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소환’ 이명박, 입장문에 밑줄 친 부분은 “말 아끼자”

2018-03-14 16:09
더불어민주당 “진실을 고백하세요”

100억원대 뇌물죄, 직권남용,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등 20여개의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명박(77) 전 대통령이 14일 오전 9시30분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면서 발표한 입장문. 두 번째 문장의 '엄중한'과, 네 번째 문장의 '(말을 아껴야 한다고) 스스로'라는 부분에 밑줄이 그어져 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말을 아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하고 있다.” - 이명박 전 대통령

“말을 아낄 게 아니라 진실을 고백해라.” - 더불어민주당

뇌물수수 등 의혹을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14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그가 손에 들고 있던 입장문 일부에 밑줄이 그어져 있는 게 사진 취재에서 포착돼 눈길을 모았다. 

이 전 대통령이 낭독한 입장문은 6줄, 200자 원고지 2매 분량의 짧은 글이다. 그 중 밑줄이 그어진 문장은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서 대단히 죄송하다”와 “전직 대통령으로서 하고 싶은 말도 많지만 말을 아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하고 있다”는 부분이다.

말을 아껴야 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대다수 이 전 대통령 본인이 ‘혐의를 인정 못한다’는 뉘앙스로 보고 있다. 앞서 지난 1월에도 이 전 대통령은 검찰수사가 본격화 되자 “보수를 궤멸시키기 위한 정치 공작이며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며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논평을 내놓고 이 전 대통령의 검찰 조사가 국민들께 진심으로 사과하고 진실을 밝히는 자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이 전 대통령은 뇌물과 비자금 조성, 직권남용 등 20여개에 범죄행위에 대한 피의자 신분”이라며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 사과하고 진실을 밝히는데 협조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전 대통령은 검찰청 포토라인 앞에서 말을 아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하고 있다”면서 “이 전 대통령이 다짐해야 할 것은 말을 아끼는 것이 아니라 진실을 고백하고 자신이 저지른 범죄행위에 대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제 대변인은 “이 전 대통령은 국민에게 대단히 죄송하다고 했지만, 진심어린 사과와 참회가 느껴지지 않는다”면서 “오늘 시작된 검찰 조사에 온 국민이 눈과 귀를 맞추고 있다. 다스 차명 소유 여부에 대한 진실을 우선적으로 밝히고 이 전 대통령의 범죄행위가 확정된다면 이에 대한 처벌은 정당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전 대통령은 입장문을 통해 “오늘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 무엇보다도 민생경제가 어렵고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환경이 매우 엄중할 때 나와 관련된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서 대단히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나를 믿고 지지해주신 많은 분들과 이와 관련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분들에게도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말씀을 전한다”면서 “전직 대통령으로서 물론 하고 싶은 말도 많지만 말을 아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다만 바라건대 역사에서 이번 일로 마지막이 되었으면 한다”며 “다시 한번 국민여러분께 죄송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한 뒤 검찰조사를 위해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