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겨눈 엘리엇…지배구조 개편 복병

2018-04-05 07:47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현대자동차그룹을 겨눴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엘리엇은 전날 보도자료를 내고 "현대차와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의 10억 달러(약 1조500억원) 이상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의 시가총액을 모두 합치면 4일 종가 기준으로 73조원이다. 엘리엇의 지분은 1.4%로 추정된다.

엘리엇은 폴 싱어(74) 회장이 이끄는 헤지펀드다. 행동주의 투자를 표방하며 높은 지분율을 무기로 이사회를 압박해 경영진을 교체한다. 적대적 인수·합병을 통해 기업 경영권을 빼앗기도 한다. 엘리엇의 총 운용 자산은 350억 달러로 현대차 시가총액(4일 기준 34조47330억원)과 비슷하다. 행동주의 투자 헤지펀드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다.

엘리엇이 노린 현대차의 약한 고리는 지배 구조 개편 방안이다. 지난달 말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를 축으로 하는 지배 구조 개편안을 내놨다. 순환 출자 구조를 없애고 지배 구조를 일원화하는 게 골자다.

엘리엇은 이와 관련해 "현대차그룹의 출자 구조 개편안은 고무적이나, 회사와 주주를 포함한 이해 관계인을 위한 추가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또 "현대차그룹의 계열사별 기업 경영 구조 개선, 자본 관리 최적화, 주주 환원을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에 대한 세부적 로드맵을 공유할 것을 요청한다"며 "이런 사안에 대해 경영진, 이해관계인과 직접 협력하고 나아가 개편안에 대한 추가 조치를 제안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현대차가 보이는 대응에 따라 점차 강도를 높여 실제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경고로 읽힌다.

엘리엇은 2015~2016년 엘리엇은 삼성그룹과도 경영권을 둘러싼 대결을 벌인 바 있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비율이 주주에게 불리하다며 반기를 들었고, 이듬해엔 지배 구조 개편을 문제로 들어 삼성전자 분할과 현금 배당 30조원, 미국 상장 등을 요구했다.

엘리엇의 1차 목표는 주가부양으로 보인다. 전날 엘리엇의 깜짝 발표에 하루 동안 현대차 주가는 2.96% 올랐고, 기아차(2.52%)와 현대모비스(3.52%) 주가도 급등했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엘리엇이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합병에 반대하지 않고 계열사별 주주 친화 정책을 구체화하라는 요구를 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며 "합병에 반대할 때의 실익보다 계열사의 주주 친화 정책이 이뤄졌을 때의 실익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엘리엇 요구에 따라 추가적인 주주 친화정책이 나올 환경이 조성됐다는 점에서 주가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현대차 경영진의 대응이 만족스럽지 않을 경우 엘리엇은 더 많은 배당을 요구하며 현대모비스 주총에서 합병에 반대할 가능성도 있다. 현대차그룹이 발표한 현대모비스 인적 분할 및 합병안이 주총을 통과하려면, ‘의결권 있는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 동의와 발행주식 총수 3분의 1 이상 참석, 동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현대모비스 지분 가운데 오너 측 우호 지분은 개인 지분에 기아차(16.9%), 현대글로비스(0.7%), 현대제철(5.7%) 지분을 더해 30%가량이다. 외국인 지분율이 48%에 달하기 때문에 엘리엇이 반대하고 외국인과 기관투자자, 그리고 소액주주가 이에 동조하면 합병이 무산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