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D-30] 당 선거전략 담은 슬로건 전쟁
2018-05-14 06:00
한국당, 과격 슬로건 당내 반발 일기도
민주당, 文 후광 업고 승기 굳히기
민주당, 文 후광 업고 승기 굳히기
1992년 빌 클린턴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의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는 역대 최고 선거구호로 꼽힌다. 이 문구가 유권자들의 공감을 얻으면서 당시 객관적 열세였던 클린턴 후보는 현직 대통령이었던 공화당의 조지 허버트 워커 부시를 누르고 제42대 미국 대통령에 오를 수 있었다.
오는 6월 13일 지방선거를 한 달 앞둔 14일 현재의 상황에 맞춰 선거구호를 수정한다면 “문제는 공약이야, 바보야!”가 되지 않을까 싶다.
지방선거 이슈들이 남북 관계 문제, 이른바 ‘드루킹 댓글조작’ 사태 등 정치적 ‘블랙홀’에 빠졌기 때문이다.
일례로 정당별로 유권자의 알권리 차원에서 내놓는 ‘정책공약집’이 ‘실종’됐다.
그나마 민주평화당이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포함한 10대 공약을 발표했고,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은 분야별 정책과제를 순차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에 맞춰 이달 20일 전까지 공약집을 내놓을 예정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여야가 ‘공약’보다는 ‘공천’에 더 신경을 쓰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지방선거에 정작 ‘지방’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아주경제는 민주당과 한국당 등의 각 지역별 쟁점 현안과 현직 광역단체장들의 일자리 공약이행률 점검을 통해 정책선거의 중요성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상대적 우세를 점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무난한 슬로건을 채택했지만, 자유한국당은 ‘XX를 통째로 넘기시겠습니까’라는 다소 과격한 슬로건을 채택했다. 다른 정당들도 각각 명확한 목표를 정했다.
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 대선 슬로건을 일부 차용했다. ‘나라다운 나라, 든든한 지방정부! 내 삶을 바꾸는 투표!’라는 구호다.
70% 후반대의 고공 지지율 행진 중인 문 대통령의 후광을 등에 업는 동시에, 높은 투표율을 끌어내 확실한 승기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소속 후보들은 이를 바탕으로 ‘조용한 선거 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한국당은 지난달 25일 ‘나라를 통째로 넘기시겠습니까’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남북 화해 분위기를 비판하는 슬로건에 ‘색깔론’ 논란은 물론 당내 반발도 일었다.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 남경필 경기지사 후보, 김태호 경남지사 후보 등 접전 지역의 후보들은 당 슬로건을 채택하지 않겠다고 했다. 중도층을 끌어안아야 하는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후보들의 반발에 홍준표 지도부는 ‘경제를 통째로 넘기시겠습니까’를 추가로 채택했다. 최저임금 인상 논란 및 실업률 증가 등 문재인 정부의 민생 문제를 집중 공격한다는 계획이다.
바른미래당은 아직 중앙당 슬로건을 만들지 못했다. 당 지도부는 14일 당 홍보국에서 만든 슬로건을 보고받은 뒤 논의를 이어간다.
신용현 수석대변인은 “슬로건에 1번(민주당)과 2번(한국당) 사이의 정쟁에 지친 국민들에게 3번(바른미래당)의 지지를 호소하는 내용을 담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도개혁을 내세운 바른미래당이 민생 문제 및 경제 침체 등에 대한 대안 세력이라는 점도 강조한다는 방침이다.
민주평화당은 ‘내 삶을 위한 개혁과 평화!’라는 슬로건을 정했다. 호남을 기반으로 두고 있는 평화당은 현 정권의 남북 화해 무드를 뒷받침한다는 전략으로 지지를 호소할 예정이다.
사회 대개혁과 남북관계 개선, 통일 추진이라는 두 가지 방향에서 국민이 바라보는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게 슬로건 선정의 이유다.
정의당은 ‘갑질 없는 나라, 제1야당 교체, 정당투표는 5비(飛)2락(落)’을 슬로건으로 내걸며 한국당을 정조준했다.
‘5비2락’은 정당투표에서 5번 정의당을 찍으면 대한민국 정치가 비상하고, 2번 한국당을 찍으면 추락한다는 의미다. ‘제1야당 교체’ 또한 한국당을 겨냥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