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 인 엔터프라이즈] ① 도넘은 '삼성 때리기'에도…100주년 향해 달린다

2018-03-27 05:30
무차별 공격에 성장 동력 발목…美ㆍ中 등 경쟁사 추격 빨라져
예년보다 많은 주주 주총 찾아 "고생했다" 격려ㆍ응원 목소리

권오현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회장)이 23일 오전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 49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번 주주총회에서는 재무제표 승인, 이사선임, 이사보수한도 승인, 발생주식 액변분할과 정관변경이 다뤄진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삼성전자는 국내에서도 강력한 기업이지만 세계적으로도 대단한 기업이다."

"최순실 게이트 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삼성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데 먼저 집중해야 한다."

지난 23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삼성전자 제49기 정기주주총회'에 참석한 한 주주와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런 견해를 밝혔다. 전날 창립 80주년을 맞은 삼성전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각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우리 사회에는 단순히 비판적 견해만 있는 건 아니다. 일각에선 도를 넘어선 '삼성 때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아니면 말고 식의 ‘무차별적인 공격’이다.

다른 한켠에선 지난해 인텔을 누르고 매출액 기준 세계 1위 자리를 꿰찬 삼성전자가 ‘혁신 추동력’을 잃고 좌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보호무역 강화 속에 후발주자의 도전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도를 넘어선 '삼성 때리기'...80주년 생일에도 '쉬쉬'
삼성그룹 사정에 정통한 몇몇 관계자들은 “적법한 절차를 밟았어도 삼성이 했다고 하면 마치 부정한 일이라도 있었던 것처럼 공세를 퍼붓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특히 창립 80주년이라는 기념비적인 날조차 쉬쉬하며 보낼 수밖에 없는 현실에 참담한 심정을 토로하는 삼성 직원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 때문인지 1년여의 수감 생활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복귀도 지난 22일 국내가 아닌 유럽출장으로 먼저 이뤄졌다. 이로 인해 같은 날 진행된 삼성 80주년 행사와 그 다음날 있었던 주총에도 이 부회장은 참석하지 못했다.

국내에서는 이 부회장의 상고심 재판이 예정돼 있는데다 재판부가 적법하다고 판단했던 ‘삼성물산 합병 과정’ 등도 최근 사회적 이슈로 또다시 불거진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당초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이들 행사를 통해 ‘100주년을 향한 비전’과 ‘이사회 중심 경영체제’를 선포하고 ‘뉴삼성’의 기치를 다시금 세울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우리나라에 몇 안되는 '세계 1위 기업' 삼성의 혁신이 지연되는 사이, 정작 웃는 것은 다른 나라의 경쟁사들이다. 하지만 삼성에 대한 균형을 갖춘 시각을 찾아보기 힘들고 공격적인 발언만 집중적으로 생산되는 게 요즘 국내의 현실이다.

반도체 이후의 먹거리 사업을 고민하고 미래를 이끌어야 할 이 부회장의 국내 경영복귀 시점이 더욱 늦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삼성전자, 주주친화 경영에 주주들 격려.응원
이런 와중에 이번 주총장에는 예년보다 배가량 많은 800여명의 주주들이 찾았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부회장에 대해 비판하는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지만, 대부분 삼성전자를 응원하는 주주들이었다.

이날 발언권을 얻은 한 주주는 "대한민국을 먹여 살리느라 고생 많았다"면서 "삼성을 비난하고 비아냥거리는 사람이 있지만 정말 고생했다"고 치켜세웠다.

또다른 주주는 “액면분할 결정에 감사한다”며 “주가도 많이 올랐고 배당을 늘려줘서 감사하다”고 격려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이날 주총은 약 두 시간만에 일사천리로 마무리됐다.

△재무제표 승인 △이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발행주식 50대 1 액면분할 등 4건의 안건 모두 별다른 반대 토론 없어 주주들의 박수로 '만장일치 승인'됐다.

우울한 ‘팔순잔치’를 보냈던 전날과는 사뭇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대기업 고위임원은 “사회시스템보다 국민들의 의식이 더 빠르게 진보하다 보니 최근 기업을 평가하는 기준도 높아졌다”면서 “특히 재계 1위의 삼성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도덕성 자체로 판단하는 일이 많아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최근 재계도 이같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삼성전자가 이번 주총에서 50대 1의 주식액면 분할 등을 통해 주주친화 경영을 강화해나가는 것처럼 인정해줄 것은 인정해야 다 같이 발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준선 한국기업법연구소 이사장은 “과거의 법 기준에 의해 적법한 경영활동을 했던 기업을 현재의 도덕적 기준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며 “다만 현재 국민의 의식에 뒤처지는 법과 제도가 많은 것이 사실인 만큼, 시스템을 고쳐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방향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