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는 정상회담] '경제·핵무력' 병진노선서 '경제건설'로 패러다임 전환…남북정상회담서 파격합의 나오나
2018-04-23 00:36
北핵실험장 폐기선언속 핵군축 언급…우려 목소리도
북한 노동당이 21일 핵실험장 폐기를 포함한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지를 선언하고, 경제개발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5년 전 '경제·핵무력 병진노선'을 '항구적 전략노선'으로 일관되게 강조한 북한이 병진노선의 '승리'를 선포하고, '경제건설 총력 집중'이라는 새로운 노선으로 옮겨간 셈이다.
이에 따라 오는 27일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에서는 한반도 비핵화 및 정전협상 또는 남북 경제협력 등과 관련, 파격적인 합의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북한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주재 하에 지난 20일 개최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지금까지 6차례 핵실험을 진행한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하고, 경제 건설에 총력을 집중한다는 새로운 '전략적 노선'을 채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1일 보도했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핵-무력 병진노선'을 종결하고, 경제 건설에 총력집중하겠다는 '역사적 결정'을 내놓은 북한은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중지'도 공식 선언했다.
북한이 언급한 '북부 핵실험장'은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 위치해 있다. 이곳에서 2006년 10월 9일 1차 핵실험을 시작으로 △2009년 5월 25일 △2013년 2월 12일 △2016년 1월 6일과 9월 9일 △2017년 9월 3일 등 6차례 핵실험이 실시됐다.
결정서는 "핵실험 중지는 세계적인 핵군축을 위한 중요한 과정이며, 우리 공화국은 핵실험의 전면 중지를 위한 국제적인 지향과 노력에 합세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김 위원장은 핵무력과 경제 건설이라는 '병진노선'에 대해 "역사적 과업이 빛나게 관철되었다"고 선언하고, '경제 건설 총력 집중'이 새로운 전략적 노선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선언한 '핵무력 건설 완성' 논리에 따라, 이제는 핵무력을 완성했으니 기존의 노선을 대체하는 경제 건설 노선을 새롭게 채택한다는 논리다.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하고, 중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를 중지하겠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청와대는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1일 "전 세계가 염원하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의미있는 진전이라 평가한다"며 "조만간 있을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한 긍정적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트위터를 통해 "북한과 전 세계에 매우 좋은 뉴스로 큰 진전"이라며 "우리의 정상회담을 고대한다"는 메시지를 알렸다.
하지만 북한이 노동당 전원회의 결정서를 통해 핵실험 중단을 선언하며 '비핵화'가 아닌 '핵군축'이란 표현을 쓴 데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전원회의 결정서에서 문제가 되는 대목은 우선 "핵무기 병기화를 믿음직하게 실현했다. 핵실험 중지는 세계적인 핵군축을 위한 중요한 과정이며, 우리 공화국은 핵시험의 전면중지를 위한 국제적인 지향과 노력에 합세할 것"이라고 한 점이다.
이는 핵실험 중단이 핵보유국 입장에서 핵군축 맥락임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북한) 핵군축의 논리는 기본적으로 보유한 핵무기를 경제적 보상 등을 받고 줄일 수 있지만, 일방적으로 핵을 폐기할 수는 없으며 핵폐기는 (미국 등과)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