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O 규제의 그늘] 정부 규제에 싱가포르·홍콩이 웃는다

2018-05-20 10:28

[사진=아이클릭아트 제공]


정부가 암호화폐공개(ICO)를 전면금지하면서 기업들이 ICO에 친화적인 스위스, 싱가포르 등으로 회사를 옮기고 있다. 국내 블록체인 업체들이 한국을 떠나면서 일자리뿐 아니라 기술과 자금까지 해외로 이동한다는 지적이다.

20일 암호화폐업계에 따르면 올 1분기 ICO에 대한 투자금은 63억 달러(약 6조7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투자금보다 2배 이상 커진 규모다.

메신저 서비스 텔레그램은 단일 ICO로는 역대급 규모인 17억 달러(1조8000억원)를 모금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블록체인이 4차산업혁명 핵심 기술 중 하나로 급부상하면서 스위스, 싱가포르, 홍콩 등은 아예 ICO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제도권 안으로 들여왔다. 최근에는 스웨덴, 에스토니아, 지브롤터 등에도 세계 ICO 기업과 투자자금이 모여들고 있다.

스위스 주크 지역은 암호화폐 산업의 허브라는 의미로 '크립토밸리'라는 별칭이 붙었다. 스위스는 한발 더 나아가 국가 전체를 '크립토네이션'으로 만들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지브롤터도 최근 블록체인 업체들에게 주목받는 국가다. 법인 설립이 최대 5일 이내 마무리되고 부가세나 양도소득세, 금융소득에 대한 세금이 없다. 영국령인 만큼 선진 금융시스템이나 영어 사용의 장점을 갖고 있어 비용이나 기간 측면에서도 유리하다는 점을 내세운다.

반면, 우리 정부는 ICO를 금지하면서 법인세를 포함해 해외로 나간 기회비용만 약 1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3세대 블록체인 코어 개발 효과까지 고려하면 숫자는 천문학적으로 늘어난다.

실제로 현재 ICO를 위해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를 찾는 국내 기업은 100개 이상으로 알려졌다. 올해 말까지 200개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기업인 아이콘, 글로스퍼, 보스코인, 현대 BS&C, 엑스블록시스템즈 등은 스위스에서 ICO를 진행했다. 거번테크, 메디블록, 지퍼, 칸델라체인, 인슈어리움 등은 싱가포르에 진출했다. 그라운드X, 라인파이낸셜 등은 일본에 진출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ICO를 금지하면서 국부와 기술이 유출되고 있다"며 "정부가 블록체인 업체를 키워주지는 못할망정 해외로 쫓아내는 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