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 사로잡은 '한국형 헤지펀드'는 진화중

2018-04-24 17:54

큰손을 사로잡은 한국형 헤지펀드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11년 처음 나온 한국형 헤지펀드 수는 현재 1171개까지 늘어났다. 4월에만 206개가 새로 출시됐다. 설정액은 17조 2092억원으로 이달 들어 1조3307억원을 더 모았다.

◆본격 성장기 들어선 헤지펀드

헤지펀드는 공모펀드보다 매력적이다. 시황에 상관 없이 절대수익을 노린다. 제약도 있다. 최소 가입액이 1억원 이상이고, 한 개 펀드에 투자할 수 있는 최대 인원은 49명이다.

A자산운용 운용역 B씨는 "절대수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거액자산가가 많이 찾고, 회사도 상대적으로 높은 보수를 받아 선호한다"라며 "공모펀드에서 돈이 빠져나가고 있지만 사모펀드는 성장기로 들어섰다"고 말했다.

코스닥 벤처펀드가 이달 처음 나온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C자산운용 관계자 D씨는 "헤지펀드는 기업공개(IPO) 수요예측에 더 공격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라며 "새로운 사모펀드가 많이 늘어난 이유"라고 전했다.

증권사도 적극적이다. 교보증권과 토러스투자증권, NH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IBK투자증권, 신영증권, 코리아에셋증권, 케이프투자증권 8곳이 현재 인하우스 헤지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이 가운데 교보증권이 내놓은 헤지펀드만 117개에 달한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를 통틀어 가장 많다.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1% 이상이다.

◆갈수록 진화하는 투자전략

헤지펀드 투자처와 투자전략은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자산운용사는 주식 매수(롱)와 매도(숏) 전략만 고집하지 않는다. 대체투자나 IPO, 프리(Pre) IPO,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활용하는 메자닌까지 다양한 투자전략을 펼친다. 운용역 B씨는 "요즘 대세는 장기 투자하는 메자닌과 프리 IPO"라고 말했다.

증권사는 주로 채권 투자에 집중한다. 교보증권이 내놓은 헤지펀드 117개 가운데 4개를 뺀 나머지는 모두 채권형이다. 헤지펀드로 7000억원가량을 굴리는 토러스투자증권도 마찬가지다. 전체 40개 상품 가운데 35개를 채권형으로 만들었다. IBK투자증권은 전체 21개 상품을 모두 채권형으로 구성했다.

물론 색다른 상품도 많다. 신영증권은 영화에 투자한다. '신영 뉴 문화 콘텐츠' 펀드가 대표적이다. NH투자증권에는 주식과 채권을 넘나드는 '멀티 스트래티지' 상품이 있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은 하락장 방어에 강해 유명해졌다. 이 운용사는 14개 펀드로 1조4739억원을 모았다.

아이리스자산운용은 '아이리스옥토버텐스'로 올해에만 192.71%에 달하는 수익을 냈다. 알펜루트자산운용과 아이앤제이자산운용에도 세 자릿수 수익을 거둔 상품이 있다.

새내기 자산운용사인 엑스포넨셜자산운용은 올해 1월 처음 시장에 진출했다. 지금까지 2개 상품을 내놓았고, 25일에는 사모형 코스닥 벤처펀드를 출시한다. 연내 헤지펀드도 추가로 내놓을 예정이다.

유안타증권은 새로 헤지펀드 시장에 진출하기로 했다. 얼마 전 금융위원회에 헤지펀드 운용업 등록을 신청했다.

교보증권 사모펀드운용본부 관계자는 "앞으로는 부동산이나 주식, 자동차, 비금속을 담보로 잡는 대출형 헤지펀드가 대세를 형성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