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왁자지껄] '사랑받을 운명(?)'의 아파트…'디에이치자이 개포' 청약 광풍을 바라보며

2018-03-26 15:00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디에이치자이 개포' 모델하우스에서 입장을 기다리는 방문객들의 모습. [사진제공=연합뉴스]


최근 부동산 업계의 화두는 단연 '디에이치자이 개포' 청약 광풍이다.

분양 시장 성수기인 봄철이 다가왔고, '개포주공 8단지'를 재건축한 강남권 노른자위 아파트라는 점에서 인파가 몰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 단지는 매일 언론을 통해 대서특필될 만큼 그 열기가 유독 심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26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21일 진행된 디에이치자이 개포의 1순위 모집은 총 1246가구에 3만1423명이 청약하며 평균 25.2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특히 16가구만 공급되는 판상형 전용면적 63㎡P 타입은 1451명이 몰려 90.69대 1의 최고 경쟁률을 찍었다. 이 단지는 1순위 청약에 앞서 진행된 지난 19일 특별공급에서도 458가구 모집에 991명이 신청, 평균 2.16대 1의 경쟁률을 나타내며 이미 청약 광풍을 예고한 바 있다.

디에이치자이 개포가 큰 인기를 누리는 것은 우수한 강남 입지를 갖춘데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디에이치자이 개포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4160만원으로 5000만원 선인 인근 단지들에 비해 무려 1000만원가량 낮다. 당첨 시 예상 차익은 5억~7억원 수준으로, 전형적인 '로또 분양 단지'인 것이다.

업계는 디에이치자이 개포 가격이 주변 아파트 시세에 수렴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신규 아파트는 같은 지역이라면 다른 단지들에 비해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밖에 없다. 단지 평면, 마감재, 커뮤니티 시설 등이 최근 수요층의 구미에 맞게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투자가치 요소를 오롯이 배제한 실거주 가치만 따져 봐도 대부분 주변 아파트는 새 아파트의 비교 대상이 못된다. 이미 태생적으로 디에이치자이 개포는 청약자들에게 '사랑받을 운명(?)'의 아파트인 셈이다.

특히 이 단지는 분양가가 9억원이 넘어 중도금 대출도 불가능하다. 외려 현금 부자들에게는 가수요 경쟁자들마저 걸러지는 상황이다.

부동산 전문가인 한 지인은 이번 디에이치자이 열풍을 두고 "한탕주의적인 청약 수요와 안전자산에 대한 구매심리가 복합된 결과"라고 이야기했다. 바꿔 말하면 투자수요, 실수요를 모두 만족시킬 만한 아파트라는 소리다.

정부의 분양가 제한은 저렴한 아파트의 지속 공급을 통해 집값 안정을 도모하는데 목적이 있다.

하지만 강남 일대는 재건축을 제외하면 사실상 공급될 수 있는 공간이 없다. 분양가를 억누르는 방식이 오히려 현금 부자들에게 절호의 기회를 줄 수 있는 것이다.

향후 서울 강남권 분양 사업장들은 얼마든지 '제2, 제3의 디에이치자이 개포'가 될 수 있다. '규제의 역설'에 빠지지 않도록 정부의 로또 청약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 마련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