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 '대화' 의지 발신…회담 재추진되나

2018-05-25 08:22
트럼프 정상회담 기대감 여전해…대화모드 지속 전망 커
北김계관 '위임' 담화 "대범하고 열린 마음으로 美에 시간과 기회줄 용의"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다음 달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하겠다고 통보하면서도 ‘여전히 대화가 중요하다’며 만남 가능성을 열어놔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록 '싱가포르 회담'을 취소했지만, 일단은 '화해 및 대화 모드'를 지속할 방침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대화 의지는 24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회담 취소'를 알리기 위해 보낸 공개서한 곳곳에서도 강하게 드러난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회담을 위해 "시간과 인내, 노력을 보여준 데 대해 대단히 감사하다"면서 "언젠가는 만나기를 고대한다"고 북미정상회담 성사에 대한 기대감을 내려놓지 않았다.

북한 역시 25일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위임’ 담화를 통해 “우리는 아무 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음을 미국 측에 다시금 밝힌다”고 말했다. ‘위임’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뜻이 담겼음을 의미한다.

이처럼 북미 정상이 여전히 판을 깨지 않겠다는 의도를 발신한 만큼 대화 재개를 통한 북미정상회담이 재추진될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낙관적인 기대도 나온다.

이 때문에 북미정상회담 무산이 아니라 연기라는 쪽에 무게가 실린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오히려 실패한 협상으로 가지 않기 위한 '일보 후퇴'일 수 있다는 것이다.

AFP 통신은 24일(현지시간) '정상회담 취소에도 미국과 북한 사이의 문은 여전히 열려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향후 시나리오를 점검하면서 이런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미국 CNN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서한을 가리켜 "'화염과 분노'가 아니라 아첨의 언어"라면서 "역사를 만드느냐, 아니면 나쁜 협상을 피하느냐의 싸움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자를 선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회담과 관련해 마음을 바꾸게 되면 부디 주저 말고 전화하거나 편지해달라"고 주문하고, "잃어버린 기회는 진실로 역사상 슬픈 순간"이라고 싱가포르 회담 무산을 아쉬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6·12 북미정상회담 개최 취소를 발표한 후 백악관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김정은 위원장이 건설적 대화와 행동에 나설지와 언제 그렇게 할지를 나는 기다리고 있다"며 대화의 손길을 공개적으로 내밀었다.

그는 이어 "북한의 미래에 대해 긍정적인 것들이 일어나길 바란다"며 "북한이 비핵화의 길을 따르고 국제사회의 일원이 됨으로써 수십 년에 걸친 가난과 탄압을 끝낼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과의 모든 일이 잘되고 내달 12일 북미정상회담이 열리거나 추후에 열릴 가능성을 포함한 많은 일이 일어나길 희망한다면서 "아무도 불안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그것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 반대급부로 김 위원장에게 내민 '선물', 즉 김정은 체제 보장과 경제 번영 지원 약속은 앞으로 유효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북한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도 이날 담화에서 "조선반도(한반도)와 인류의 평화와 안정을 위하여 모든것을 다하려는 우리의 목표와 의지에는 변함이 없으며 우리는 항상 대범하고 열린 마음으로 미국측에 시간과 기회를 줄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김 제1부상은 "만나서 첫술에 배가 부를 리는 없겠지만 한가지씩이라도 단계별로 해결해 나간다면 지금보다 관계가 좋아지면 좋아졌지 더 나빠지기야 하겠는가 하는 것쯤은 미국도 깊이 숙고해 보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아무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음을 미국 측에 다시금 밝힌다"고 말했다.

세기의 핵 담판을 위해 중재 역할에 분주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북미정상회담 무산 소식에 당혹·유감을 밝히면서도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는 포기할 수도, 미룰 수도 없는 역사적 과제”라며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온 당사자들의 진심은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의 소통방식으로는 민감하고 어려운 외교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며 “정상간 보다 직접적이고 긴밀한 대화로 해결해 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상회담의 취소 결정이 당장 북미 긴장고조의 악순환으로 갈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보면서, 양국이 자제력을 보여준다면 북핵 해결을 위한 외교 절차가 언제든 재개될 수 있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실무대화가 시작될 경우 핵심이슈인 비핵화의 정의와 방법론을 놓고 이견을 좁히는게 관건이다. 미국이 요구하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와 북한의 '단계적·동시적 접근' 사이에서 적절한 수준의 타협이 이뤄져야 '세기의 정상회담' 재개 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