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학생 애창곡 '총 맞은 것처럼' 평양 공연 나올까…"조선 노래 흥 안나"

2018-03-30 15:27
다음달 1일 평양 공연 남측 예술단 포함된 가수 백지영, 북한에서도 큰 인기
남한 영화·드라마, 중국 접경에서 북한으로 유입…OST까지 덩달아 애청

[사진=뮤직웍스]


평양 공연에 참가하는 가수 백지영이 '총 맞은 것처럼'을 부를 수 있을까. 다음달 1일 예정된 평양 공연을 위한 방북단 선발대가 29일 평양으로 떠난 가운데, 공연 세트리스트에 대한 궁금증 또한 커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세부적인 곡목이나 협연 내용에 대해서는 북측과 협의를 진행 중이다. 공연 직전까지 변동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2008년에 발표된 '총 맞은 것처럼'은 이별의 아픔을 총에 맞은 것에 직접적으로 비유한 가사로 화제를 모은 백씨의 대표곡이다.

백씨의 노래는 북한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22일 한 탈북자의 입을 빌려 "백지영의 '총 맞은 것처럼'은 평양 대학생들의 애창곡 1위였다"며 "백지영 노래가 하도 많이 나오니 단속반도 그의 노래를 줄줄 외우고 다녔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곳 중 하나로 꼽힌다. 북한 주민들은 어떻게 남한 노래를 즐겨 들을 수 있는 걸까.

북한 당국은 최근 '남조선풍'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단속에도 불구하고, 북한 내부에서 남한 영화와 드라마가 인기를 누리면서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 탈북해 한국으로 망명한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 또한 "낮에는 김정은 만세를 외치지만 밤에는 집에서 이불을 쓰고 한국 영화를 보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부산하나센터장을 맡고 있는 강동완 동아대 교수는 '북한 내 한류확산 실태와 대북정책 시사점'이라는 정책토론회 발제문에서 "북한에서의 한류 현상은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에서 생산돼 북한으로 유입되는 복제 DVD. [사진=강동완 동아대 교수]


강 교수에 따르면 이러한 남한 영상물은 주로 중국과의 접경 지역에서 화교 등을 통해 CD·DVD 혹은 USB의 형태로 북한 내부에 유입된다. 이후 친지나 지인 사이에 공유되거나, 장마당 등에서 암암리에 거래되면서 확산된다는 설명이다. 이른바 '노트텔'로 불리는 EVD 플레이어나 중국산 저가 태블릿 PC 등이 시청에 이용된다고 한다.

북한 주민들은 남한 영화와 드라마를 시청하면서 자연스럽게 삽입곡까지 즐겨 듣게 된다. 실제로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이 탈북자 51명을 대상으로 한국 가요 인기도를 조사한 결과 이들 중 27.5%는 '해를 품은 달', '상속자들', '별에서 온 그대' 등 드라마 OST를 애청곡으로 꼽았다. 특히 '제빵왕 김탁구'에 삽입된 가수 이승철의 '그 사람'의 경우 해당 설문조사에서 4위를 차지하면서 드라마의 파급력을 톡톡히 보여줬다.

강 교수는 "남한 노래는 사랑, 북한 노래는 사상을 빼면 노래가 안된다"며 "북한 주민들이 남한 노래를 즐겨 듣는 이유는 사상이 아닌 사랑과 사람의 감정을 노래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가로막힌 38선' 그런 노래도 있고, 그 다음에 여러 가지 재밌는 것도 많더라고요. '기다림에 지쳤어요. 땡벌 땡벌' 이런거. 그런거 우리 사람들 많이 압니다. 근데 걸리지 말아야지. 흔히 놀때도 조선 노래 부르는 건 있단 말입니다. 옛날에 나온 노래들 왠만한 사람들은 젊은 아이들도 많이 알고. 저이끼리 놀 때, 우리 암만 나이가 있어도 놀 때 있잖아요? 그럴 때 같이 명절날에 부르고 생일날이다 그럴 때 놀지요. 다 그렇게 해요. 조선 노래는 이제는 흥이 안나니까, 사람들도 생활이 곤란해도 쪼끔 머리는 텄어요."

강 교수의 저서 '사람과 사람: 김정은 시대 북조선 인민을 만나다'에 소개된 한 40대 남성 탈북자의 말이다.

하 의원은 "이번 조사에서 발견된 또 하나의 특이점은 2015~2017년 등 비교적 최근에 탈북한 10~20대 탈북자도 템포가 느린 발라드, 트로트 등을 주요 애청곡으로 꼽고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내부에서는 아직까진 따라 부르기 쉬운 옛날 노래를 선호하는 편이라는 것이다. 조용필, 백지영, 윤도현 등과 함께 남측 예술단에 포함된 걸그룹 레드벨벳의 공연에 북한 주민들이 보일 반응 또한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