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러나라 조씨 일가” 대한항공 3차 촛불집회
2018-05-20 16:22
"기업 총수 아니라 범죄 집단 수괴" "동료들 지켜야 해" 한진 일가 비판 목소리 이어져
“지켜내자 대한항공! 물러나라 조씨 일가!”
늦은 오후까지 이어지던 비가 그치고 서늘한 바람이 불청객으로 찾아온 지난 18일 광화문 광장. 대한항공 촛불집회는 오후 7시30분 예정됐지만 1시간 전부터 영화 ‘브이 포 벤데타’의 주인공 가이 포스크 가면을 착용한 집회 참가자들이 삼삼오오 몰려들기 시작했다. 대한항공 유니폼을 착용한 사람부터 편안한 복장으로 온 사람까지 옷차림은 제각각이었지만 마음만은 하나였다.
주최 측이 집회 시작 전 마련했던 가면 200여개는 30분이 채 되지 않아 동이 나버렸다. 집회 관계자는 “예상보다 많은 시민들이 와주셔서 가면이 빨리 소진됐다. 이따가 가면이 또 오긴 할 텐데 얼마나 또 준비를 해야 할지 난감하다”며 웃어보였다.
집회 시작 30분 전 인근 돌난간에서 만난 한 집회 참가자는 대한항공에 입사한 지 13년차가 된 직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입사 전 대한항공은 자신의 꿈이자 목표였다. 하지만 입사 후 마주한 현실은 그 기대와 너무 달랐다. 자기가 겪어보진 않았지만, 동료들에게 들었던 기가 막힌 이야기들은 두 귀를 의심케 할 정도였다.
2차 집회 때부터 참가해 이번이 두 번째라는 이 참가자는 “조현아가 벌금형에 그치는 것을 보고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회사뿐 아니라 권력기관도 바뀌길 바라는 마음으로 나오게 됐다”면서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채팅방을 만들어서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노조는 이미 어용노조가 돼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가자의 우려와 달리 막상 집회가 시작되자 참가 인원이 불어나 당초 주최 측이 신고한 500명보다 많은 경찰 측 추산 600여명이 광화문 광장을 가득 채웠다. 엄마의 손을 잡고 온 아이부터 흰머리가 희끗한 노부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한진 일가의 퇴진을 함께 외쳤다.
집회가 시작되고 무대에 오른 변영주 영화감독은 “사람을 괴롭히는 것이 경영은 아니다. 갑질 때문에 힘들어 하는 세상의 모든 을들을 위해 노력해달라”며 “시민들도 힘을 달라. 잘못된 사람들을 교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유발언이 진행됐다. 채팅방에서 킬러 조란 아이디로 활동한다는 한 참가자는 “1차부터 3차까지 모든 집회에 참석했다. 못 온 사우들을 위해 큰 목소리를 내야 한다”면서 “단순히 조씨 일가의 갑질 때문에 온 것은 아니다. 밀수, 출입국 관리법 등 위법 행위가 차고 넘친다. 기업 총수인지 범죄 집단의 수괴인지 모르겠다”고 한진 일가를 정면 비판했다.
채팅방 아이디가 메이비인 또 다른 참가자는 “박창진 사무장의 폭로 때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마음으로만 안타까워했을 뿐 우린 노예가 아니라고 말할 수 없었다”고 미안한 마음을 전하면서 “그들(조씨 일가)은 이제 더 이상 우리에게 소리 지르지 못한다. 이제부터라도 동료들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집회 뒤에는 서소문동에 있는 대한항공 사옥까지 거리 행진도 이어졌다. 직원연대는 사옥까지 ‘조씨 일가, 간신배들 물러나라’는 구호를 외치며 행진한 뒤, 자신들이 작성한 ‘조 회장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고 자진해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