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해공단·광물공사 통합, 동반 파산 우려…재무적 실효성 높여야

2018-03-25 13:01
해외자원개발 부실에 대한 명확한 책임 규명 선행돼야
즉각 통합보다 체계적 부채 청산 및 사업 구조조정 등 안정적 통합·이관 필요

 

한국광물공사와 한국광해관리공단의 통합 여부가 이달 말 결정되는 가운데, 이들 기관의 통합이 동반 파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특히 섣부른 통합 결정에 앞서 해외자원개발의 부실 책임 규명, 근본 재발방지대책 수립 등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5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산하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오는 30일 '해외자원개발혁신TF' 권고안을 반영해 광물자원공사 업무 폐지·통합에 대한 최종결정을 내린다.

공기업의 해외자원개발 실태를 파악하고, 부실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기 위해 구성된 혁신TF는 앞서 지난 5일 광물공사가 존속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판단, 유관기관과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골자로 한 권고안을 정부에 제시했다. 통합 기관으로는 광해관리공단이 유력하다.

문제는 이들 기관의 통합이 득보다 실이 크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두 기관을 통합해도 부채상황 개선이 어려워 결국 동반파산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안 없는 단순한 통폐합보다 해외자원개발 부실에 대한 명확한 책임 규명이 우선돼야 하고,  광물공사의 체계적 부채 청산 및 사업 구조조정 등을 통한 안정적 통합·이관을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광물公·광해公 통합으로 유동성 위기 해결?

광물공사는 지난 정부에서 무리한 해외자원개발 투자로 부채규모가 2008년 5000억원에서 2016년 5조2000억원으로 급증,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특히 누적 회수액 5000억원은 5조2000억원에 달하는 총 투자액 대비 10% 수준에 불과하다. 확정된 누적 손실액만도 투자액 대비 41% 수준인 19억4000만 달러에 이른다.

반면 광산 개발로 인한 환경피해 복원과 폐광지역 진흥을 목적으로 설립된 광해관리공단은 광해 복구사업과 폐광지역 진흥사업 등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견실한 재무구조를 유지해 왔다. 

광해관리공단은 2016년 기준으로 91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부채 역시 3078억원으로 부채비율이 25%에 불과하다.

문제는 두 기관 통합 시 또 다른 부실적자 공기업이 탄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양 기관 통합 시 재무구조를 살펴보면 광해공단과 광물공사의 통합 즉시 완전 자본잠식에 빠진다는 결론이다.

광해공단의 자본은 1조2758억원이지만, 광물공사의 자본은 -1조2823억원이다. 두 공기업 통합 이후 자본은 -65억원으로 자본잠식 상황에 이른다.

또 향후 광물공사의 만기도래 차입금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다가온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올해 광물공사가 갚을 차입금은 7508억원이지만 내년엔 9610억원, 2020년 8555억원, 2021년 1조1843억원에 달한다.

2022년 7896억원까지 포함해 광물공사가 5년간 갚을 총 차입금은 4조5000억원에 이른다.

정부가 우려하는 것으로, 광물공사 파산 시 국가신용도 하락의 경우에도 재고의 여지가 남아 있다.

혁신TF는 정부 권고안에서 "공사의 채무불이행 발생 시 자산가치 하락뿐 아니라, 공기업 전반의 신용도 하락 등 국가 경제적 파급효과 발생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광물공사의 파산이 국가 신용도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은 없다고 지적한다.

이미 정부는 광물공사의 부채를 거시경제지표인 공공부문 부채(약 1100조원)에 포함했다. 정부가 지급 보증한 부채에 대한 상환거부의 경우에만 국가 신용도가 하락한다. 

유동성 위기의 본질은 통합 여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광물공사 해외사채에 대해 정부 지원(보증)이 보장되느냐의 문제라는 것이다.

광물공사 해외사채에 대해 정부 지원(보증)이 보장되면 차환발행의 방법으로 유동성 위기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해외자원개발 부실·진실 규명 선행돼야

해외자원개발 부실액에 대한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 없이 서둘러 기관통합으로 봉합하는 것은 공기업 혁신정책 기조에 역행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혁신TF의 권고안은 광물공사를 유관기관에서 흡수한 후, 기관보유자산을 매각해 해외잔존부채를 청산하는 방안이다. 이는 광물공사는 사명만 변경하고, 지속 유지하는 내용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광물공사 부채를 유관기관으로 전가할 것이 아니라 부실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원인자 책임규명, 감독부처의 문책이 선행된 이후 근본적 재발방지 대책 제시와 청산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각적 기관 통폐합보다 매각가치를 극대화한 체계적 부채 청산 및 사업 구조조정 등 안정적 통합·이관 준비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광업분야의 경험 등 전문성이 없는 캠코에 단순 위탁매각할 것이 아니라 공사 제한적·한시적 법인유지 및 전략적 자산 매각으로 국가 재정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일본의 경우 기관통합을 결정한 후, 3년간 해외자산 매각용 폐지법인을 유지하고 있다.

통합준비 기간(3년) 동안 점진적 사업 및 인력 구조조정으로 사회적 충격을 완화하고 통합기관의 안정적 출범 및 연착륙을 지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양 기관의 통합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고 공공정책·서비스 공백을 최소화할 수도 있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해외자원개발의 부채 해결 및 근본적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한 후, 광물공사에 대한 처리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며 "정부는 부실기관의 자산·부채를 통합기관에 이관하지 않고, 부채청산 선행 방안을 우선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