 관계자는 “통신시장은 매년 변화하고 있어 정부의 규제(인가제)가 이를 따라가기에는 한계가 있다”라며 “사전규제가 완화된다는 면에서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