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댓글조작 파문] 국정원 댓글조작·선관위 디도스…어떤 점이 다를까

2018-04-16 15:32
국정원, 직접 댓글 작성하며 적극적 여론조작
드루킹 일당, 매크로 이용해 드러난 의견 이용

15일 오전 경기 파주 문발동의 한 출판사의 문이 굳게 잠겨 있다. 파주출판단지 안에 위치한 이곳에서 더불어민주당 전(前) 당원들이 댓글조작을 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전(前) 당원들이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댓글을 조작했다는 의혹이 정치권을 덮쳤다. 특히 댓글조작을 주도한 김모씨(일명 드루킹)가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불리는 김경수 민주당 의원에게 텔레그램 메시지를 통해 활동 내역을 알린 것으로 전해지면서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은 정국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다.

16일 야권은 이 사건을 이명박 정부가 국가정보원을 동원, 여론조작을 한 것에 빗대며 강력한 공세를 퍼부었다. 더 나아가 지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한나라당 의원실 관계자들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디도스(DDoS) 공격을 한 것을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은 이명박 정부가 2009년부터 2012년 대선 때까지 대선 승리 등을 목적으로 국정원과 국군사이버사령부 등을 동원해 포털 사이트 및 커뮤니티 댓글 여론조작을 했다는 내용이다. △국정원 직원 셀프 감금 △‘좌익효수’ 악성 댓글 논란 등 대선 이후까지 지속해서 많은 문제가 제기됐다. 이를 지시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지난해 8월 파기환송심에서 국정원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은 조직적으로 인터넷 포털 사이트 및 커뮤니티의 댓글을 달아 여론조작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과 상당히 유사하다. 그러나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의 경우 국정원 직원들이 직접 댓글을 적는 방식으로 여론조작을 시도했다면, 이 사건은 댓글의 추천 수 등을 매크로라는 위법 소지가 있는 프로그램을 사용해 조작했다는 차이가 있다. 

‘매크로’란 특정 명령을 자동으로 반복하기 위해 짜인 프로그램으로, 이 사건에선 기사에 대한 반응을 조작하기 위해 사용됐다. 대표적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경우 △‘좋아요’ ‘화나요’ △이 기사를 모바일 메인으로 추천 △댓글 ‘공감’ ‘비공감’ 등이 있어, 매크로를 이용한다면 다양한 방식으로 여론조작을 시도할 수 있다. 네이버는 매크로를 막는 장치를 두고 있지만, 걸러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국정원이 댓글을 직접 작성하면서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여론조작을 주도했다면, 드루킹 등은 기사나 댓글의 추천 수를 조작해 입맛에 맞는 의견의 여론 노출을 늘리는 것을 목적으로 했던 것으로 보인다. 드루킹 일당은 국정원과 달리 대규모의 조직을 동원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국가권력이 대선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조직적으로 개입한 사건(국정원 댓글조작)이냐 아니냐는 큰 차이다.

지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한나라당 측의 디도스 공격을 연상케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1년 10월26일 서울시장 보선이 있던 날, 최구식 전 한나라당 의원의 수행비서 공모씨는 IT업체 직원 4명과 공모해 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디도스 공격을 가해 홈페이지를 마비시켰다. 당시 경찰과 검찰의 수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은 투표율이 낮을수록 당시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였던 나경원 의원에게 유리할 것으로 판단했다. 투표소 위치가 공개된 선관위 홈페이지를 마비시켜 투표율을 낮추려는 의도였던 셈이다.

공씨와 IT업체 대표 강모씨는 ‘좀비 PC’ 200여대를 동원해 선관위 홈페이지와 박원순 당시 무소속 후보의 홈페이지를 마비시켰는데,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인터넷 카페 회원들의 네이버 아이디를 차용한 드루킹 일당의 수법과 비슷하다는 지적이다.

수법에서는 유사성이 발견되지만 목적은 다소 차이가 있다. 공씨 등은 서울시민의 정치적 의사 표시(투표)를 막으려는 의도로 디도스 공격을 자행했지만, 드루킹 등은 이미 표출된 의견이나 기사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방식을 취했기 때문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본지 통화에서 인터넷상의 여론조작 사건이 계속 일어나는 원인에 대해 “(정치권에서) 인터넷 여론의 영향력이 크다고 보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진단하며 “좀 더 정교하게 제도적인 규제 장치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매크로 등을 원초적으로 차단하는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매크로 활용시 조기에 적발해서 바로 고발 처리가 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