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자원개발戰] ‘첨단의 쌀’ 원자재 개발·소재화, 정부가 나서라

2021-05-28 05:18
장기공급 계약·현지 합작사 설립 등 각개전투 중
민간기업 힘 만으로 역부족...국가적으로 올인해야 승산

세계 각국이 말 그대로 글로벌 자원 확보 전쟁에 돌입하면서 국내 소재 기업들은 장기공급 계약 등의 방법으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민간 기업의 대응만으로 한계가 있어 정부 차원의 다각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소재 업계는 글로벌 자원 전쟁 대응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

비철금속기업 LS니꼬동제련은 구리 가격 상승 추세를 예의주시하며 내부적으로 전략을 마련 중이다. 구리 가격이 급격하게 오르면 일시적으로 수요가 줄어드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고, 가공업체에서도 가격이 변동하는 상황에서는 계약을 망설이기 때문이다. 다만 구리의 원료인 동광석은 이전에 체결한 장기공급계약으로 확보하고 있어 현재로서는 안정적 수급이 가능하다.

LS니꼬동제련은 2019년 캐나다 자원개발기업 테크 리소시즈와 10년간 100만t의 동광석을 구매하기로 하고, 매년 10만t씩 공급받고 있다. 캐나다 광산기업 퍼스트 퀀텀 미네랄스와도 15년 간 180만t의 동광석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회사 관계자는 “중국과 인도가 국가 지원으로 신흥 제련 세력으로 떠오르는 상황에서 동광석 확보가 어려워지고 있다”며 “보통 동광석 계약이 3년만 돼도 장기계약에 속하는데, 회사는 앞서 이례적으로 장기간 계약을 체결했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그래픽팀]



배터리 업계는 양극재의 원료인 ‘니켈’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전기차 주행거리 향상을 위해 배터리에 니켈 함유량을 높이고 있지만, 2025년부터는 니켈 공급이 부족해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에 삼성SDI는 지난해 11월 호주의 광산개발업체 퓨어미네랄즈와 연간 6000t의 니켈 공급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3~5년간 장기계약으로 니켈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산업계 전반에 걸쳐 자원 확보가 중요하지만, 한국에는 자원이 거의 없다. 이에 종합상사를 중심으로 해외에서 직접 자원 생산에 참여하며 공급망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하다.

대표적인 기업이 포스코인터내셔널이다. 이 회사는 미얀마 가스전 개발에 참여해 액화천연가스(LNG)를 생산하고 있다. 사실상 LNG 공급망을 확보하고 강화하는 데 있어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미얀마 사태로 국제사회에서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이 가스전 개발을 중단해야 한다는 요구도 있지만, 그럴 경우 LNG를 중국에 빼앗기는 등 오히려 국익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회사는 가스전 개발을 지속한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업계가 자체적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글로벌 자원 전쟁이 격화되는 현 상황에서 과거 광물공사와 같은 국가 차원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 자원개발 업계 전문가는 “해외 자원개발을 하는 기업이 손꼽을 정도로 줄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자원을 개발해서 소재화하는 데까지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데 (기업의 자금 여력이 부족하니) 결국 정부가 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권과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며 “단기적으로 가격이 오르니 투자해야 한다는 식으로 접근하면 과거의 실패를 반복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미얀마 가스전. [사진=포스코인터내셔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