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옥 여사 통해 돌아본 역대 영부인 '가지각색 스캔들'
2018-03-21 07:00
전직 대통령 남편 비리 연루돼 검찰 조사 받거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기도
대통령이 비리에 연루될 때 같이 이목이 집중되는 인물이 있다. 바로 영부인이다. 검찰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소환 조사를 진행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부인인 김윤옥 여사 역시 수사 선상에 올랐다. 김 여사의 경우 검찰이 비공개 소환하거나 방문 조사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김 여사가 검찰 조사를 받으면 전두환 전 대통령 부인 이순자 여사,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에 이어 세 번째가 된다. 역대 대통령들과 함께 구설수에 휘말렸던 영부인들을 살펴봤다.
◆김윤옥 여사, 대선 때 명품백에서부터 임기 중 특활비 건네받아
검찰은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이 전 대통령에게 인사 청탁 등 명목으로 건넨 20억원 상당 중 일부가 김 여사에게 흘러들어간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2011년에는 국정원으로부터 10만 달러 상당의 특수활동비를 청와대가 받아 김 여사에게 전달했다는 단서도 파악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한 언론사에 따르면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김 여사는 미국 뉴욕의 여성 사업가인 이모씨로부터 고가의 명품가방과 함께 3만 달러를 받았다. 뉴욕의 한 교민신문 기자가 이를 알게 돼 취재에 나서자 MB 선거 캠프 관계자들이 2800만원의 돈으로 이를 무마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이 돈을 조달한 여성 사업가인 강모씨에게는 대선이 끝나고 뒤를 봐주겠다는 각서를 써줬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는 이씨로부터 명품가방을 처음 전달 받고 나서 두 달 후에 사위에게 받은 1000만원 상당의 다른 명품백이 공개되며 구설수에 오른 적도 있다. 또 김 여사는 지난 2010년 한식재단 명예회장을 지내며 개인 요리책을 발간하는 데 정부 예산을 사용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김윤옥 여사가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로 명품을 구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인 권양숙 여사의 명품시계가 다시 회자되고 있다. 지난 2009년 권 여사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명품 시계를 받았는데 이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것이다.
지난해 이 사건을 재조사한 국정원 개혁위원회는 “당시 국정원 간부들이 이인규 대검 중앙수사부장을 만나 ‘고가 시계 수수건 등은 중요한 사안이 아니니 언론에 흘려서 적당히 망신을 주는 선에서 활용하라’고 말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이 퇴임 이후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돼 검찰 수사를 받던 당시 권 여사도 박 회장으로부터 600만 달러를 받은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권 여사는 지난 2009년 부산지검에서 참고인 신분으로 비공개 조사를 받았다. 비공개 조사였지만 11시간가량의 강도 높은 조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노 전 대통령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며 수사가 종결됐고, 권 여사에 대한 조사도 마무리됐다.
◆김옥숙 여사 계좌에 미납 추징금 발견··· 노 전 대통령 재판에 증인 출석
1995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노태우 전 대통령의 수천억원대 비자금 조성 혐의를 수사할 때 부인 김옥숙 여사도 노 전 대통령과는 별도로 대기업 등에서 불법 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때 검찰은 신빙성이 낮다고 판단해 소환조사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로부터 10년 후 검찰은 또다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을 추적하게 됐고 김 여사 명의 계좌에서 비자금으로 의심되는 12억원 상당을 찾아내 국고로 환수했다. 김 여사는 이후 2013년에 검찰에 친인척에게 차명계좌를 통해 맡겼던 비자금을 찾으면 환수하겠다는 뜻을 밝힌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김 여사는 노태우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인터뷰를 단 한 건도 하지 않아 ‘그림자 내조’라는 말이 나왔지만 영부인으로는 처음으로 법정에 증인으로 나왔다. 지난 2009년 노태우 전 대통령이 동생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지만 희귀병을 앓고 있어 재판 참여가 어려워 김 여사가 증인으로 서게 된 것이었다.
◆이순자 여사, 영부인 중 처음으로 검찰 소환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순자 여사는 1988년 새세대심장재단 운영을 통한 공금 횡령 의혹을 받았지만 수사대상에서는 벗어난 바 있다. 새세대심장재단은 300억원 상당의 기금을 기업으로부터 받았지만 심장병 수술 지원에 쓴 돈은 70억원에 불과하다는 게 드러났고, 나머지 사용처에 의문이 제기됐었다.
그러나 2004년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일부가 이 여사 남동생 등에게 흘러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대검 중수부에 나와 4시간 동안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영부인으로 처음 검찰 조사를 받게 된 인물이기도 하다. 이때 미납추징금을 추적하던 검찰은 이 여사가 200억원 상당의 재산을 관리했다는 것을 파악해 전액 추징을 결정한 바 있다.
이 여사는 '직업군인의 아내에서 대통령 영부인이 되기까지' 자서전을 펴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이 여사는 여성지와의 인터뷰 때 명품시계를 차고 나와 국민들로부터 반발을 사기도 했고, 해외 순방 때 고급 의상을 자주 입는다는 소문으로 투서를 받기도 했다고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