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재구성] '미투'에 결국 고개 숙인 정봉주…잊었을까, 속였을까

2018-03-30 06:00
"아직 성추행 단정할 수 없다"는 신중 의견부터 "꽃뱀몰이 반성해야 한다"는 지적도

기자 지망생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는 정봉주 전 의원이 지난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고개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정봉주 전 의원을 둘러싼 '미투(#MeToo)' 진실공방이 3주만에 일단락됐다. 정 전 의원은 28일 "서울시장 출마를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폭로는 지난 7일 '프레시안'의 보도로 촉발됐다. 현직 기자라고 밝힌 A씨는 프레시안을 통해 2011년 12월 23일 정 전 의원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정 전 의원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A씨를 알지 못하고 만난 적도 없다는 것이었다. 사건 당일 자신의 알리바이를 증명하는 780여장의 사진도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 중 일부는 방송을 통해 공개됐다.

정봉주 전 의원과 프레시안이 서로를 맞고소한 가운데, 여론은 조금씩 정 전 의원에게 유리하게 기울어졌다. 이 과정에서 A씨의 신원, 의도 등과 관련된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떠돌아다니기도 했다.

A씨는 기자회견을 열고 성추행이 일어난 시간을 적시한다. 사건 당일 오후 5시 37분 사건이 일어난 호텔 1층에서 찍은 위성위치측정시스템(GPS) 기반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셀카'를 공개한 것이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명백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얼굴과 신원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 호소를 의심했다"고 말했다.

결국 정 전 의원은 해당 시간대에 자신의 신용카드를 문제의 호텔에서 사용한 내역을 확인했다며 고소를 취하했다. 정 전 의원이 A씨와 국민을 기만한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그날'에 대한 기억이 없었던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오랜 세월이 지나고 그 찰나의 기억들을 더듬으려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정 전 의원을 옹호하기도 했다. "카드 내역 발견으로 정봉주 성추행을 단정짓고 '방방 뜨는' 것도 경계해야 할 일"이라고 선을 긋는 이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 공방의 과정이 한국 사회가 성범죄를 다루는 전형적인 방식과 닮았다는 지적은 유효하다.  한 트위터리언은 "피해자는 말을 할수록 꼬투리가 잡혀 꽃뱀몰이를 당하는데 가해자는 범죄 행위가 더 밝혀질수록 동정을 받는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이용자도 "정봉주 옹호하던 사람들의 대다수가 상황이 이렇게 됐음에도 반성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자신들을 착각하게 만든 정봉주를 비난하거나 이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잊어버리겠지"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