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올인했다"..애플의 할리우드 출사표

2018-03-28 04:00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시에 소재한 애플 사옥 [사진=Duncan Sinfield 유튜브 캡처]


“우리는 올인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애플의 에디 큐 인터넷소프트웨어 담당 수석부사장은 애플이 새로운 모험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애플이 ‘올인’한 신사업은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제작이다. 실리콘밸리의 안락한 품에서 빠져나와 할리우드라는 미지의 영역으로 뛰어들기로 한 것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큐 수석부사장은 이날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린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 콘퍼런스에서 애플의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과 관련해 "우리는 완전히 올인했다. 우리는 양을 추구하지 않는다. 우리는 질을 추구한다"고 강조했다.

큐 수석부사장은 "우리는 TV 프로그램 제작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모른다”며 애플의 명성에 걸맞지 않은 겸손함을 보이면서도 “우리는 프로젝트를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는 말로 콘텐츠 사업에 힘을 주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다만 NYT는 제품의 성공과 쇼 프로그램의 히트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야후 역시 과거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뛰어들었지만 결국 포기를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애플의 할리우드 진출은 '간보기'에 그치지 않는다. 콘텐츠 제작에 투입하는 노력과 비용은 애플이 넷플릭스와 경쟁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NYT에 따르면 애플은 현재 캘리포니아주 컬버 시티에 약 1만1891㎡ 규모의 엔터테인먼트 본사를 건설 중이다. 또한 올해 콘텐츠 제작을 위해 편성한 예산은 10억 달러(약 1조800억원)에 달한다. 넷플릭스의 80억 달러나 훌루(Hulu)의 25억 달러에 비해서는 적지만 2020년까지 매년 50% 이상씩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지난해에는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와 ‘더 크라운’을 히트시킨 소니 픽처스의 고위 임원 잭 반 앰버그와 제이미 일리크트를 영입했다. ‘라라랜드’의 감독 데이미언 셔젤과 'ET'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식스센스’ 감독 나이트 샤말란, 리즈 위더스푼, 제니퍼 애니스톤, 크리스틴 위그 등 할리우드 스타 감독 및 배우들과도 손을 잡았다. 

애플은 시나리오 입찰에도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최근엔 넷플릭스를 제치고 몇 개 작품을 따냈으며, 12개 콘텐츠 제작 프로젝트는 이미 가동 중이다. 스필버그 감독은 인기 TV시리즈 '어메이징 스토리'의 속편 제작을 맡았고 샤말란 감독은 심리 스릴러물을 맡았다. 12개 프로젝트 중 9개는 파일럿 에피소드 없이 곧바로 시리즈로 방영된다. 

아직까지 애플은 오리지널 콘텐츠를 어떻게 배급할지, 새로운 사업 파트너는 누가 될지 공개하지 않았다. 우선 애플 TV앱에 귀속되었다가 일정 시간이 지난 후 넷플릭스처럼 유료 구독을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금으로선 애플이 가진 최대 장점은 넷플릭스를 인수하고도 남는 2850억 달러의 두둑한 현금과 지구에서 가장 ‘쿨’한 브랜드 이미지라고 NYT는 말한다. 하지만 할리우드는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는 시나리오 작가 윌리엄 골드먼의 공식이 여전히 통하는 곳이다. 애플의 할리우드 모험이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