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내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전담기구 필요"

2018-05-31 16:06
행정조치 등 처벌 조항 없어 신고 감소 악순환

31일 서울 대학로 함춘회관에서 열린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근절 및 권익보장을 위한 법·젣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관련 '전담기구' 필요성에 대한 주제 발표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노경조 기자]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예방 및 처벌을 위한 정부 내 전담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성미 여성문화예술연합 대표는 31일 서울 종로구 함춘회관에서 열린 관련법·제도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성희롱·성폭력) 피해 조사단과 신고센터, 대책위원회가 따로 대응하고 있다"며 "문화체육관광부에 통합관리기구가 설치되고, 전문인력이 배치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의 경우 '보이지 않는' 하나의 공동체·조직으로 접근해야 해결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이 대표는 "전업예술인의 72.5%가 프리랜서로 활동 중이다"며 "사각지대에서 가해자 1명에 피해자는 다수인 형태로 성희롱·성폭력이 오랫동안 발생해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로 문화예술계 내 지위 차이에서 발생해 고발이 어렵고, 행정조치를 취할 근거 조항이 없어 처벌도 쉽지 않다. 결국 가해자 처벌 등 해결에 대한 기대가 없어 피해 신고가 감소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그는 "이런 관점에서 올해 3월부터 운영 중인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특별조사단도 한계가 있다"며 "고용관계 밖에서 벌어진 사건의 경우 국가인권위원회가 조사를 할 수 없고, 문체부의 역할도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도 문체부 내 전담부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박 선임연구원은 "문체부 내 성평등정책과 성희롱·성폭력 방지정책 등을 총괄.관리하는 직제 마련과 함께 외부에 피해자 상담부터 회복 프로그램 등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설기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설기구는 예술인복지재단에 관련 사업을 포함해 재단 내 독립적인 센터를 설치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선제적으로 예술인복지법을 개정해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점도 빼놓지 않았다.

또 지위 차이에 따른 대학 내에서의 성희롱·성폭력도 간과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신상숙 서울대 여성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대학 내 성희롱·성폭력은 개별 대학의 차원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여러 숙제다"며 "정부와 지자체가 협조해 피해 구제를 위한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특히 "대학 자체적으로 사건과 관련된 교원에게 엄정한 징계를 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외부 기관들이 피해 복합성과 위중함을 보다 진지하게 고려하는 태도의 변화가 동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별조사단은 이번 토론회에서 수렴한 의견을 바탕으로 관련 부처와 협의를 거쳐 제도 개선방안을 확정한 후 정부에 권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