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전민수 미니스톱 상품본부장, “자판기 도입으로 최저임금 돌파”

2018-03-25 21:49
카페 역할하는 日 편의점 ‘벤치마킹’…신선식품 포함 200품목 자판기로 판매
특화상품으로 차별화 …비용절감·가맹점 늘어 ‘일거양득’

전민수 미니스톱 상품본부장[사진= 미니스톱 제공]


“점포 수만 무작정 많은 게 좋은 것은 아닙니다. 점포 하나하나가 건전하게 높은 수익률을 거둬야 가맹점주도 행복하고 회사도 성장합니다.”

지난 14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미니스톱 본사에서 만난 전민수 미니스톱 상품본부장은 편의점 운영 철학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유통 채널에서 가장 뜨거운 업계는 편의점이다. 업체 내 총 점포 수가 4만개를 넘어가고 경쟁사들끼리도 출점경쟁이 치열하다. 하루가 지나면 길 건너 점포가 하나씩 늘고 상품 구성과 서비스의 확장도 눈부실 정도로 빠르다. 대부분의 업체들이 더 큰 규모의 구매력과 점포 수를 강조할 때 미니스톱은 한자리를 지키는 모양새다. 일견 나태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전 본부장과 심층 인터뷰를 해 본 결과 그것은 나태함이 아니었다. 큰 것이 이기는 것이 아니라 내실 있게 한자리를 버티고 서 있는 게 진정한 승자라는 생각이다. 미니스톱의 경영방식은 거기서 출발했다.

◆상품이 기본 패스트푸드의 시초 편의점

편의점은 무엇을 하는 공간일까? 이 생각으로부터 편의점의 서비스와 상품이 결정된다. 아무리 편의점의 서비스와 상품이 확장돼도 편의점의 기본은 식품이다. 그리고 그 상품을 간단하게 구매해 소비하는 공간이다. 미니스톱은 이런 발상에서부터 상품의 개발과 확대에 나섰다.

전 본부장은 “미니스톱이 일본에서는 10년 정도 일찍 시작했지만 한국에서는 1990년 목동점을 1호점으로 시작했다”며 “일본의 사례를 참고해 즉석 먹거리를 차별화해 승부를 걸어보자는 게 비즈니스 모델이었다”고 패스트푸드 특화 상품을 강화한 배경을 설명했다. 치킨과 같은 패스트푸드의 특화 상품은 한국미니스톱의 시작부터 현재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업력으로 따지면 29년째 계속된 셈이다.

업체 간 경쟁이 심한 편의점 시장인 만큼 전 본부장은 차별화된 상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어떤 고객이라도 미니스톱에 올 이유가 필요하다는 것. 특히 차별화된 상품은 새로운 고객의 유입과 더불어 꾸준한 방문을 가능하게 한다고 덧붙였다.

전 본부장은 미니스톱이 미래 핵심 먹거리로 힘을 쏟는 상품으로 △치킨 △커피 △소프트크림 △도시락 4가지를 꼽았다.

치킨은 미니스톱의 가장 대표적인 상품이다. 취급해온 세월만 30년에 가깝다. 전 본부장은 이 부분에서 누구보다 앞선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는 “처음에는 치킨 상품을 선보이면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다리 부위를 중심으로 구성했지만 지금은 다양한 부위와 소스로 맛의 범위를 늘리고 있다”며 “올해는 특히 가슴살의 건강 콘셉트와 간편성을 높인 뼈 없는 치킨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커피의 경우에도 할 말이 많았다. 사실 전점에 모두 운영하는 원두커피는 미니스톱이 최초다. 최근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일부 점포를 테스트 매장으로 선별해 스위스와 일본의 고급 커피기기로 업그레이드를 준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전 본부장은 “커피도 사람들의 기호가 다양해져 미니스톱에서는 그러한 변화양상을 충분히 검토하고 있다”며 “최근에 음용량을 늘린 대형 파우치 커피와 더불어 과즙 원액을 준비한 에이드 상품도 종류를 늘리고 있다”고 답했다.

소프트크림도 미니스톱의 숨겨진 효자상품이다. 편의점에서 고급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판매한다는 발상도 신선했지만 계절별 특화 상품도 매년 인기다. 전 본부장의 설명에 따르면 소프트크림의 기계 가격은 1000만원에 달할 정도로 제법 가격이 높은 편이지만 매출과 성장세에서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전 본부장은 “봄에는 딸기나 바나나, 여름에는 멜론 등 계절과일을 내세우며 편의점의 디저트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며 “계절과일도 단순함을 넘어 고급 칸탈로프 멜론을 사용하기도 하며 콘뿐만 아니라 컵 상품도 다양하게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과일과 접목된 케이크 등 다양한 아이스 상품들도 개발에 나서고 있으며 소프트크림 기계도 차세대 버전의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청사진을 제시했다.

마지막 강조 품목인 도시락은 이미 편의점에서 가장 치열하게 전쟁을 벌이는 상품이다. 미니스톱은 패스트푸드의 강점을 앞세우다 보니 다소 뒤처진 영역이긴 하지만 최근 들어 유명 외식프랜차이즈와 미식이 발달한 일본 식품업계와 연계한 상품을 꾸준히 개발 중이다.

전 본부장은 “도시락은 가성비가 기본이다 보니 최근에는 다양한 콘셉트의 도시락을 준비 중”이라며 “일본 체인점이랑 연계된 상품의 개발은 물론, 제조공법을 개선해 유통기한을 6시간 이상 늘려 기술력에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도시락과 연계된 안주류나 시즌별 면요리 등 단순 편의점이 아니라 식당에서 제공하는 수준의 상품을 선보여 업계 간 장벽을 허무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미래형 편의점 자판기가 승부수?

최근 편의점 업계의 약진과 더불어 다양한 기술 도입에 관한 뉴스가 많다. 미니스톱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새로운 기술력을 많이 선보이고 있지만 그 궤는 약간 다르다. 유통업의 큰 방향인 무인화의 길은 걷지만, 타 업체가 무인편의점을 지향한다면 미니스톱은 오히려 최소한의 인력이 투입되는, 노동력을 절감시키는 방향으로 유통망을 확장하려고 한다. 바로 자판기다.

이러한 발상은 미니스톱이 구상하는 미래형 편의점의 두 가지 철학 때문이다. 하나는 넓은 매장에서 장시간 체류하는 생활형 편의점으로의 진화이고, 또 다른 하나는 최저시급 상승과 함께 인구의 감소로 인한 경쟁력 확보차원의 무인편의점 증가다.

편의점이 넓어지는 만큼 서비스와 체류시간은 길어지지만 결국 인력의 투입은 한계가 있다. 이 부분을 거드는 것이 바로 자판기다.

전 본부장은 “자판기의 추가 배치는 최저시급 인상과 근접출점에 따른 경쟁심화의 돌파구로 검토하는 것”이라며 “편의점이 원활하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일매출의 확보가 중요한데 자판기를 통해 운영비용을 절감하고 추가 매출을 가맹점주가 가져가게 해 일거양득의 효과를 노린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자판기형 편의점을 조만간 20개점 정도 운영할 것을 신규 사업팀에서 검토 중”이라며 “고객들의 편의점 상품에 대한 요구는 커지지만 갈수록 심화되는 임대료와 인건비 상승의 문제를 자판기가 메워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과거 자판기라고 하면 단순히 커피와 캔음료 정도에 국한됐지만 미니스톱에서 준비하는 자판기는 판매율이 높은 신선식품 100~200개 품목을 모두 포함한다. 이는 보통 편의점에서 취급하는 약 2000개 상품의 10%에 해당하는 양이다. 아울러 전 본부장의 설명에 따르면 결제방법 또한 신용카드와 교통카드 외에 전자화폐의 대응도 가능케 해 편리성을 높인다는 계산이다.

또 향후에는 모바일 안에 모든 상품을 집어넣어서 결제하는 방향도 개발할 의향이 있다고 언급했다.


◆편의점 왕국 일본은 한국의 미래

일본의 경제 사이클은 항상 한국보다 앞서왔다. 유통채널의 변화 양상도 마찬가지다. 미니스톱은 편의점 선진국으로 일컬어지는 일본에서 미래 전략을 참고했다.

미니스톱은 향후 선진국형 편의점인 대형화와 체류형 쉼터를 구상하고 있다. 높은 임대료와 출혈경쟁이라는 한국의 특수한 상황 때문에 다소 먼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미니스톱은 묵묵히 미래형 편의점을 추진하고 있다.

전 본부장은 “일본의 편의점을 참고해보면 보통 평수가 50평이며 일일 고객은 한국의 2배 이상, 매출은 3배 이상에 달한다”며 “한국은 담배 매출이 절반에 가까운데 일본은 담배가 4분의1에 불과하고 대신 다양한 품목이 매출을 견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 본부장은 “일본은 도시락 같은 먹거리가 한국의 3~4배는 팔리는 편이고 냉장코너도 한국은 한두 곳에 불과하지만 일본은 편의점당 7~8개가 있을 정도로 운영방식이 다르다”고 첨언했다. 편의점이 단순히 담배 가게로 인식되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다양한 먹거리와 휴식공간이 갖춰진 카페의 역할을 한다는 설명이다.

이에 맞춰 한국미니스톱도 편의점이 걸어가야 할 본질적 가치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전 본부장은 “미니스톱이 공격적 출점을 하지 않는 것은 운영철학이 다르기 때문”이라며 “점포 하나하나에서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고 고객에게 도움이 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게 미니스톱의 기본 철학이다. 이를 위해 숫자에 집착하는 게 아닌 내실 있는 편의점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올해는 400개점 정도를 추가 출점할 계획이 있는데 단순히 숫자에 집착하는 게 아니라 고객들에게 미니스톱만의 차별화를 느끼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역설했다.

■전민수 상품부문장 프로필
△1993년 전주 신흥고 졸업
△2000년 서울대학교 식품공학과 졸업
△1999년 CJ제일제당주식회사 입사
△2004년 삼성테스코주식회사 입사
△2007년 한국미니스톱 주식회사 입사
△2012년 한국미니스톱 상품전략부장
△2013년 한국미니스톱 사장실장
△2016년 한국미니스톱 FF상품본부장
△2017년 한국미니스톱 상품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