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커피왕의 추락…새로운 ‘커피여왕’ 탄생?

2018-04-19 03:00
베트남 최대 커피전문점 쭝응우옌 대표 부부 장기 이혼 소송 중
당레응웬부 쭝응우옌 창립자, 아내인 레황디엡타오에게 '커피 왕' 뺏길 듯
레황디엡타오 TNI CEO, 'G7' 프리미엄 라인 '킹커피'로 대표 기업인으로 부상

당레응웬부(Dang Le Nguyen Vu) 쭝응우옌 창립자(왼쪽)와 레황디엡타오(Le Hoang Diep Thao) TNI CEO. [사진=각자 개인 페이스북]


베트남 커피 재벌가가 장기간 이혼 소송에 휩싸이면서 새로운 ‘커피 왕’이 탄생할 전망이다.

베트남 현지 매체 VN익스프레스는 최근 이슈가 된 현지 최대 커피전문점 쭝응우옌(Trung Nguyen) 대표 부부의 이혼 소송 소식을 전하며 차기 ‘베트남 커피 왕’으로 쭝응우옌 대표의 부인 레황디엡타오(Le Hoang Diep Thao) TNI 최고경영자(CEO)를 꼽았다.

신문은 “지난 2년간 지속된 장기간 이혼 소송으로 쭝응우옌 그룹 이미지가 실추됐고, 그룹 대표이자 ‘베트남 커피 왕’인 당레응웬부(Dang Le Nguyen Vu)의 신뢰도로 추락했다”며 “시장은 새로운 왕 탄생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쭝응우옌은 베트남 닥락성 출신의 가난한 의대생 당레응웬부가 창업에 성공한 베트남 토종 커피기업이자 ‘국민기업’으로도 불린다.

특히 창업자인 당레응웬부는 애국심을 호소하는 마케팅, 자국민의 자존심을 살리는 발언 등으로 베트남 소비자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쭝응우옌도 함께 성장했다. 지난 2015년 쯩응우옌 그룹은 ‘풍요와 행복의 커피’라는 슬로건을 앞세운 신규 커피 브랜드 출시로 소비자 공략에 나섰다.

하지만 신규 브랜드의 슬로건과 달리 이들의 결혼생활이 위기에 빠져 이혼 소송 중이라는 소식이 들려왔다. 두 사람의 이혼 소식은 회사 경영권 등에도 영향을 줬고, 결과적으로 쭝응우옌의 시장 점유율은 떨어지기 시작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이들의 불화가 처음으로 전해진 2015년 말 쭝응우옌 그룹은 돌연 ‘인스턴트커피’의 제품 공급을 중단했다. 인스턴트커피는 쭝응우옌 그룹의 자회사 중 하나로 레황디엡타오가 회장직과 대표이사 자리를 맡는 곳이기도 하다.

레황디엡타오에 대한 당레응웬부의 견제는 더욱 심해져 2015년 말 레황디엡타오 해임안이 결정되기도 했다. 자신의 해임 결정에 발끈한 레황디엡타오는 베트남 인민고등법원에 해임 결정 무효소송을 냈고, 법원은 그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법원은 “이사회의 승인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한 해임은 불법”이라며 레황디엡타오의 인스턴트커피 회장직 해임 결정을 무효처리했다.

인스턴트커피 회장직 해임 결정 무효 처리 이후에도 두 사람의 법정 싸움은 계속됐다.

지난달 21일 호찌민시 인민경제법원에서는 쯩응우옌투자합자회사 경영권을 둘러싼 민사소송의 첫 번째 재판이 열렸다, 재판부는 레황디엡타오에게 회사의 인감과 사업자등록증 반환을 명령했고, 레황디엡타오는 재판 결과에 항소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VN익스프레스는 “쭝응우옌그룹의 경영권 싸움으로 당레응웬부가 ‘베트남 커피 왕’이라는 말은 옛말이 됐다. 오히려 그의 부인인 레황디엡타오가 새로운 왕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라고 밝혔다.

레황디엡타오는 장기간 이혼 소송에도 새로운 수출용 커피 브랜드를 출시하는 등 베트남 대표 기업인으로 주목받고 있어 차기 베트남 커피 1인자로 평가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가 설립한 커피브랜드 ‘킹커피(King Coffee)’는 인스턴트커피 ‘G7’의 프리미엄 라인으로 첫해 매출은 6000만 달러(약 640억6800만원)를 넘어섰다. 지난해 4월에는 호찌민시 인근 지역에 두 번째 생산 공장을 가동했다. 또 지난해 베트남 시장에 처음 출시된 이후 현재 전 세계 60개 시장에서 판매되는 등 급성장 중이다.

VN익스프레스는 “오랜 이혼 소송으로 쭝응위옌그룹의 위기에 빠졌을 때도 레황디엡타오는 경쟁업체의 점유율 상승에 자극을 받아 베트남 커피 산업 발전에 힘써왔다”며 “레황디엡타오가 베트남 커피 여왕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당레응웬부는 언론 노출을 자제하며 이혼 및 경영권 소송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반면 레황디엡타오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남편과 아내, 부부관계에서의 대화를 원하고, 남편과 사업파트너인 당레응웬부가 여전히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