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지방선거 앞두고 '文 개헌안' 처리 '기싸움'

2018-05-22 18:02
의결정족수 미달로 가결 어려워
높은 국정지지율·과반 찬성 여론
與, 표결로 '개헌 vs 反개헌' 짜기
野, 반대세력 낙인 부담 철회 촉구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25일 6·13 지방선거와 개헌 동시투표가 무산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원식 당시 원내대표가 같은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이어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개헌 무산 관련 당의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헌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 시한이 임박한 가운데 여야 셈법도 엇갈리고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헌법에 따라 24일 본회의에서 개헌안을 표결을 부치겠다는 입장이지만,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들은 문 대통령에게 개헌안 철회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헌법이 '국회는 헌법개정안이 공고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의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만큼, 문 대통령이 지난 3월 26일 발의한 개헌안은 이달 24일까지 국회 표결에 부쳐져야 한다.

민주당은 일단 개헌안을 본회의 표결에 부쳐보자는 입장이다. 이는 24일 본회의가 예정대로 열려 개헌안이 표결되더라도 통과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오는 6·13 지방선거에서 '개헌 세력' 대 '반(反) 개헌 세력' 프레임으로 유리한 국면에 설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기자간담회에서 "문 대통령이 헌법에 규정된 권한에 따라 적법하게 제출한 개헌안을 국회는 24일 처리해야 한다"며 "이는 교섭단체 간 합의사항이 아닐 뿐 아니라 본회의를 소집하지 않을 경우 위헌"이라고 강조했다.

정 의장도 지난 21일 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주례 회동에서 "문 대통령이 개헌안을 자진 철회하지 않으면 헌법에 따라 24일 본회의에서 표결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야3당 원내대표들에게 통보했다.

개헌안이 표결되더라도 가결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개헌안 의결정족수는 재적의원(288명)의 3분의2인 192명이지만, 정부 개헌안에 결사반대하는 한국당의 의석수가 113석이나 된다.

여기에 한국당은 애초 본회의에 불출석하거나 출석한다 해도 표결 전후 퇴장하는 방식으로 표결 자체를 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의 높은 국정 지지율과 국민 과반이 개헌 필요성에 공감하는 상황에서 반대표를 던지면 '개헌 반대 세력'으로 낙인찍힐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뿐 아니라 민주평화당과 정의당도 현재로선 개헌안 표결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김동철 바른미래당·노회찬 '평화와정의의 의원모임'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에게 개헌안 철회를 요청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은 상태다.

본회의가 열려도 의결정족수가 애초에 미달하는 시나리오도 생각해볼 수 있다. 민주당과 민주당의 뜻에 동조하는 다른 정당 의원 일부만 출석하고 한국당 등 다수 야당 의원이 불출석하는 경우다.

정 의장은 부결이 불보듯 뻔한 상황에도 정부 개헌안을 다루는 '국회 의무'를 강조하면서 표결을 강행할 수 있다.

혹은 정 의장이 표결 강행 시 야권의 반발을 우려해 결국 표결 없이 유감을 표하며 개헌 찬성 여론을 고려한 짤막한 '정치 연설'로 상황을 마무리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이렇게 표결 없이 24일을 넘기면 개헌안은 '투표 불성립', 즉 부결된 것으로 간주된다. 이때 개헌안이 즉각 폐기되는 것인지, 일단 계류됐다가 제20대 국회 임기 만료 시 폐기되는 것인지를 두고선 해석이 갈린다.

정부 개헌안이 계류되든 폐기되든 25일 이후엔 표결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후 개헌이 재추진되기 위해선 국회 또는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라는 첫 단계부터 다시 시작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