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지만갑' 이장훈 감독 "日원작, 현재 韓여성 정서와 달라…성장에 초점"

2018-03-23 18:46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메가폰을 잡은 이장훈 감독[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남편과 아내, 아들의 멜로영화에요. 세 사람의 로맨스죠.”

이장훈(45) 감독은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두고 여러 종류의 ‘난관’에 봉착했다. 같은 원작을 다른 결로 변주하는 것도 그렇지만, 완전무결한 ‘사랑’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도 부담이 됐다. 숱한 고민과 방황 끝에, 이 감독은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만들자”는 결론을 내렸고, 지레짐작이나 아는 체 없이 담백하고 순수한 로맨스를 완성시켰다.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세상을 떠난 ‘수아’(손예진 분)가 기억을 잃은 채 ‘우진’(소지섭 분) 앞에 나타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동명의 일본 소설을 원작으로 했으며, 일본 감독 도이 노부히로가 영화화해 큰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기도 하다.

세상을 떠난 여자가 다시 가족에게 돌아와 다시금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이야기. 모두의 염원을 담은 완전무결한 로맨스는 이장훈 감독으로 인해 조금 더 친숙하고, 낭만적인 성장과 변화를 마쳤다.

다음은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가진 이장훈 감독의 일문일답이다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메가폰을 잡은 이장훈 감독[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원작은 어떻게 만났나?
- 소설로 처음 접했다. 원래 소설이나 영화를 보고 잘 우는 편이 아닌데 (원작을 보고) 펑펑 울었다. 눈물이 확 터지더라. 지하철에서 서서 읽다가 울어버렸다. 사실 처음에는 (입봉작으로) 오리지널 시나리오를 쓰고 있었는데 잘 안 풀리더라. 제작사 대표님께서 ‘리메이크하고 싶은 작품이 있으면 가져와보라’고 하셨는데 단박에 ‘지금 만나러 갑니다’가 생각났다.

소설을 시나리오화시키면서 이장훈 감독화 시키는 것이 중요했겠다
- 에피소드 같은 것들은 새로 만들었다. 원작의 큰 줄기는 같되 세세한 부분들이 많이 달라진 거다. 그런 과정에서 ‘이 영화는 유쾌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슬픈 결말은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그 슬픔이 극대화되려면 행복했던 순간들이 더 유쾌해 보이길 바랐다. 그 부분에 중점을 뒀다.

그 부분에 대해 우려도 들리던데
- 원작을 사랑하시는 분들이 한국판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유쾌한 면면들 때문에 우려를 표하시는 걸 알고 있다. 원작을 헤치지 않았을까? 걱정하시는 거다. 하지만 영화를 보신 분들은 그 면들을 좋게 봐주시는 것 같다.

영화를 보면서 ‘한국적 정서’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캐릭터들이나 상황들이 원작과 달라졌는데 보다 ‘우리’에 가까워졌다고 본다
- 사실 저는 ‘한국적 정서’가 뭔지 잘 모르겠다. 그걸 알았다면 진작 입봉하지 않았을까? 하하하. 원작과 비슷하게 한다고 하면 어설프게 닮기만 했을 것 같고 뭔가 달라져야 할 것 같은데 잘 모르겠더라. 아직도 사실 ‘한국적 정서’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그렇다면 결국에는 관객 입장에서 봤을 때 ‘보고 싶은 것’에 대해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런저런 거에 휘둘리지 않고 ‘내가 보고 싶은 것’으로 밀고 나가자고.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메가폰을 잡은 이장훈 감독[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극 중 많은 설정이 달라졌다. 극 중 우진의 친구 홍구(고창석 분)가 새롭게 등장, 우진의 직장 동료인 현정(손여은 분)의 역할이 축소됐다
- 원작 소설에서는 동네 할아버지가 홍구의 역할을 해준다. 우리 영화에서도 의사 선생님이 등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객관적으로 바라봐줬으면 했던 거다. 하지만 뭔가 유쾌함을 책임져줄 수 있는 캐릭터가 등장하면 어떨까 생각했고, (홍구가) 수아의 동창이기도 하니까 새로운 관계 역시 만들어지겠더라. 설정하면서 얻는 게 더 많다고 생각했다.

직장 동료인 현정의 경우는 시나리오상에서는 더 분량이 있었다. 일본영화에서는 수아가 현정에게 우진을 부탁한다. 현정이 우진을 좋아하니 그녀에게 남편과 아들을 맡긴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많은 고민을 했다. 너무 폭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이 장면이 수아라는 캐릭터에 도움이 될까? 남자의 입장에서는 짠해 보이긴 하지만 여성의 시선에서는 폭력적이라고 생각됐다. 상대방의 의사도 묻지 않고! 감정적인 부분이 될 수도 있겠지만 수아에게 해가 된다면 빼는 게 맞겠다고 봐서 (현정의 역할을) 축소했다.

확실히 그 당시 일본 정서를 반영하다 보니, 현재 한국여성 관객들에게는 불편한 요소들이 있었다. 이장훈 감독은 그런 부분들을 배제하려고 한 거고
- 그렇다. 여성의 관점에서 원작 영화를 볼 때 조금 걸리는 부분들이 있었다. 엄마가 기억을 잃고 돌아왔는데 아빠와 아이의 이야기만 믿고 아무렇지도 않게 엄마가 되거나 요리하고 집안일을 하는 모습이 제게는 설득이 안 됐다. 여성에게 모성애를 강요하는 부분처럼 느껴졌다. 그런 것들이 지금 정서와는 안 맞는다고 생각했다. 그런 요소들을 바꿔보자고 생각했고 자연스럽게 수아와 지호와의 관계들이 웃음을 유발하는 요소들로 작용 됐다. 엉뚱한 수아가 점차 변해가는 과정을 보여줄 수 있게 되었고 그 또한 (영화에) 얻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확실히 인물들이 성장해나가는 과정이 보기 좋았다. 모두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점들
- 저 역시 이 영화는 세 사람 모두의 성장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게 우리 영화에서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고.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스틸컷[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의 흥행을 기대하는 부분 중 하나가 멜로, 가족 드라마의 조화로움이다. 어느 지점이든 공감할 수 있지 않겠나
- 제가 가장 바랐던 반응이다. 초기 시나리오를 우리 아이에게 보여줬는데 당지 초등학교 저학년이었던 아이는 (시나리오에) 시큰둥했었다. 딱 한 번 크게 동요했는데 바로 아이와 엄마가 헤어질 때더라. 엄마와 아이의 관계는 감정을 쌓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만 봐도 슬플 수밖에 없겠더라. 제가 원작을 보며 ‘더 좋아질 수 있을 텐데’라고 생각했던 건 아이와 엄마가 헤어질 땐 너무 슬픈데 아빠와 엄마가 헤어지는 장면은 아무 느낌이 안 오더라. 그게 너무 아쉬웠다. 영화에서는 수아와 우진의 감정도 슬펐으면 하고 바랐고 정말 많은 고민을 거쳤다.

해결 방안은 무엇이었나?
- 별생각을 다했다. 만나지 못하게 할까, 이별을 마지막에 보여줘야 하나? 하하하. 이들이 분명 나눠야 할 대화가 있으니까. ‘행복하게 해주지 못해 미안해’, ‘네 곁에 있어서 행복했어’ 라는 대화는 꼭 필요했다. 그 대화를 마지막으로 헐레벌떡 뛰어온다고 해도 와 닿지 않을 것 같더라. 고민 끝에 (이야기를) 교차로 보여주자는 결론이 내려졌다. 이별의 호흡이 이어지다가 끝내 둘이 만났을 땐 어떤 이야기도 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한 거다. 눈빛만으로도 충분하겠다고. 그런 부분들이 저는 영화가 우진과 수아만의 멜로가 아닌 우진과 수아, 지호의 멜로라고 본다. 모든 관계가 다른 정서를 주니까. 보다 다양한 분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한다.

말한 대로 관계의 감정, 강약 조절이 중요했을 것 같은데
- 우진과 수아의 관계가 주였다. 엄마와 아들의 관계는 영화초부터 쌓지 말자고 생각했다. 분명 영화 말미 폭발력이 있기 때문에 우진과 수아의 관계와 감정을 쌓는 게 중요했다. 그래야 둘의 이별이 슬프게 느껴지니까. 가장 중요한 건 우진과 수아의 관계였다. 아들과의 감정은 어떻게 해도 약화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영화의 미장센도 많은 언급되고 있다. 특히 일본영화 속 집구조를 그대로 재연했던데
- 영화에서 가져온 부분이 많다. 식탁에 마주 앉은 부자(父子)의 모습 같은 것들. 물론 우리 영화에서는 반대 방향으로 나오지만. 또 집안의 모습들이나 마당으로 연결되는 구조가 마음에 들었다. 우진과 여고생이 자전거로 대결 구도를 펼치는 모습 같은 것도…. 돈을 주고 샀는데 좋은 건 써야 하지 않겠나. 하하하. 살짝 다르게 터치했지만, 일본영화의 좋은 구성들을 그대로 적용한 것도 많았다.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메가폰을 잡은 이장훈 감독[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수아의 공간은 새로 창작했는데
- 일본영화에는 없었다. 그 부분은 우리가 새로 민들었다. 직접 동화책을 만들어 줄 정도의 재능을 가진 수아가 모든 걸 포기하고 우진을 위해 시골로 왔으니. 우진이 그 정도는 해주고 싶은 마음이지 않았을까? 오랜 시간이 걸려서 창고를 하나 만들어줬을 거로 생각했다.

최근 극장가에 ‘멜로’가 희박해졌는데. 이에 대해 아쉬움은 없나?
- 관객들의 정서를 잘 모르겠다. 저는 영화를 선택할 때, 관객의 입장에서 ‘장르’보다는 ‘이야기’를 택한다. 그렇다 보니 멜로가 드물어진 게 꼭 장르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저는 이 영화의 장르보다는 이야기의 힘을 믿었기 때문에 밀고 나간 거다. 장르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영화를 10분만 보여준다면, 어떤 장면을 꼽고 싶나?
- 잘 모르겠다. 어떻게 풀어야 할까? 전 재미있는 건 오히려 아껴두고 싶다. 관객들을 끌고 오는 힘은 두 배우만으로도 충분할 테니까. 두 배우의 케미가 돋보이는 장면을 보여주고 영화의 핵심을 보여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