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탈세혐의 LG 수사에 재계 '당혹감'... "결과 따라 이미지 큰 타격받을 수 있어"

2018-05-09 11:54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가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LG그룹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사진은 이날 LG그룹 본사. [사진=연합뉴스]


투명경영으로 기업의 모범을 보여왔던 LG그룹 총수 일가가 탈세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재계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LG그룹은 그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과 ‘갑질 논란’ 등으로 일부 대기업들이 비난을 받는 가운데서도 구설에 한 번 오르지 않았다. 오히려 ‘LG 의인상’ 등 적극적인 사회공헌으로 기업들의 ‘본보기’로 꼽혀왔다. 그러나 이번 검찰 수사의 결과에 따라 그동안 쌓아온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을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9일 재계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가 LG그룹 사주 일가의 탈세 혐의를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지난달 국세청으로부터 LG그룹 사주 일가가 100억원대의 양도소득세를 탈루했다는 고발을 접수하고 수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LG 고위 관계자는 “전혀 모르는 내용으로 현재 상황을 파악 중”이라며 “일단 검찰의 수사에 최대한 협조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압수수색을 받은 LG는 사주 일가가 관련됐다고 알려지자 상황을 주시하며 대책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도 큰 충격에 빠졌다. 최근 ‘오너 리스크’ 등으로 기업에 대한 국민의 정서가 좋지 않은 가운데 모범이 됐던 LG마저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이어 ‘한진그룹 총수 갑질’ 사건도 터지면서 재계가 쇄신에 나선 가운데 또다시 불미스러운 일이 불거져 혁신의 동력을 잃을까 걱정”이라며 “아직까지 아무런 내용이 나오지 않은 만큼 상황을 좀 더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LG는 지난해 12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기업과 현장소통을 위해 첫 번째로 방문해 "협력업체 상생에서 모범이 되는 기업"이라고 추켜세울 정도로 모범적인 경영을 펼쳐왔다.

실제 LG는 지난해 LG상사를 편입하며, 지주회사 체제를 사실상 완료했다. 이 덕분에 LG는 매년 반복되는 대기업집단의 편법적 지배력 강화, 순환출자 등의 논란에서 벗어나게 됐다.

이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번째 지배구조 개선 사례이기도 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기업집단들이 총수 일가가 직접 지배하는 지주회사 체제 밖 계열사를 과도하게 보유, 편법적 지배력 확대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보고 있다.

또한 LG 의인상 등을 통해 업계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에게도 ‘좋은 인상’을 심어왔다. 이는 LG가 우리 사회의 숨은 영웅들을 찾아 의인으로 칭하고 상금과 표창을 주는 행사다. 2015년부터 시행하고 있으며, 군인·공무원·외국인 노동자 등이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재계 관계자는 "총수 일가의 리더십, 지배경영 구조 등 LG는 그간 기업들의 모범이었기 때문에 충격이 더 크다"며 "이번 일로 재계의 이미지가 더 나빠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