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지만갑' 소지섭 "아빠役, 부담 컸다…스킨십으로 극복"

2018-03-16 16:19

'지금 만나러 갑니다' 우진 역의 배우 소지섭[사진=피프티원케이 제공]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감독 이장훈) 속 우진과 배우 소지섭(41)은 너무도 상반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매사 어설프고 모자란 우진과 진중하고 무게감 있는 이미지의 소지섭은 어울리지 않는 듯 보였다. 하지만 소지섭은 ‘배우’로서의 이미지보다, ‘인간’적인 자신의 모습을 꺼내놓았고 자신의 이미지와 동떨어진 우진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지난 14일 개봉한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세상을 떠난 ‘수아’(손예진 분)가 기억을 잃은 채 ‘우진’(소지섭 분) 앞에 나타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극 중 소지섭은 아내 수아를 떠나보낸 후 어린 아들과 단둘이 남겨진 우진 역을 맡았다.

“우진은 저와 닮은 구석이 많아요. 대중들이 저에게 가지고 있는 이미지와는 반대겠지만, 실제 제 모습은 우진과 더 비슷하죠. 허술하고, 어설프고, 엉성하고…. 하하하.”

'지금 만나러 갑니다' 우진 역의 배우 소지섭[사진=피프티원케이 제공]


최근 영화 개봉 전 아주경제와 만나 인터뷰를 가진 소지섭은 우진을 연기하며 실제 자신의 모습을 꺼냈다고 털어놨다. 캐릭터에 일체감을 느끼며 연기할 수 있었던 것도 우진의 무해한 성격 덕이었다.

“처음엔 잘 몰랐는데 영화가 진행될수록 편안해지더라고요. 제가 전직 수영선수 출신이라 그런지 우진이 겪는 부상의 고비 같은 것들에 크게 공감도 갔고요. 연기할 때도 다른 모습을 꺼내는 게 아니라 더 가깝고 편하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이 같은 캐릭터의 이해는 우진의 전사,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것에도 많은 도움을 줬다. “병약한 설정은 가진 우진”에 대한 질문을 건넸을 때도 그랬다. 소지섭은 “우진이 아파서 말라가고 죽을 것 같은 이미지가 아닌 부상 당한 수영선수의 이미지로 디자인했다”고 설명했다.

“우진이가 정말 어딘가 아프고, 말라가고, 죽을 것 같은 이미지라면 지금과는 다른 체형을 디자인했을 거예요. 우진을 준비하면서, 저는 과거 수영을 그만뒀을 때를 생각했거든요. 한참 운동하다가 그만뒀을 때 오히려 더 살이 찌고 둔해지는 것들을 생각했어요. 하지만 무엇보다 우진에게 중요했던 건 ‘운동선수’의 이미지가 아니었어요. 어수룩한 아빠, 초짜 아빠 같은 모습이었죠.”

시나리오를 받고 소지섭이 가장 고민했던 것도 ‘아빠’에 대한 이미지였다. “아이와 함께 투 샷이 잡혔을 때 어색해 보이지 않을까?” 우려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제가 (출연을) 한 번 거절했던 건, ‘아이와 함께 있는 모습이 (관객이 보기에) 괜찮을까? 자연스러울까?’ 싶어서였어요. 하지만 곧 ‘이런 멜로를 언제 또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출연을 결정하게 되었고, (캐스팅 후에는) 아이와 친해지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우진 역의 배우 소지섭[사진=피프티원케이 제공]


지호 역을 맡은 김지환과 가까워질 수 있었던 것은 “격한 스킨십” 덕이었다고.

“만날 때마다 무조건 아빠라고 부르게 시켰어요. 그리고 몸으로 부딪치며 놀았죠. 스킨십을 많이 했어요. 발목을 잡고 들어 올리는 걸 어찌나 좋아하는지…. 체력적으로 힘들더라고요. 하하하. 기분 좋은 힘듦이라고 해야 할까요?”

두 사람의 ‘스킨십’은 영화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우진과 지호의 감정이 탄탄하게 쌓이고 영화는 멜로와 가족 드라마의 감성을 모두 얻게 된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정말 펑펑 울었어요. 아이에게 이입이 되더라고요. 눈물의 시작은 운동회부터였어요. 그때부터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나중에 학예회신은 통곡했고요. 저도 그렇게 우는 제 모습에 깜짝 놀랐어요. 어릴 때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요.”

멜로에 대한 부분은 어땠을까? 소지섭은 17년 만에 재회한 손예진을 언급, “대한민국 멜로퀸 득을 크게 봤다”며 웃었다.

“드라마 ‘맛있는 청혼’을 찍고 17년 만이죠. 이전의 기억은 서로 없더라고요. 그땐 자기 연기하기 바쁠 때라서. 하하하. (손)예진이와 호흡은 정말 좋았어요. ‘대한민국 멜로퀸’인 만큼, 연기도 잘하고 상대와 호흡도 잘 맞추더라고요. 좋은 기운을 주는 배우인 것 같아요. (기운을) 받아 연기하기 편했어요.”

‘멜로 퀸’과 ‘멜로 킹’이 만난 만큼, 영화 속에는 감성을 깨우는 장면들이 많았다. 소지섭에게 “가장 설렜던 장면”을 묻자, 그는 “감정적으로는 학교에서 만났을 때”라고 대답했다.

“보통, 처음 손잡는 신을 많이 이야기하시는데요. 저는 우진의 마음으로 학교 앞에서 처음 만나는 모습이 더 긴장되고 설렜어요. 그게 두 사람의 첫 시작이잖아요. 저 역시도 그런 경험이 있었고요. 제가 옛날 사람이라서 그런 감성에 더 익숙하거든요. 말 걸기도 힘들고, 고민도 많았던 시절이니까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우진 역의 배우 소지섭[사진=피프티원케이 제공]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가슴 속에 품고 있는 첫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연기하는 입장에서도 첫사랑, 풋풋한 연애를 떠올릴 만했다. 소지섭은 “과거의 사랑이 많이 생각났고, 미래에 대해 생각을 했다”며 사랑에 대한 진지한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과거의 사랑, 미래에 대해 사랑을 떠올렸어요. 현재의 사랑은 없으니까. 연기하면서 든 생각은 ‘사랑하는 사람은 옆에만 있어도 좋은 것’이었어요. 사실 그러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사랑이 유지되려면 너무 많은 게 필요하니까요.”

그는 이번 작품으로 인해 사랑에 대한, 결혼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전까지는 결혼에 대한 생각이 없었어요. ‘비혼주의자’까지는 아니었지만요. 그런데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찍으며 지환이와 놀아주다 보니 체력이 부치더라고요. ‘지금도 체력적으로 힘든데 나중에는 더 어렵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 때문에 결혼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금도 나이가 많은 편인데, 나이 먹고 아이를 낳으면 (체력적으로) 더 힘들 것 같아서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우진 역의 배우 소지섭[사진=피프티원케이 제공]


구체적으로 ‘결혼’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왔으니, 내친김에 이상형까지 묻기로 했다. 소지섭은 단박에 “제가 만나는 사람이 이상형”이라고 답해 웃음을 유발했다.

“머릿속에 있는 이상형을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어요. 남자들은 누구나 자신만의 환상적인 이미지, 이상형이 있거든요. 그런데 제가 가지고 있는 이상형과 만났던 분들은 굉장히 달랐어요.”

배우·영화수입·래퍼 등, 여러 방면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소지섭은 올해 역시 바쁘게 보낼 예정이라고.

“올해 9월에 드라마 ‘내 뒤에 테리우스’를 시작하게 될 것 같아요. 그거 끝나면 올해도 가겠죠? 그럼 시간이 별로 없을 것 같아요. 음, 그리고 음악 역시 계획 중이에요. 팬들과 만날 기회를 점점 더 늘리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