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치인트' 박해진 "유정役, 빨리 벗어날 듯…더 '센' 작품 온다"
2018-03-25 00:10
영화 ‘치즈인더트랩’(감독 김제영)은 모든 게 완벽하지만, 베일에 싸인 선배 ‘유정’(박해진 분)과 평범하지만 매력 넘치는 여대생 ‘홍설’(오연서 분)의 로맨스를 다루고 있다. 지난 2010년부터 연재를 시작해 회당 평균 약 100만 뷰 이상을 달성한 순끼 작가의 웹툰 ‘치즈인더트랩’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이번 작품에서 박해진은 완벽한 대학 선배 유정 역을 맡았다. 다른 사람들을 대할 때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을 파악할 수 없는 인물. 모두가 선망하는 완벽한 집안, 재산, 학업성적으로 주변에 사람들이 끊이지 않지만 실제로는 모두에게 벽을 두고 경계하는 캐릭터다.
“어쩌다 보니, 첫 상업영화 데뷔작 역시 ‘치즈인더트랩’이 되었어요. 정말 저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작품인 것 같아요. 여러 마음이 들죠. 좋기도, 아쉽기도 하고요.“
“매체와 장르가 달라졌어요. 제가 알고 있던 ‘유정’이 정답은 아니었죠. 제가 100% 구현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았고요. 오히려 새로운 창작물을 만드는 과정에 ‘내가 너무 원작에 갇혀있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들 시나리오에 맞는 새로운 인물을 만들어 가는데, 저만 ‘이렇게 하면 안 돼’하고 우기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든 거죠. 원작은 원작, 드라마는 드라마, 영화는 영화라고 생각하고 시나리오에 집중했어요.”
그렇다면 드라마 속 유정과 영화 속 유정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박해진의 말처럼 유정은 50부작 드라마로도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한 선사, 심리를 가진 인물이다. 이에 “영화 속 유정을 위한 전사를 만들었느냐”고 물었고, 박해진은 “특별히 따로 만들지는 않았다”고 답했다.
“이미 원작에서 자세하게 표현하고 있으니, 제가 이해하고 (표현을) 하면 되는 거예요. 유정은 매우 아픈 인물이죠. 자유롭게 뛰어놀아도 모자란 어린아이가 항상 억압받고 믿었던 가족, 친구들에게 그런 감정을 느끼게 되었을 때 얼마나 큰 배신감을 느꼈을지 이해가 갔어요. 극 중 인호에게 ‘나한테 이해도 되냐?’는 말을 하는데, 오해로 시작해 걷잡을 수 없이 벌어지는 감정의 골이 너무도 깊었죠. 봉합하고 싶은데 영화에서는 잘 표현되지 못한 것 같아요. 웹툰이나 드라마에서는 두 사람이 서로 미워하지만은 않으니까. (영화 속) 인호와 모습이 충분히 그려지지 않은 게 아쉽게 남아있죠.”
유정에 대한 이해가 높은 박해진은 영화 속 패션에도 많은 아이디어를 제공했다고.
“유정처럼 입으려고 했어요. 비비드한 건 피하고 네이비컬러의 의상을 주로 입었죠. 성격을 반영하는 편이었어요. 제가 또 옷을 좋아하고 나름대로 소재에 민감해서요. 저에게 어울리되 유정에 가까운 의상을 고르려고 애썼죠. 그리고 작품은 오래 남으니까 유행에 타지 않는 세련된 아이템이어야 하고요. 하하하.”
드라마와 영화에서 각기 다른 홍설, 백인호, 백인하와 만난 박해진. 그에게 드라마와 영화 속 배우들과의 호흡에 관해 묻고 자평을 부탁했다.
“설이 같은 경우 (김)고은 씨는 귀여운, (오)연서 씨는 똑 부러지는 성향을 가지고 있죠. 다른 매력을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고은 씨는 실제로도 귀엽고 발랄한 친구거든요. 자신만의 독보적인 홍설을 그려냈어요. 연서 씨는 외적 싱크로율은 말할 것도 없고 연기도 원작과 더 가깝게 느껴지더라고요. 또 인호 역에는 (서)강준 씨와 (박)기웅 씨가 있는데 강준 씨가 20대 초반의 날 것을 보여줬다면, 기웅 씨는 더 노련한 느낌? 센스 있게 인호를 표현해줬어요. 인하 역은 (이)성경 씨는 위트 있고 캐릭터로서 돋보였다면 (유)인영 씨는 정말 인하 같죠. 하하하.”
박해진의 ‘칭찬’에서 엿볼 수 있듯, 영화판 ‘치즈인더트랩’의 캐스팅은 (외적으로) 더할 나위 없는 백퍼센트의 싱크로율을 가지고 있다. 원작 팬들의 만족도 또한 높았던 상황.
“웹툰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데 저는 빗맞더라도 어쨌든 세월을 맞고 있어요. 하하하. 제가 연기할 수 있는 마지막 유정이었죠. 고맙다고 할까요? 오래도록 연하남이라는 타이틀을 벗고 싶었고, 이제 유정 차례가 되었는데 생각보다 유정은 더 빨리 벗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더 센 작품을 준비하고 있거든요.”
박해진이 언급한 더 ‘센’ 작품이란 드라마 ‘사자’를 뜻했다. 그의 차기작이 될 ‘사자’는 어머니의 의문사를 파헤치던 남자가 자신과 똑같은 얼굴의 인간을 하나, 둘 만나면서 더 큰 음모에 휘말리는 미스터리 스릴러.
“아직 촬영이 많이 남았어요. 총 네 명의 캐릭터를 연기해야 하는데 아직 캐릭터들이 함께 등장하는 신은 아직 한 번도 촬영을 안 했어요. 1인 4역이다 보니 똑같은 장비, 앵글, 무빙, 포인트에서 연기해야 하거든요. 그게 쉽지 않더라고요. 현장에서 대역 배우 친구와 함께 다니는데 그 친구와 대사 호흡이나 연기를 몸짓을 맞추는 훈련을 하고 있어요. 2역까지는 한 번에 촬영해도 (이제는) 문제가 없는데, 4명이 한꺼번에 등장하면…. 하하하.”
박해진에게 2018년은 바쁘고, 의미 있는 한 해로 남을 예정. “올해의 바람이 있다면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잠시 고민한 뒤 “영화와 드라마가 잘 되는 것”이라며 정직한 답을 내놨다.
“‘치즈인더트랩’은 같지만 다른 작품이에요. 봄이랑 잘 어울리는 작품이니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사자’는 힘든 여정이 될 것 같은데 그만큼 의미 있고, 흥미로운 작품이니 기대해주셨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