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나를 기억해' 현실적 '요즘' 성범죄, 시대착오적 표현기법
2018-04-18 23:10
영화 ‘나를 기억해’는 2012년 ‘숨바꼭질’로 장편 데뷔한 이한욱 감독의 신작이다. 전작을 통해 유수 영화제에서 초청받는 등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이 감독은 이번 작품 역시 스릴러 장르를 선택, 감각적 연출법을 보여준다.
영화는 두 가지 성범죄 사건을 보여주고 점차 그 간격을 좁혀간다. 한 고등학생이 집단 강간을 당하고 그 피해로 인해 무너지는 모습과 서린이 의문의 상대에게 반나체의 사진이 찍혀 협박을 당하는 사건이 병렬된다. 하지만 극이 흘러갈수록 두 사건의 거리감은 사라지고 그 중심에 서린이 있다는 것이 밝혀진다.
다소 무난한 스릴러 구조다. 영화초 등장하는 여고생의 성범죄와 서린이 겪는 성범죄 그리고 서린의 제자가 겪는 성범죄를 보여주고 공통점과 실마리를 찾아 범인을 쫓는 과정은 여타 범죄 스릴러를 통해 이미 관객이 익혀왔다. 다만 ‘나를 기억해’는 각 캐릭터와 범인의 실체 등 정보를 흘리고 그것을 감추는 형태를 매끄럽게 표현, 장르적 재미를 끌어올린다.
또한, 청소년 성범죄를 비롯해 소라넷 등 온라인 범죄, 몰래카메라 등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여성범죄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범죄의 대상이 된 여성들과 피해자들이 처한 상황을 실감 나게 그려냈으며 어린 가해자들의 솜방망이 처벌 등이 직접적으로 묘사된다. 거기에 성폭행 피해자들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무심한 태도 등이 장면 장면마다 발견돼 씁쓸함을 안기기도 한다.
다만 아쉬운 점은 자극적인 표현 방식이다. 성폭행 피해자들이 처한 상황과 범죄에 노출된 여성들이 겪는 공포심을 실감 나게 표현, 그들의 목소리를 담으려는 이 감독의 의도에 반해 성범죄 장면은 너무나 적나라하고 자극적이며 남성적인 시선으로 그려진다. 성폭행 과정과 피해자들을 훑는 카메라 워킹은 요즘 영화라고 말하기 민망할 정도로 올드하고 무신경하다.
배우들의 연기도 무난하다. 서린 역의 이유영은 ‘스릴러 퀸’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장르적 호흡을 이해하고 섬세하게 표현했다. 김희원 역시 기존 이미지를 잘 살리되 그간 연기한 캐릭터와는 다른 결을 선보여 눈길을 끈다. 신예 오하늬와 이학주의 발견 역시 ‘나를 기억해’의 큰 수확이다. 오는 19일 개봉이며 러닝타임은 101분, 관람등급은 청소년관람불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