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 많은데 수당도 없어"…지친 금감원 직원 떠난다
2024-11-19 17:00
4급이상 직원부터는 연차 절반도 소진 못해
상반기까지 퇴직자 45명, 2020년 전체와 같은 수치
상반기까지 퇴직자 45명, 2020년 전체와 같은 수치
올 연초부터 각종 금융사고가 터지고 대규모 검사를 줄줄이 진행하며 금융감독원 직원들의 피로가 누적되고 있다. 과중한 업무에 대한 보상도 미흡한 상황에 금감원을 떠나는 직원들이 늘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금감원 자발적 퇴사자(의원 면직)는 45명인데 이는 2020년 전체 의원 면직자 45명과 동일한 수준이다. 2019년(32명)보다는 올해 상반기 의원 면직자가 더 많다.
금감원 직원들이 떠나는 이유는 업무는 늘어나는데 보상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금감원 직원들의 시간 외 근무는 28만8017시간으로 2022년 21만3208시간에 비해 35% 급증했다. 올해 8월 기준 시간 외 근무는 누적 21만9787시간으로 월평균으로 비교했을 때 지난해 대비 15%가량 늘었다. 금감원 직원 규모가 지난해 말 2054명에서 올 8월 기준 2181명으로 6%가량 늘어난 것을 감안하더라도 시간 외 근무 증가 폭이 더 크다. 하반기에도 금융권 전반에 대한 검사가 이어지는 상황이어서 금감원 직원들은 연간 30만시간 넘는 시간 외 근무를 할 것으로 보인다.
시간 외 근무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올해 배정된 시간 외 근무 관련 예산을 모두 소진한 금감원은 지난 9월 시간 외 근무 시 수당 대신 휴가를 대체해서 받으라고 공지했다. 당시 내부에서는 일이 많아 시간 외 근무를 했는데 휴가를 내고 쉬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5년 이상 다녔을 때 진급 가능한 선임조사역(4급)만 돼도 연간 부여된 연차 중 45%밖에 쓰지 못하고 있다. 3급 이상부터는 연간 부여된 연차 중 30%도 채 쓰지 못한다.
연봉도 제자리걸음이다. 지난해 금감원 정규직 직원 평균 연봉은 1억1060만원으로 나타났는데, 2019년 대비 연봉 인상액은 543만원(5.2%)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물가 상승률(12.1%)을 놓고 비교하면 사실상 삭감이다. 올해 평균 연봉 예산이 지난해(1억328만원)보다 낮은 1억298만원으로 책정된 만큼 지난해보다 연봉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는 업무 환경 개선을 촉구하는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다만 금감원은 이렇다 할 개선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단 금감원은 내년 예산·인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인다. 이 원장은 이달 초 이뤄진 임원회의에서 "필요한 예산·인력이 충분히 확보될 수 있도록 금융위원회와 적극 협의하고 직원들 성과에 대한 합당한 보상이 이뤄지도록 살펴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