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조항’ 첫 명기…“청와대 지방분권 개헌, 산 넘어 산”

2018-03-21 15:51
‘수도 서울’ 관습헌법 효력 상실 평가
2004년 헌재 위헌 논란 재연 가능성

청와대 김형연 법무 비서관(오른쪽)이 21일 오전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 중 '지방분권'과 '경제부분'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은 조국 정무수석. [연합뉴스]
 

중앙정부가 틀어쥐고 있는 권한을 지방정부에 상당 부분 넘기려는 청와대 개헌안은 여러 가지 면에서 녹록지 않다. 

권력구조를 놓고 여야의 갈등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수도 문제’가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21일 발표된 개헌안에는 처음으로 수도 조항이 담겼다. 현행 헌법 3조(영토)에 추가로 수도를 법률로 정할 수 있다는 점이 명기된 것이다.

수도 조항이 헌법에 추가된 것은 노무현 정부 당시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이 당시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 결정이 내려진 것과 무관치 않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분석이다.

지난 2004년 10월 21일 헌재는 ‘서울이 대한민국 수도인 점은 불문의 관습헌법이므로 헌법개정 절차에 따라 새로운 수도 설정의 헌법조항을 신설함으로써 실효되지 않는 한 헌법의 효력을 가진다’고 결정했다.

또 헌재는 ‘조선 건국 이래 600년 이상 서울을 수도로 삼아온 사실이 관습헌법으로 인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에도 관습헌법 논란이 일어났었다. 헌법은 크게 ‘성문헌법’과 ‘관습헌법’으로 나뉘는데, 대한민국 헌법은 전자에 가깝다.

이 때문에 ‘성문헌법 국가가 관습헌법을 인정하느냐’를 두고 헌법학자들 사이에서 격론이 일어났었다.

하지만 이날 발표된 대통령 개헌안에 수도 조항이 포함되면서 ‘수도 위헌 논란’은 더 이상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면서도 “헌법에 수도를 법률로 정한다고 명시하면서 관습헌법의 제약에서 벗어 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충청권을 중심으로 ‘행정수도를 세종시로 정한다’는 문구가 헌법에 명기되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움도 나온다.

충청권을 지역구로 둔 한 의원은 “날로 피폐해지는 지방을 살리기 위해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은 꼭 필요하다”면서 “헌법 조문에 ‘세종시는 행정수도’라는 조항을 명시해야 할 명분은 차고 넘친다”고 꼬집었다.

수도를 법률로 정해 정책적 유연성을 높이고 다양한 개념의 중심지를 규정할 수 있도록 외연을 넓히는 한편 지방분권을 실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반영했다는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반면, '수도 서울'을 헌법에 명시하지 않은 것은 서울을 언제든지 포기할 수 있다는 뜻이어서 소모적 국론분열을 부추길 수 있다는 비판론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수도를 법률로 정하는 것은 문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도 관련이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통령선거 때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광화문으로 옮기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는데, 개헌을 통해 행정수도가 지정되면 청와대를 세종시로 옮기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자문위원회는 개헌특위에 “지방분권 국가를 선언하고, 중앙-지방 정부 간 사무배분 원칙으로서 보충성의 원칙을 명시할 것”을 제안했다.

지방분권의 수준을 크게 ‘지방자치강화형’과 ‘광역지방정부’, ‘연방정부’로 나눴을 때 미국처럼 연방정부에 가까운 강력한 지방분권을 시행하자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광역지방정부는 법률에 준하는 조례제정권을 보장받지만 연방정부는 법률제정권을 부여받는다.

자치분권 강화 부분에서는 지방정부가 주민의 자치기관으로서 실질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입법, 재정, 조직 등에서 자치권을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현행 헌법 117조(자치권)와 118조(자치단체 조직·운영)는 지방자치를 다루고 있다. 하위 법률은 지방자치법이다.

청와대 측은 “향후 입법과 정부정책에 강력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큰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대통령 개헌안은 지방정부의 자치재정권 보장을 강조했다. 신설된 헌법에는 ‘자치사무 수행에 필요한 경비는 지방정부가, 국가 또는 다른 지방정부 위임사무 집행에 필요한 비용은 그 국가 또는 다른 지방정부가 부담’하는 내용이 들어갔다.

다만 현재의 국민적 인식이 지자체 정부와 의회에 대한 불신이 깊어 추후 입법 과정에서 재차 심도 있게 논의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