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당국이 주문한 '보험료 카드 결제' 이번에도 외면?
2018-05-29 19:00
카드 결제 비율 3.32% 불과…금감원 경고
29일 금융감독 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보험협회를 통해 보험사들에게 신용카드 납입 제도 부당 운영에 대해 개선할 것으로 요구했다.
일부 보험사가 첫 회 보험료만 신용카드로 받고, 2회차부터는 신용카드 납입을 거절하는 사례가 적발됐기 때문이다. 이는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행위이다.
이 밖에도 가맹점 계약 내용에서 별도의 제한 사유가 없는데도 특정 보험 상품이나 모집 채널이 신용카드 납입을 거절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 같은 사례에 대해 금감원은 재발 방지와 조속한 시스템 개선을 요구했다. 동시에 모든 보험사를 상대로 유사한 사례가 없는지 자체점검하고 그 결과를 오는 7월까지 보고하라고 요청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카드 납부를 받는 상품에서도 불합리한 문제가 발견돼 이를 시정하도록 지도했다"고 말했다.
보험료 카드 납입 문제는 보험업권의 오랜 논쟁거리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007년부터 고객의 편의를 위해 생보사들이 보험료 카드 결제 서비스를 활성화할 것을 주문했다.
지난해 생보사의 보험료 신용카드 결제 규모는 2조3937억원으로 전체 보험료 72조1335조원 대비 3.32%에 불과하다. 최근 2년 동안 카드 결제 비중이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게 금융감독 당국의 입장이다.
그러나 보험사들은 카드사에 지불하는 수수료 탓에 카드 결제 활성화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투자수익률이 3~4%에 불과한 상황에서 2~3% 수준의 카드 수수료를 부담하면 사실상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이론이다. 실제 KDB생명은 경영환경 악화를 이유로 신용카드 전격 중단하기도 했다.
대형 보험사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은 신용카드 결제가 사실상 제로 수준으로 집계됐다. 삼성카드를 계열사로 둔 삼성생명은 일부 보장성 보험에 한해 카드 결제를 허용하고 있지만 전체 보험료의 0.01% 이하의 미미한 규모에 불과했다.
그나마 신한생명, KB생명 등 계열 카드사가 있는 생보사의 카드 결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으나 이 같은 보험사는 많지 않았다.
보험사 관계자는 "카드 결제가 일상화되면 사업비 부담으로 이어져 오히려 소비자가 내는 보험료가 오를 수 있다"며 "투자수익률 1%에도 실적이 크게 변동하는 상황에서 2~3% 수준의 카드 수수료를 보험사가 감당하기는 무리"라고 말했다.
반면 카드업권은 보험사가 부담하는 수수료가 원가에 가까워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 입장에서 보험사는 우량 고객이기 때문에 원가 수준의 수수료만 받는 등 우대해주고 있다"며 "그래도 생보사들이 카드결제를 싫어하기 때문에 가맹계약을 맺기가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