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대계] 'AI 필수재' 원전 비중 40%→20%→30%...널뛰는 정책에 미래산업 흔들

2024-11-07 04:52

한울 원전 전경. [사진-한울원자력본부]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인공지능(AI) 시대가 본격 도래하면서 주요국마다 안정적인 전원(電源)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우리나라는 정권에 따라 에너지 정책이 여반장으로 뒤집혀 우려가 크다. 

특히 폭증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원전 발전량 관리에 허점을 드러내고 있어 에너지 대계 재수립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6일 아주경제신문이 정권 교체에 따른 주요 에너지 정책 변화를 살펴본 결과 전원별 발전량 비중이 널뛰기를 반복했다. 지난 2020년 수립된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서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각각 25.0%와 20.8%로 탈원전과 탈탄소가 핵심 화두였다. 

4년이 지나 윤석열 정부의 11차 전기본 실무안은 원전과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31.8%와 21.6%로 조정했다. 원전 생태계 복원을 기치로 내건 결과다. 정부는 연내 최종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전 정부들도 마찬가지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 발표 때 '2030년 녹색에너지 최강국' 도약을 공언하며 원전 비중을 40%대로 제시했다. 박근혜 정부의 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서는 원전 비중 목표치가 20%대로 뚝 떨어졌다. 

신재생에너지의 경우 1차 계획 때는 2030년까지 11%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었으나 2차 계획에서 이행 시기를 2035년으로 늦췄다.

문재인 정부의 3차 계획에는 원전에 대한 언급이 아예 빠졌고 윤석열 정부는 2050년까지의 지원책을 담은 '원전 산업 특별법' 제정을 시도 중이다. 

AI 등 미래 첨단기술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탈원전·탈탄소 선두 주자인 유럽에서도 최근 원전과의 동거 필요성이 강조되는 모습이다. 우리나라만 정쟁에 매몰돼 전력 수급 안정화에 실패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태양광·풍력 등은 일조량이나 바람 세기에 따라 발전량이 일정하지 않은 이른바 간헐성의 한계가 있다. 현시점에서는 원전과 신재생에너지 중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에너지 믹스 전략이 어느 때보다 긴요하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에너지 정책은 어느 한 정권의 전유물이 아니다. 지속 가능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정권이 바뀌어도 이어갈 수 있는 에너지 로드맵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특히 첨단 반도체 생산에는 최고 품질의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게 필수적인 만큼 현 정권(원전 중심)과 전 정권(신재생에너지 중심) 정책을 잘 융합해 에너지 기반을 보다 탄탄히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