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는 정상회담] 분단 이후 처음으로 남측 땅 밟은 김정은, 동선은?

2018-04-22 15:06

[남북회담본부 제공]


한반도 분단 이후 북측 지도자가 27일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처음으로 남측 땅을 밟는다.

남북이 정상회담을 판문점 우리측 지역인 '자유의집'으로 정하면서 북한 지도자인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어떤 동선으로 회담장소에 나타날지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통상 수도인 평양에서 지내는 김 위원장은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에서 판문점까지 내려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평양에서 판문점 인근 지역으로 내려온 뒤, 판문점 내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우리 측 지역으로 이동해야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판문점에 들어가기에 앞서 평양에서 승용차·기차·헬기를 이용, 판문점 부근으로 이동할 전망이다.  

우선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평양에서 2시간 거리에 있는 개성으로 내려와 판문점으로 바로 향하는 방법이 있다.

평양에서 개성은 168㎞ 거리로, 시간 상으로는 2시간 정도다. 서울에서 대전 거리(160㎞)와 비슷하다.

그러나 이용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점쳐진다. 이동 시간은 짧지만 평양~개성 고속도로가 상당히 낙후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또 기차를 이용, 개성으로 내려온 뒤 승용차로 갈아타는 시나리오도 있다. 최첨단 방탄 기능이 적용된 김 위원장의 전용 벤츠 차량을 기차로 개성까지 운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기차를 이용한 이동 가능성도 높지 않다. 김 위원장이 방중 때 이용한 특별전용 열차는 방탄 열차여서 시속 70㎞로 매우 느린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기차를 이용한다면 시간상의 이유로 하루 전 개성으로 내려와 숙박을 할 수도 있다.

또 하늘길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판문점 인근 군부대나 판문점 내 헬기장까지 헬기를 타고 이동하는 것이다. 헬기에서 내린 뒤 미리 대기시켜 놓은 차량을 타고 판문점 내 회담장소로 넘어가는 동선이다.

◆김정은, 판문점 내에서 어떻게 군사분계선 넘을까…도보 or 차량

판문점 내 헬기장 이용을 제외하고는 '72시간 다리'를 이용, 판문점으로 이동해야 한다. 이때 김 위원장이 어떤 동선으로 판문점 내 MDL을 넘어 우리 측 구역으로 들어올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판문점 내 우리 측 구역에는 '평화의 집'과 남측 연락사무소인 '자유의 집'이 있다. MDL을 사이에 두고 평화의 집은 북측 통일각, 자유의 집은 북측 판문각을 마주 보는 구조다. 

이때 김 위원장의 동선은 크게 도보와 차량으로 압축된다.

먼저 걸어서 내려오는 경우, 통일각과 자유의 집 사이에 있는 7동의 건물 중 하늘색 건물 3동 T1(중립국감독위원회 회담장), T2(군사정전위원회 회담장), T3(실무장교 회담장)의 사잇길을 통해야만 한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남북 군인이 서로 대치하는 장면 속 바로 그 장소다.

북측에서 걸어서 남한으로 걸어올 수 있는 곳은 T1과 T2, T2와 T3 사이의 통로 2곳뿐이다. 이 두 통로 가운데는 각각 MDL을 의미하는 높이 5㎝, 폭 50㎝가량의 콘크리트 연석이 놓여 있다.

보통 남북 요인들은 T1과 T2 사이의 길을 이용하고, 가끔 T2와 T3 사이를 오가기도 한다.

앞서 북측 판문각에서 열린 2차 '의전·경호·보도' 실무회담에 참석한 우리 측 대표단도 지난 19일 T1과 T2 사이의 통로를 이용, 도보로 MDL을 넘었다.

만약 김 위원장이 이 길를 통해 MDL을 넘어오게 되면 한반도 역사상 가장 극적인 장면이 연출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특히 남북이 양 정상 간 악수 순간 등 남북 정상회담의 주요 일정을 생중계하기로 합의하면서, 김 위원장이 도보로 MDL을 넘어오는 장면이 카메라를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될 수도 있다.

다만 경호상황을 고려, 차량을 이용해 내려오는 방안을 택할 수도 있다.

이 경우, 판문각에서 7동의 건물과 '자유의 집'을 지나 '평화의 집'으로 곧장 향하게 된다. 과거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소떼 1001마리를 몰고 방북할 때 이용한 도로다.

김 위원장의 이번 남한 방문이 주목받는 이유는 또 있다. 김 위원장이 이번 방남을 통해 새로운 '김정은식 외교'를 선보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는 그동안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과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행보를 답습했다. 그러나 과거 두 차례 남북 정상회담이 모두 평양에서 진행돼 김 위원장이 따를 수 있는 전례가 없다.

남북 정상회담에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달 자신의 첫 외교무대로 중국을 선택했다. 비공식적으로 중국을 방문, 아버지의 루트를 그대로 따른 바 있다.

애용하던 전용기 대신 전용 열차를 이용하고 중국 국빈관 댜오위타이(釣魚臺) 18호실에 묵은 것은 물론, 중관춘 방문 일정까지 판박이였다는 평가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