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사라진 밤' 김강우 "진한役, 이유불문 나쁜 놈…몰입 어려웠다"
2018-03-13 18:03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강우는 ‘사라진 밤’을 선택했다. “작품의 완성도·시나리오의 재미”가 캐릭터·공간 등 여러 가지 우려와 불안을 불식시킨 것이었다.
지난 8일 개봉한 영화 ‘사라진 밤’은 국과수 사체 보관실에서 시체가 사라진 후 그를 쫓는 형사 중식(김상경 분),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남편 진한(김강우 분), 사라진 아내 설희(김희애 분) 사이에서 벌어지는 하룻밤을 담은 작품이다.
“작품을 선택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이유 불문, 어쨌든 진한이 ‘나쁜 놈’인 건 사실이잖아요? 캐릭터를 이해하고 (감정을) 이입할 수 있을까 고민했죠. 거기다 한정적 공간 안에서 이야기를 풀어간다는 것에 대한 의구심도 컸고요. ‘신인 감독이 유연하게 풀어갈 수 있을까?’ 당연히 걱정됐죠. 그런데 제작사 쪽에서 무슨 자신감인지 감독님 단편 영화를 보여주는 거예요. 단편영화 속 공간은 더 한정적이더라고요. 그 안에서 벌어지는 서스펜스도 상당했고요. ‘이런 정서를 가진 분이라면 (함께해도) 괜찮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었고, 출연하게 되었죠.”
최근 아주경제와 만나 인터뷰를 가진 김강우는 “절대 이해할 수 없고, 이해 가서도 안 되는” 박진한이라는 인물을 “최대한 연민이 느껴지는 인물”로 탈바꿈하기 위해 분투한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정말 신경을 많이 썼어요. 이해할 수 없는 역할이니까 더 그랬죠. 사실 연기의 기본은 ‘만약, 이게 나라면?’인데 박진한은 그럴 수 없으니까요. 만약 그러면 큰일 나죠. 하하하. 가상의 상황과 감정을 두고 연기해야 하니까 더 불안하고 힘들었던 것 같아요. ‘이게 맞나?’, ‘저게 맞나?’ 매 신, 매 컷 불안하고 예민하기도 했고요. 거기다 영화 후반으로 갈수록 피폐함의 정도도 커지고 감정이 몰아치니까 더 신경 쓸 수밖에 없었죠. 외롭고, 예민해져야 한다고 생각해서 일부러 말 수도 줄였어요.”
예민하고 고단한 작업이었다. 박진한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더욱 자신을 괴롭힐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거기다 이창희 감독은 적은 촬영 수로 김강우의 불안을 가중하기까지 했다.
이창희 감독의 선택과 집중은 오히려 김강우의 능률을 높이는 요소였다. 김강우는 그 불안과 피폐함을 박진한이라는 인물에 그대로 녹여냈다.
“촬영 기간 동안 조금 힘들게 살려고 했어요. 잠도 잘 못 자고, 내내 불안해했죠. 사실 아내를 죽이고 1순위로 몰린 상황인데 진한이 멀쩡하면 이상하잖아요? 악몽을 꾸고 점점 더 피폐해지는 모습을 담아내려고 했어요.”
진한의 예민한 감정선은 형사인 중식을 만나며 케미스트리를 폭발시킨다. 느슨하게 보이지만 아픈 곳만 콕콕 찌르는 중식으로 하여금 진한의 불안한 감정이 더욱 극대화하는 것이다. 김강우는 “연기할 때도 김상경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완벽한 연기 호흡을 자랑했다고 털어놨다.
“(김)상경이 형이랑은 거의 대화도 안 해요. 즉흥적으로 연기해도 척척 받아주죠. 배우들이 연기하면서 재밌을 때가, 나의 예상을 벗어날 때예요. 계산된 범위를 벗어나면 저 역시도 새로운 면을 보여줘야 하니까. 그런 상황들이 재밌잖아요? 상경이 형은 딱 그런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도와주는 배우예요. 반응을 주고받으면서 상황들을 이끌고 연기도 변화를 줄 수 있었어요. 이런 점들이 한정된 공간 안에서 신들을 지루하지 않게 하는 것 같아요.”
김강우는 아내 설희 역을 맡은 김희애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솔직히 김희애 선배님은 깊은 멜로로 만나고 싶었어요. 따듯한 멜로였으면 했는데, 너무 징그러운 멜로를 해버렸네요. 하하하. 사실 김희애 선배님이랑 연기하는 건 힘들었어요. 캐릭터와 너무 반대였기 때문이에요. 같이 대기하고 있을 때 선배님은 너무 소녀 같고, 따듯한 엄마의 모습이 도드라지는데 설희는 그렇지 않잖아요? 캐릭터와 인물 간에 격차가 너무 커서 일부러 덜 다가갔어요. 더 친하게 지내고 싶었는데 연기할 때 힘들 것 같아서 거리를 두려고 했죠.”
자신만의 섬세한 감정 연기로 박진한이라는 인물에게 설득력을 부여한 김강우. 그는 최근 방영 중인 MBC ‘데릴남편 오작두’를 통해 또 한 번 연기 변신에 나설 계획이다.
“캐릭터가 귀엽더라고요.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최근 너무 심각한 드라마가 많으니까 이럴 때 특색 있는 드라마, 캐릭터를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분명 이런 드라마를 보고 싶어 하는 시청자들도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특이하고 귀여운 캐릭터라서 이에 대해 기대감과 궁금증이 커요. 시청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